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TV장 앞쪽 바닥에 놓인 6구 개별 스위치 멀티탭에 셋톱박스와 모뎀 플러그가 꽂혀 있고, 한 칸의 스위치만 내려가 불이 꺼져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 들면 집 안에서 무엇을 더 줄일 수 있을지 한 번쯤 둘러보게 되는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거실 TV다. 그래서 외출할 때 전원만 끄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싶어 벽에 꽂힌 코드까지 뽑아 두고 나가는 집이 적지 않다.
그런데 그렇게 몇 달을 해 봐도 고지서에 찍히는 숫자는 좀처럼 달라지지 않아 허탈해지기 쉽다. 손이 닿는 TV 코드만 뽑고, TV장 뒤편이나 선반 아래에 놓인 셋톱박스와 인터넷 모뎀은 꽂아 둔 채 나가기 때문인데, 정작 전기를 많이 쓰는 쪽은 하루 종일 켜져 있는 셈이다.
이럴 때는 코드를 뽑고 다니는 대신 구멍마다 스위치가 따로 달린 절전 멀티탭을 거실에 하나 두는 편이 낫다. 꽂아 둔 기기 가운데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것은 따로 있고, 그 스위치 하나만 내려도 요금에서 차이가 난다.
TV보다 옆에 놓인 셋톱박스가 전기를 더 쓰는 이유
TV장 선반 위에 나란히 놓인 셋톱박스와 인터넷 모뎀, 공유기의 작은 표시등이 켜져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코드를 꽂아 두는 기기는 전원을 꺼 놓아도 신호를 기다리느라 전기를 조금씩 쓰는데, 이렇게 나가는 전기를 대기전력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기기마다 그 양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전원을 끈 상태에서 TV가 1.3W를 쓰는 데 비해 옆에 놓인 셋톱박스는 12.3W를 써서 약 10배에 이른다.
셋톱박스 다음으로는 인터넷 모뎀이 6.0W, 스탠드형 에어컨과 보일러가 각각 5.8W, 유무선 공유기가 4.0W 순으로 대기전력이 높다. 거실 한 자리에 셋톱박스와 모뎀, 공유기가 나란히 놓인 집이 많은데, 이 세 대만 합쳐도 TV 한 대의 열 배가 넘는 전기가 하루 종일 흐른다. 가정에서 쓰는 전체 전력의 5~10% 정도가 이렇게 나간다.
그래서 TV 코드 하나를 뽑는 것만으로는 요금이 줄지 않는다. 정작 줄여야 할 셋톱박스와 모뎀은 선이 뒤엉킨 채 TV장 뒤쪽에 들어가 있어 매번 손을 넣어 뽑기가 어렵고, 코드를 자주 뽑았다 꽂으면 플러그가 헐거워지기도 한다. 손을 대야 할 곳은 코드가 아니라 스위치다.
TV장 뒤 좁은 틈으로 손을 넣어 벽 콘센트에 꽂힌 플러그를 잡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셋톱박스와 인터넷 모뎀 대기전력 줄이는 방법
포장을 벗긴 6구 개별 스위치 멀티탭을 손으로 들어 스위치가 달린 면을 보이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필요한 것은 구멍마다 스위치가 따로 달린 절전 멀티탭 하나다. 4구나 6구면 거실에 놓기 충분하고, 스위치가 하나뿐인 제품은 내릴 때 TV까지 같이 꺼지니 개별 스위치가 달린 것으로 고른다. 멀티탭은 TV장 안쪽 깊이 밀어 넣지 말고 손이 바로 닿는 앞쪽에 둔다.
멀티탭을 벽 콘센트에 꽂고 TV와 셋톱박스, 인터넷 모뎀, 공유기의 플러그를 차례로 옮겨 꽂는다. 옮겨 꽂는 김에 스위치 옆에 어떤 기기인지 이름을 적은 라벨을 붙여 두면 불을 다 끈 거실에서도 셋톱박스 자리를 바로 찾을 수 있다. 전기난로처럼 전기를 많이 쓰는 난방기기는 같이 꽂지 않고 벽 콘센트를 따로 쓴다.
멀티탭 스위치 옆에 흰 라벨 테이프를 붙이고 손으로 눌러 고정하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외출하거나 잠들기 전에는 셋톱박스 스위치부터 내린다. TV를 보지 않는 밤 시간과 낮 시간만 합쳐도 하루 열 시간이 넘으니, 그 시간에 가장 많이 쓰는 기기 하나만 꺼도 차이가 난다. 스위치에 들어와 있던 작은 불이 꺼졌는지만 보면 되기 때문에, 코드를 뽑을 때처럼 TV장 뒤를 들여다볼 일이 없다.
반대로 내리지 말아야 할 스위치도 있다.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는 대기전력이 아까워도 그대로 두고, 겨울철 보일러는 전원을 완전히 끄면 배관이 얼 수 있어 외출 모드로 두는 것이 안전하다. 인터넷 모뎀과 공유기는 며칠 집을 비울 때만 같이 끄는 편이 좋은데, 다시 켜면 인터넷이 연결되기까지 1~2분이 걸리고 집에 둔 카메라 같은 기기도 함께 멈추기 때문이다.
대기전력만 줄여도 한 가구가 한 해에 내는 전기요금을 최대 10%까지 줄일 수 있으니, 이번 주말에 멀티탭 하나를 들여 거실 기기부터 옮겨 꽂아 보길 권한다. 스위치를 내려 두는 습관은 아무도 TV를 보지 않는 시간에 조용히 흘러 나가던 전기를 붙잡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