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바나나 한 송이의 꼭지 부분이 투명 랩으로 감싸여 주방 조리대 위에 놓여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바나나는 한 송이를 사 와도 식구가 둘셋이면 며칠에 걸쳐 나눠 먹게 되는데, 사 온 지 사흘쯤 지나면 껍질에 갈색 점이 번지기 시작하고 나흘째에는 손으로 집었을 때 물컹하게 눌린다. 결국 마지막 두세 개는 껍질이 거뭇해진 채로 남아 그대로 버리게 되는 일이 흔하다.
그래서 냉장고에 넣어 둘까 하다가도 바나나는 냉장 보관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들은 기억에 그냥 실온에 둔다. 실제로 사 오자마자 냉장실에 넣은 바나나는 하루 만에 껍질이 시커멓게 변해 버리기 때문에, 한 번 겪어 본 사람은 다시는 냉장고 근처에 두지 않게 된다.
그런데 바나나와 냉장고의 관계는 넣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넣느냐의 문제다. 실온에 두는 동안에는 꼭지를 랩으로 감싸 두고, 껍질에 갈색 반점이 올라온 뒤에 종이나 키친타월로 싸서 냉장실에 넣으면 한 송이를 끝까지 먹을 수 있다.
사 오자마자 냉장고에 넣은 바나나 껍질이 검어지는 이유
냉장실 유리 선반 위에 놓인 바나나 두 개의 껍질이 전체적으로 흑갈색으로 변해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바나나는 더운 지방에서 자란 과일이라 낮은 온도를 견디지 못하는데, 껍질 세포는 13도 아래로 내려가면 막이 상하면서 껍질을 검게 만드는 색소를 내놓는다. 집에서 쓰는 냉장실은 대개 그보다 한참 낮은 온도로 맞춰져 있어서, 사 온 바나나를 그대로 넣으면 하루 이틀 만에 껍질 전체가 흑갈색으로 변한다.
색만 변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더 아쉬운 대목이다. 10도 아래 저온에 오래 두면 바나나의 호흡이 거의 멈춰서 익어 가던 과정이 그 자리에서 멈춰 버리는데, 덜 익은 바나나를 먼저 넣으면 다시 꺼내 놓아도 더는 익지 않고 단맛이 덜한 채로 과육만 퍽퍽해진다. 껍질은 까맣고 속은 설익은, 가장 아까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반대로 실온에 두면 익는 속도가 빠른데, 이는 바나나가 스스로 내뿜는 에틸렌 가스 때문이다. 이 가스는 송이 전체에서 조금씩 나오지만 특히 꼭지 쪽에서 가장 많이 나와서, 꼭지를 막아 두는 것만으로 익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진다. 그러니 손을 대야 할 곳은 냉장고가 아니라 꼭지와 순서다.
바나나 꼭지 랩으로 감싸 오래 두고 먹는 방법
한 손으로 바나나 송이를 잡고 다른 손으로 랩을 꼭지에 둘러 감싸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주방에 있는 랩 한 뼘과 키친타월 두세 장이면 충분하다. 바나나를 사 오면 비닐봉지부터 벗겨 내는데, 봉지 안에는 가스와 습기가 함께 갇혀 있어 바나나가 훨씬 빨리 물러진다. 랩을 한 뼘쯤 끊어 두세 겹으로 접은 다음 송이 꼭지를 빈틈없이 감싸고 끝을 손으로 눌러 붙인다.
낱개로 떼어 먹는 집이라면 처음부터 한 개씩 떼어 각각의 꼭지를 따로 감싸 두는 편이 낫다. 감싼 바나나는 햇빛이 드는 창가를 피해 서늘한 자리에 두는데, 바닥에 눕혀 두면 닿는 면이 눌려 그쪽부터 갈색으로 변하니 걸이에 걸거나 큰 컵에 기대어 둔다. 껍질이 고르게 노랗게 물들고 작은 갈색 반점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면 다 익은 것이다.
낱개로 떼어 각각 꼭지를 랩으로 감싼 바나나 세 개가 큰 유리컵에 기대어 세워져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반점이 보이면 키친타월이나 신문지로 한 개씩 감싸 냉장실 야채칸에 넣는다. 문 쪽 선반은 여닫을 때마다 온도가 오르내려 적당하지 않다. 껍질은 하루쯤 지나면 거뭇해지지만 속 과육은 무르지 않고 단맛도 그대로라서, 실온에 그냥 두었을 때보다 사나흘은 더 먹을 수 있다.
키친타월로 한 개씩 감싼 바나나를 냉장실 야채칸 서랍 안에 넣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껍질에 초록빛이 남아 있는 바나나는 반점이 올라올 때까지 냉장실에 넣지 않는다. 한 번 냉장실에 들어간 바나나는 다시 실온에 꺼내 두어도 익지 않으니 꺼낸 뒤에는 바로 먹는 것이 좋고, 거뭇한 껍질이 영 거슬리면 껍질을 벗겨 잘라서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우유와 갈아 마시면 된다.
장을 보고 와서 봉지를 벗기고 꼭지에 랩을 감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이 채 되지 않으니, 다음에 바나나를 사 오면 냉장고 문을 열기 전에 먼저 해 보길 권한다. 순서만 지키면 늘 두어 개씩 버리던 바나나를 마지막 한 개까지 제맛으로 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