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이 조금 남은 흰 대접과 밥알이 붙은 공기를 헹구지 않고 식기세척기 아래 선반에 그대로 세워 넣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식기세척기를 들여놓고도 그릇을 싱크대에서 한 번 헹궈서 넣는 집이 많다. 국물이 남은 대접이나 밥알이 붙은 공기를 그대로 넣기가 영 내키지 않아, 수세미로 한 번 문지른 다음에야 넣게 된다. 그러다 보면 기계를 쓰면서도 설거지를 두 번 하는 셈이 된다.
그렇게 공을 들여 헹궈 넣었는데도 다 돌고 나서 꺼내 보면 컵 안쪽에 뿌연 자국이 남아 있거나 접시 가장자리에 얼룩이 그대로 붙어 있는 일이 있다. 물과 시간을 더 썼는데 결과는 나아지지 않으니 세제를 더 넣어 보기도 한다.
그런데 애벌 헹굼은 오히려 세척력을 떨어뜨리는 쪽으로 작용한다. 음식물이 조금 남아 있어야 전용 세제와 기계가 제 힘을 쓰기 때문인데, 손이 갈 자리는 그릇이 아니라 바닥에 있는 필터다.
헹궈서 넣은 그릇에 오히려 얼룩이 남는 이유
세척이 끝난 식기세척기 위 선반에서 꺼낸 유리컵 안쪽에 옅은 자국이 한 줄 남아 있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식기세척기 전용 세제에는 효소가 들어 있다. 이 효소는 음식물에 든 단백질과 전분에 달라붙어 잘게 끊어 놓는 성분이라, 붙을 음식물이 그릇에 남아 있어야 일을 시작한다. 그릇을 물로 말끔히 헹궈서 넣으면 효소는 달라붙을 곳을 찾지 못한 채 물에 섞여 그대로 빠져나간다.
오염을 읽는 센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식기세척기는 세척 초반에 흘러나온 물이 얼마나 탁한지를 읽어 세척 시간과 물 온도, 분사 세기를 정한다. 헹군 그릇만 들어가 있으면 첫 물이 맑게 나오니 기계는 가벼운 설거지로 판단해 짧고 약하게 돌리고, 정작 말라붙어 있던 기름 자국은 그대로 남는다.
결국 헹구는 데 쓴 물과 시간이 세척력을 깎아 먹는 셈이다. 손을 대는 자리를 그릇에서 기계 안쪽으로 옮겨야 하는데, 헹굼을 생략하면 찌꺼기가 바닥 필터에 쌓이기 때문에 필터를 챙기는 일이 그만큼 중요해진다.
그릇 헹구지 않고 식기세척기 돌리는 방법
싱크대 옆 음식물 쓰레기통 위에서 젓가락으로 접시에 붙은 반찬 조각을 긁어 떨어뜨리는 모습, 수도는 잠겨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그릇을 넣기 전에 하는 일은 큰 덩어리를 털어내는 것 하나뿐이다. 생선 가시와 뼈, 과일 껍질, 대접에 남은 국물은 음식물 쓰레기통에 그대로 버리고, 붙어 있는 밥알이나 반찬 조각은 젓가락이나 실리콘 주걱으로 긁어낸다. 물은 틀지 않으며, 눈으로 봐서 큰 덩어리가 없으면 그 상태로 넣으면 된다.
세제는 식기세척기 전용으로 나온 것만 쓴다. 손설거지용 주방세제를 조금만 넣어도 통 안이 거품으로 가득 차 문틈으로 물이 흘러나오고, 거품이 순환 부품까지 들어가 기기가 고장 나는 원인이 된다. 가루든 정제든 전용 제품이면 되고, 용량은 제품에 적힌 한 회분을 지킨다.
세제를 넣기 전에는 투입구와 손의 물기를 마른 행주로 닦는다. 투입구 안쪽이 젖어 있으면 세제가 벽에 달라붙어 정해진 때에 풀리지 않고, 세척이 끝난 뒤 투입구 안에 세제가 그대로 굳어 남아 있는 일이 생긴다. 투입구 뚜껑이 끝까지 닫혀 걸리는 것까지 확인하고 문을 닫는다.
식기세척기 문 안쪽 세제 투입구를 마른 행주로 닦은 뒤 전용 정제 세제를 한 알 넣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대신 바닥 필터는 한 달에 두 번 빼서 씻는다. 아래 선반을 꺼내고 바닥 가운데의 원통형 필터를 돌려 빼면 그 아래 거름망까지 함께 분리되는데, 미지근한 물을 틀어 놓고 쓰던 칫솔로 구멍 사이를 문질러 준다. 손으로 만졌을 때 미끌거리지 않으면 다 씻긴 것이고, 물기를 턴 다음 처음 자리에 끼워 돌려 잠근다. 필터를 빼놓은 채로 돌리면 찌꺼기가 배수구로 넘어가 막히니 반드시 끼운 뒤에 작동시킨다.
싱크대에서 분리한 원통형 필터와 거름망을 칫솔로 문지르며 흐르는 물에 씻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달걀물이나 치즈, 밥풀처럼 마르면서 단단하게 굳는 것은 예외라, 그릇에 물을 받아 십 분쯤 두었다가 넣는 편이 낫다. 나무 도마나 주물 팬, 코팅이 벗겨진 냄비는 애초에 식기세척기에 넣지 않는다.
다음에 설거지거리를 옮길 때는 수도를 틀지 말고 큰 덩어리만 털어 그대로 넣어 보길 권한다. 헹구는 데 들이던 물과 손이 줄어드는 데다, 그동안 헛돌던 세제가 제 몫만큼 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