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부친 배추전을 겹치지 않게 채반에 한 장씩 펼쳐 식히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추석이 가까워지면 부엌에는 전 부치는 냄새가 하루 종일 돈다. 배추전은 재료가 단출해서 손이 제일 덜 가는 전인데, 막상 상에 올려 두면 제일 먼저 물러지는 것도 배추전이다.
대개는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센 불에 올려 빨리빨리 부쳐 낸다. 빨리 익혀야 겉이 바삭해진다고 알고 있어서인데, 갓 부쳤을 때만 잠깐 바삭하고 접시에 포개어 두면 십 분도 안 되어 눅눅해지는 일이 많다.
배추전이 식어도 바삭하려면 불부터 줄여야 한다. 여기에 반죽을 찬물로 개고 전분가루를 1큰술 섞으면 과자처럼 얇고 단단한 겉면이 생겨 시간이 지나도 눅눅해지지 않는다.
센 불에 부친 배추전이 금방 눅눅해지는 이유
젓가락으로 가른 배추전 단면에 밑동에서 나온 물기가 얇게 비쳐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배추는 잎보다 흰 밑동에 물이 훨씬 많은 채소다. 이 밑동이 열을 받으면 안에 있던 물이 빠져나오는데, 불이 세면 겉 반죽이 먼저 굳어 버려서 안에서 나온 물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반죽과 배추 사이에 그대로 고인다.
겉은 진하게 색이 들었는데 젓가락으로 갈라 보면 속이 축축한 전이 이렇게 만들어진다. 고인 물은 전을 접시에 올려 둔 뒤에도 계속 반죽 쪽으로 스며들기 때문에, 부칠 때 아무리 바삭했어도 식는 동안 도로 물러진다.
반죽을 찬물로 개고 전분가루를 섞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밀가루는 물과 만나 오래 섞이면 끈기가 생겨 질겨지는데, 물이 차가우면 그 끈기가 덜 생겨 반죽이 얇게 퍼진다. 전분가루는 기름을 덜 먹으면서 마르는 성질이라 겉면이 튀김옷처럼 파삭하게 굳는다.
배추전 눅눅하지 않게 부치는 방법
숟가락으로 떠올린 반죽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요플레 정도의 농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반죽은 2~3인분 기준으로 부침가루 1컵에 전분가루 1큰술, 찬물 1컵, 계란 1개, 소금 1/2작은술을 섞는다. 숟가락으로 떠올렸을 때 주르륵 흐르면서 배추에 얇게 코팅되는 요플레 정도의 농도가 알맞다. 부침가루 대신 튀김가루를 쓸 때는 부침가루와 7대 3으로 섞는다.
배추는 한 장씩 떼어 씻고 물기를 털어 낸 다음, 두꺼운 밑동은 칼등으로 몇 번 두들겨 납작하게 만든다. 밑동이 두꺼우면 잎이 다 익은 뒤에도 속이 설익는다. 손질한 배추를 반죽에 담가 양면에 골고루 묻힌다.
배추 흰 밑동을 칼등으로 두들겨 납작하게 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팬은 중불에서 1분 달구고 기름을 3큰술 두른 다음, 불을 중약불로 낮추고 배추를 올린다. 이때 불을 줄이지 않고 그대로 두면 처음 30초 만에 겉면이 굳어 버린다. 앞면을 2~3분 부치는데, 가장자리가 투명해지고 반죽 위쪽까지 색이 비치면 뒤집을 때가 된 것이다.
중약불에 올린 배추전 가장자리 반죽이 투명해지며 색이 비친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뒤집은 뒤에는 팬 가장자리에 기름 1큰술을 둘러 밑으로 흘러들게 하고 다시 2~3분 부친다. 배추에 물기가 남아 있으면 기름이 튈 수 있으니 반죽을 묻히기 전에 물기를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다 부쳐진 전은 접시에 포개지 말고 채반에 한 장씩 펼쳐 김을 빼면서 식힌다.
반죽이 되직해 배추에 두껍게 뭉치면 찬물을 1큰술씩만 더해 농도를 맞춘다. 물을 한꺼번에 부으면 반죽이 묽어져 겉면이 얇게 붙지 않는다. 미리 부쳐 둔 전을 다시 데울 때는 전자레인지 대신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약불로 올려 앞뒤로 1분씩 데우는 것이 좋다.
올 추석에는 배추전만이라도 불을 한 단 낮추고 천천히 부쳐 보길 권한다. 전은 부치는 그 순간보다 상에 올라가 식은 뒤에 어떤 맛인지가 결국 기억에 남는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