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창가에 놓인 채반 위에 생표고가 기둥을 위로 두고 한 겹으로 널려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9월 중순이 되면 낮 햇살은 아직 따갑고 바람은 건조해져서, 무엇이든 밖에 널어 두면 잘 마르는 시기가 된다. 이맘때 장을 보다 보면 생표고버섯이 한 봉지 가득 담겨 값도 싸게 나와 있어 손이 가는데, 집에 와서 냉장고 채소칸에 그대로 넣어 두면 며칠 지나지 않아 갓이 축 늘어지고 기둥 쪽이 거뭇하게 변한다.
그래서 썰어 냉동실에 넣어 두기도 하지만, 냉동한 표고는 꺼내는 순간 물이 흥건하게 나와 식감이 흐물거려 국에 넣는 것 말고는 쓸 데가 마땅치 않다. 이럴 때는 사 온 표고를 전부 냉장고에 넣지 말고 반만 덜어 채반에 펴 널어 보는 것이 좋다. 말린 표고는 그저 오래 두려고 말리는 것으로 알기 쉽지만, 햇볕을 쬐는 동안 표고 안에서 비타민D가 늘어나 생표고의 열 배가 넘는 양이 된다. 보관 기간이 몇 달로 늘어나는 것은 그다음 이야기다.
햇볕을 쬐는 동안 비타민D가 늘어나는 생표고
손바닥 위에 뒤집어 든 생표고의 갓 안쪽 주름이 햇빛을 그대로 받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생표고에는 에르고스테롤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이 성분 자체는 비타민D가 아니라 비타민D가 되기 전 단계의 물질인데, 햇빛 속 자외선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비타민D로 바뀐다. 사람의 피부가 햇볕을 쬐면 몸 안에서 비타민D를 만드는 것과 같은 일이 표고 안에서도 일어나는 셈이다.
그래서 냉장고에 그대로 둔 표고나 실내에서 바람만 쐬어 말린 표고는 사정이 다르다. 에르고스테롤은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바뀌지 않고 자외선을 받아야 바뀌기 때문인데, 말리는 곳이 햇볕이 드는 자리인지 아닌지가 갈림길이 된다.
햇볕에 제대로 말린 표고는 비타민D가 생표고의 열 배 이상으로 늘어나고, 수분이 빠지면서 감칠맛도 진해져 국물을 낼 때 맛이 확실히 다르다. 다만 이 변화는 표고를 어느 쪽으로 눕혀 널었는지에 따라 차이가 나므로, 널 때 손을 한 번 더 쓰는 것이 좋다.
생표고 채반에 널어 햇볕에 말리는 방법
마른 행주로 생표고 갓 표면을 닦아 흙을 털어 내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먼저 표고는 물에 씻지 않는다. 표고는 물을 잘 빨아들여서 한번 씻으면 잘 마르지 않고 마르는 도중에 물러지기 쉬우니, 마른 솔이나 마른 행주로 갓에 묻은 흙만 털어 낸다. 갓이 두툼한 것은 반으로 갈라 두께를 줄이고, 얇은 것은 통째로 둔다.
채반에 널 때는 기둥이 위를 향하게, 갓 안쪽 주름이 하늘을 보도록 뒤집어 놓는다. 주름진 안쪽에 에르고스테롤이 많아 그쪽이 햇빛을 받아야 비타민D가 더 늘어난다. 표고끼리 겹치지 않게 한 겹으로 펴 놓고, 채반은 바닥에 바로 두지 말고 의자나 상자 위에 올려 밑으로도 바람이 지나가게 한다.
채반을 의자 위에 올려 두고 표고를 겹치지 않게 한 겹으로 놓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널어 두는 시간은 햇볕이 가장 좋은 오전 열 시부터 오후 세 시 사이다. 이 시간 동안 두세 시간에 한 번씩 앞뒤를 뒤집어 주면 한쪽만 마르지 않고 고르게 마른다. 해가 기울면 이슬을 맞지 않도록 집 안으로 들여놓았다가 다음 날 다시 내놓는데, 날씨가 맑으면 이틀에서 사흘이면 끝난다.
다 말랐는지는 손으로 확인한다. 갓 가장자리를 눌렀을 때 물렁하게 휘지 않고 딱딱하게 버티면 다 된 것이고, 조금이라도 말랑한 데가 남아 있으면 하루를 더 널어야 한다. 완전히 마른 표고는 한 김 식힌 뒤 밀폐용기나 지퍼백에 담아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두면 되고, 여름을 넘길 생각이면 냉동실에 넣어 두는 것이 안전하다.
엄지와 검지로 마른 표고 갓 가장자리를 눌러 단단한지 확인하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는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다. 중간에 습기를 먹으면 마르다 만 표고에서 냄새가 나고 곰팡이가 생긴다. 바깥에 널 때는 망사 덮개를 씌워 벌레가 앉는 것을 막고, 말린 표고를 쓸 때는 미지근한 물에 이삼십 분 담가 불린 다음 그 물을 버리지 말고 국물로 함께 쓰면 좋다.
올가을 표고를 한 봉지 사 왔다면 반은 그날 요리에 쓰고 반은 채반에 널어 며칠 햇볕을 쬐어 보길 권한다. 며칠 뒤면 물러 버렸을 버섯이 두고두고 꺼내 쓰는 국물 재료가 되는 데다, 볕이 좋은 계절에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