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를 마친 뒤 벗은 빨간 고무장갑 한 켤레가 스테인리스 싱크대 볼 옆 평평한 상판에 놓여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설거지를 마치고 고무장갑을 벗어 개수대 옆 고리나 싱크대 아래 수납장에 걸어 두는 것은 집집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되풀이하는 동작이다. 겉으로 물이 뚝뚝 떨어지지만 않으면 다음 설거지 때까지 알아서 마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두게 된다.
그런데 다음 날 다시 손을 넣어 보면 안쪽이 눅눅하게 감기고, 며칠 지나면 손목 안쪽에서 쿰쿰한 쉰내가 올라온다. 겉면을 수세미로 문질러 씻어 봐도 그때뿐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냄새가 다시 나고, 결국 구멍 하나 나지 않은 장갑을 버리고 새것을 꺼내게 된다.
고무장갑을 냄새 없이 오래 쓰려면 벗은 뒤에 시간을 조금만 더 쓰면 된다. 물 1리터에 식초 1큰술을 푼 물에 헹구고, 물기를 턴 다음 키친타월로 닦아 뒤집어 말리는 방법이다.
벗어서 걸어 둔 고무장갑 안쪽에 습기가 차는 이유
손목 입구를 손으로 벌린 고무장갑 안쪽 면에 물방울이 맺혀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고무장갑 안쪽은 설거지를 하는 내내 손의 열기와 땀이 빠져나갈 곳 없이 갇혀 있는 자리다. 고무는 물도 공기도 통과시키지 않아서 장갑을 벗는 순간 안쪽 면에 수증기가 물방울로 맺히고, 바람이 통하지 않는 곳에 그대로 두면 10분 안에도 습기가 차기 시작한다.
게다가 손목 쪽 입구는 좁고 손가락 끝은 막혀 있어서, 벗은 모양 그대로 걸어 두면 안쪽까지 공기가 들어갈 길이 없다. 문을 닫아 두는 싱크대 아래 수납장이나 개수대 안쪽 고리는 특히 공기가 돌지 않아, 겉면이 다 마른 뒤에도 안쪽은 젖은 상태가 하루 종일 이어지고 손 땀과 주방 물기가 섞인 자리에서 쉰내가 난다.
그래서 겉면만 씻어 거는 것으로는 냄새가 며칠을 못 가고 다시 올라오며, 안쪽에 남은 물기를 줄이는 쪽으로 손을 대야 한다. 식초의 신맛을 내는 초산은 묽게 타도 산성을 띠어 냄새의 원인이 되는 것을 줄여 주기 때문에, 식초를 푼 물로 안쪽까지 한 번 헹궈 두면 쉰내가 한결 덜하고 곰팡이도 덜 생긴다.
설거지 끝낸 고무장갑 쉰내 빼고 말리는 방법
물을 받은 대야에 식초를 계량스푼으로 한 큰술 넣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간단하다. 대야나 물을 막은 개수대에 물을 1리터쯤 받고 식초를 1큰술 넣어 저어 주면 헹굼물이 된다. 양조식초든 주방에 있는 이배식초든 상관없고, 진하게 탄다고 더 나아지지는 않으니 비율은 그대로 지키는 것이 좋다.
설거지가 끝나면 장갑을 낀 채로 겉면에 남은 세제 거품을 맑은 물로 먼저 씻어 내고 장갑을 벗는다. 그다음 식초물에 장갑을 담가 겉면을 한 번 헹구고, 손목 입구를 손으로 벌려 안쪽까지 식초물이 들어가게 흔들어 준 뒤 꺼낸다. 식초물에 락스를 같이 넣지 않는다. 두 가지가 섞이면 염소 가스가 생긴다.
대야의 식초물에 고무장갑을 담그고 손목 입구를 벌려 안쪽까지 물이 들어가게 흔들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꺼낸 장갑은 손목 쪽을 잡고 아래로 탁탁 털어 고인 물을 빼낸다. 손가락 끝에 물이 남아 있으면 마르는 데 반나절이 더 걸리므로, 물줄기가 흐르지 않을 때까지 털어 준다. 그러고 나서 키친타월로 겉면을 닦고, 손을 넣어 안쪽 면도 손가락 끝까지 닦아 낸다.
장갑 안에 손을 넣고 키친타월로 손가락 끝 안쪽을 닦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마지막으로 장갑을 완전히 뒤집어 안쪽이 바깥을 향하게 펼친 다음, 창가나 환기가 되는 자리에 걸어 말린다. 손가락 사이가 서로 붙어 있으면 그 자리만 덜 마르니 하나씩 떼어 벌려 놓고, 손을 넣었을 때 안쪽이 서늘하고 미끌거리지 않으면 다 마른 것이다.
손가락 끝 안쪽에 검은 점이 이미 박혀 있다면 식초물로 헹궈도 그 자국은 지워지지 않으므로 새것으로 바꾸는 것이 안전하다. 식초물 헹굼은 설거지를 마칠 때마다 해도 부담이 없고, 시간이 없는 날은 맑은 물에 헹궈 털어 뒤집어 널기만 해도 냄새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고무장갑을 벗고 나서 쓰는 삼십 초가 다음 설거지 때 손이 들어가는 자리를 정하니, 오늘부터 벗은 장갑을 뒤집어 널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