마른 팬에 녹차 찻잎을 얇게 펴고 나무 주걱으로 볶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추석 연휴가 시작되면 부엌에서는 하루 종일 전을 부치게 된다. 동그랑땡에 동태전, 산적까지 기름 두른 팬을 몇 시간씩 쓰다 보면 처음의 고소한 냄새가 어느 순간 눅진한 기름 냄새로 바뀌고, 거실 소파에 앉아 있어도 그 냄새가 따라온다.
대부분은 창문부터 활짝 연다. 앞뒤로 바람이 통하게 열어 두고 선풍기까지 돌리지만, 연휴가 끝나고 며칠이 지나도 현관문을 열 때마다 기름 냄새가 훅 올라온다. 커튼이나 소파에 코를 대 보면 더 진하게 남아 있어 빨래를 다시 해야 하나 싶어진다.
이럴 때는 냄새를 밖으로 내보내는 것 말고 빨아들이는 쪽으로 손을 대야 하는데, 마시고 남은 녹차 찻잎 한 줌을 마른 팬에 볶아 집 안 몇 군데에 나눠 두면 된다.
환기를 오래 해도 기름 냄새가 남는 이유
가스레인지 위 금속 후드 필터와 조작 버튼이 보이는 가까운 주방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전을 부칠 때 팬에서 올라오는 것은 연기만이 아니라 아주 작은 기름 입자인데, 이 입자가 뜨거운 공기를 타고 부엌 밖까지 퍼져 나간다. 가벼워서 공중에 한참 떠 있다가 온도가 내려가면 벽지와 천장, 커튼과 소파 같은 표면에 내려앉아 얇게 달라붙는다.
창문을 열면 공기 중에 떠 있던 냄새는 빠져나가지만 표면에 달라붙은 기름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냄새가 오히려 더 시큼해지고, 난방을 켜거나 집이 따뜻해질 때마다 조금씩 다시 올라온다. 며칠을 환기해도 냄새가 가시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녹차 찻잎을 마른 팬에 볶아 두는 방법이 통하는 것은 찻잎에 든 카테킨 성분이 떠다니는 냄새 입자를 표면에 붙잡아 두기 때문인데, 볶아서 수분을 날리면 붙잡는 힘이 더 커진다. 공중에 남은 냄새는 볶은 찻잎으로 줄이고, 벽지와 가구에 붙은 기름은 따로 닦아 내야 사라진다.
전 부친 뒤 집 안에 밴 기름 냄새 빼는 방법
볶은 녹차 찻잎과 빈 작은 접시를 주방 조리대에 준비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간단하다. 마시고 남은 녹차 찻잎이나 티백을 뜯어 모은 찻잎 한 줌이면 충분하고 새것을 꺼낼 필요는 없다. 팬은 기름기와 물기가 없는 마른 것으로 고르고, 찻잎을 나눠 담을 작은 접시나 종지를 방 개수만큼 미리 꺼내 둔다.
전을 다 부치고 팬을 씻어 물기까지 닦았으면 찻잎을 바닥에 얇게 펴 넣고 중약불에 올린다. 나무 주걱으로 천천히 저어 주면 1~2분 만에 구수한 향이 올라오는데, 이때 바로 불을 끈다. 연기가 날 만큼 태우면 탄 냄새가 더해져 오히려 곤란해진다.
볶은 찻잎은 접시에 나눠 담아 전을 부친 주방과 거실, 냄새가 밴 방에 한 접시씩 놓아둔다. 식탁 위나 소파 옆처럼 사람이 오래 머무는 자리에 두는 것이 좋고, 하루 이틀 지나 찻잎에서 구수한 향이 나지 않으면 버리고 새로 볶아 두면 된다.
거실 소파 옆 작은 테이블 위 접시에 볶은 녹차 찻잎을 담아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벽지와 가구에 붙은 기름은 따뜻한 물 1리터에 베이킹소다 2큰술과 식초 2큰술을 풀어 만든 물로 닦아 낸다. 마른 천에 이 물을 적신 다음 물이 떨어지지 않을 만큼 꽉 짜서 가스레인지 주변 벽과 상부장 문, 식탁 다리를 닦으면 천에 누런 기름기가 묻어 나온다.
벽지가 얇거나 무늬가 있는 곳은 잘 보이지 않는 구석을 먼저 닦아 보고 색이 번지지 않는지 확인한 뒤에 넓게 닦는 것이 안전하다.
꼭 짠 흰 천으로 가스레인지 옆 흰 타일 벽을 닦는 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냄새가 유난히 심하면 냄비에 물을 받고 귤이나 레몬, 오렌지 껍질을 넣어 끓여도 좋고, 식초를 쓸 때는 물과 1대 1로 섞어 끓인다. 다만 이런 방법은 이미 밴 냄새를 덜어 주는 것이라, 조리를 시작하기 전에 후드를 먼저 켜고 창문을 열어 두는 편이 훨씬 낫다. 후드 필터는 한 달에 한 번은 씻어야 기름 냄새가 덜 밴다.
연휴에 전을 부치고 나면 냄새는 어차피 나는 것이라고 넘기기 쉽지만, 찻잎 한 줌을 볶아 두고 벽을 한 번 닦아 내는 데는 십 분이면 충분하다. 명절이 끝난 뒤 현관문을 열었을 때 기름 냄새 대신 평소의 집 냄새가 나도록 올해는 한번 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