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굵기로 흐르는 물 아래에서 흰 밥그릇을 비스듬히 기울여 돌려 가며 헹구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저녁 설거지를 마칠 무렵이면 수세미로 문지른 그릇을 하나씩 물에 대고 헹구다가, 흰 거품이 다 사라지는 것을 보고 수도를 잠그게 된다.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그릇을 건조대에 엎어 두고 행주로 손을 닦고 나면 설거지가 끝났다는 기분이 들고, 그 뒤로는 그릇을 다시 들여다보지 않는다.
손으로 만졌을 때 미끌거리지 않고 눈에 거품도 보이지 않으면 세제가 다 빠졌다고 여기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거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세제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라서, 헹구는 손을 어디서 멈추느냐에 따라 그릇에 남는 세제 양이 달라진다.
기준은 시간이다. 세제는 적게 쓰고, 거품이 사라진 뒤에도 그릇 한 개당 흐르는 물에 15초 이상 헹구면 된다. 7초에서 멈추는 것과 15초를 채우는 것 사이에서 그릇에 남는 세제 양이 눈에 띄게 갈린다.
거품이 사라진 뒤에도 그릇에 남아 있는 세제
거품이 모두 사라진 뚝배기 안쪽 벽으로, 잿빛 갈색 표면에 작은 구멍들이 촘촘히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주방 세제의 주성분인 계면활성제는 한쪽은 기름에, 다른 쪽은 물에 붙는 성질이 있어서 그릇에 눌어붙은 기름을 떼어 물에 섞이게 만든다. 거품은 이 성분이 공기와 섞여 부풀어 오른 모습일 뿐이라서, 거품이 꺼져도 그릇 표면에 얇게 붙은 성분까지 같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제 8mL로 닦은 식기를 7초만 헹구고 측정했더니 뚝배기에서 4.68mg/L, 프라이팬에서 1.22mg/L, 유리그릇에서 0.57mg/L, 플라스틱 용기에서 0.25mg/L의 계면활성제가 검출됐다. 네 가지 모두 거품은 이미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같은 식기를 15초 동안 헹구자 뚝배기를 뺀 나머지 식기에서는 계면활성제가 검출되지 않았다. 뚝배기만 15초를 헹구고도 세제가 남았는데, 표면에 잔구멍이 많아 세제가 안쪽으로 스며들기 때문이다. 결국 거품을 보고 멈출 것이 아니라 시간을 세면서 헹궈야 한다.
설거지한 그릇에 남은 세제 헹구는 방법
물을 담은 컵에 주방 세제를 한두 방울 떨어뜨려 거품을 낸 뒤 수세미를 적시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헹구는 시간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세제를 적게 쓰는 것이다. 수세미에 세제를 바로 짜지 말고 물 한 컵에 세제를 한두 방울 풀어 거품을 낸 다음 그 물을 묻혀 닦으면, 기름기는 그대로 지워지면서 헹굴 때 빠져나갈 세제 자체가 줄어든다.
기름이 많은 프라이팬이나 고기를 구운 그릇은 씻기 전에 키친타월로 기름을 먼저 닦아 낸다. 기름이 남아 있으면 세제를 더 쓰게 되고, 그만큼 헹구는 시간도 길어진다. 그릇에 눌어붙은 밥알이나 양념은 미지근한 물에 잠깐 불려 두었다가 문지른다.
설거지 전에 키친타월을 접어 프라이팬 바닥에 고인 기름을 한 방향으로 닦아 내는 장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헹굴 때는 물을 세게 틀 필요가 없고 손가락 굵기 정도로 흘려도 충분하다. 그릇 한 개를 물 아래에 두고 속을 30도쯤 기울여 돌려 가며 15초를 센다. 컵은 안쪽 바닥과 입이 닿는 테두리를, 접시는 뒤집어 굽 안쪽을, 냄비는 손잡이가 붙은 자리를 물이 지나가게 한다.
접시를 뒤집어 들고 굽 안쪽 홈을 따라 물이 지나가도록 헹구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뚝배기와 플라스틱 용기는 같은 15초로 부족하다. 뚝배기는 물을 채웠다 버리기를 두세 번 되풀이한 다음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헹구고, 플라스틱 용기는 안쪽 벽을 손으로 문지르면서 헹군다. 손으로 만져 미끌거림이 전혀 없고 물이 표면에서 방울로 맺히지 않고 주르륵 흘러내리면 다 헹군 것이다.
설거지는 날마다 하는 일이라 한 번 습관이 들면 그다음부터는 따로 신경 쓸 일이 없으니, 오늘 저녁부터 그릇 한 개당 15초를 세면서 헹궈 보길 권한다. 헹구는 몇 초를 더 쓰는 일은 식구들이 매일 입에 대는 그릇을 챙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