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바닥에 놓인 초음파 가습기 본체와 그 옆에 세워 둔 투명 물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목이 칼칼하고 입안이 바싹 마르는 날이 늘어나면 가을이 깊어졌다는 신호다. 공기가 건조해지기 시작하는 9월 하순이면 지난겨울 쓰고 넣어 두었던 가습기를 다시 꺼내는 집이 많은데, 겉에 쌓인 먼지만 털어 내고 물을 채워 전원을 켜면 금세 하얀 김이 올라오니 다시 쓰는 데 별다른 준비가 필요 없어 보인다.
그래서 가습기 관리라고 하면 물 갈아 주는 일만 떠올리기 쉽다. 쓰고 남은 물을 버리고 새 물을 채우는 것까지는 날마다 해도 물통 안쪽을 씻는 일은 물때가 눈에 보일 때까지 미루게 되는데, 매일 새 물을 넣으니 통 안도 같이 깨끗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게다가 가습기는 종류에 따라 씻는 주기가 달라서, 초음파식은 매일이고 물을 끓이는 가열식은 주 1~2회면 충분하다.
물을 매일 갈아도 물통 안쪽에 남는 미끈한 막
물을 비운 가습기 물통을 기울여 안쪽 벽을 들여다본 모습, 바닥 가까운 한 곳에만 옅고 흰 띠가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물통에 물을 담아 놓고 며칠을 쓰다 보면 벽과 바닥에 얇고 미끈한 막이 생긴다. 손끝으로 문질러 보면 비누를 만진 것처럼 미끌거리는데, 물속에 있던 것들이 벽에 눌어붙어 층을 이룬 것이다. 수돗물을 그대로 쓰면 여기에 석회질까지 더해져 바닥에 하얗게 굳은 자국이 남는다.
이 막은 물을 새로 갈아도 벽에 그대로 붙어 있다. 물을 매일 갈아 주기만 해도 물속에 떠다니는 것은 눈에 띄게 줄지만, 벽에 붙은 막은 물을 따라 버려도 씻겨 나가지 않아 새로 부은 물에 도로 번진다. 매일 물을 갈면서 이틀에 한 번씩 안쪽을 닦아 주면 그제야 거의 남지 않는 수준까지 줄어든다.
씻는 주기가 갈리는 이유는 물이 방 안으로 나가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인데, 가열식은 통 안의 물을 끓여 수증기만 내보내므로 물에 섞여 있던 것은 통 안에 남는다. 반면 초음파식은 물을 끓이지 않고 진동으로 잘게 쪼개 그대로 날려 보내서 통 안의 물이 그 상태 그대로 공기에 섞이고, 입자가 워낙 고와 숨을 쉴 때 함께 들어간다. 그래서 초음파식은 물을 갈 때 통까지 같이 씻는 쪽으로 손을 대야 한다.
가습기 물통에 낀 물때 씻어 내는 방법
물 1리터를 담은 볼에 밥숟가락으로 뜬 구연산 가루를 넣는 장면, 옆에 가습기 전용 솔과 면봉이 놓여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가습기를 살 때 딸려 온 전용 솔과 면봉, 그리고 구연산이나 식초면 된다. 물 1리터에 구연산을 밥숟가락으로 1~2스푼 풀어 세척용 물을 만들어 두는데, 구연산이 없으면 같은 양의 식초로 대신해도 된다. 수세미나 철수세미는 물통 안쪽에 잔 흠집을 내니 쓰지 않는다.
먼저 전원 코드를 뽑고 통에 남은 물을 전부 따라 버린다. 반쯤 남았더라도 아깝다 생각하지 말고 다 비우는 것이 좋다. 그다음 맑은 물을 조금 받아 두어 번 흔들어 헹궈 내면 떠다니던 찌꺼기가 먼저 빠진다.
싱크대 위에서 가습기 물통을 기울여 남은 물을 배수구로 따라 버리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이제 만들어 둔 구연산 물을 물통에 채우고 한 시간쯤 그대로 둔다. 하얗게 굳은 석회 자국이 물러져 솔이 잘 들어간다. 시간이 지나면 물을 버리고 전용 솔로 벽과 바닥, 물 넣는 구멍 둘레를 돌려 가며 문지른다. 만졌을 때 미끌거림이 없어야 다 닦인 것이다.
전용 솔을 물통 입구로 넣어 안쪽 벽과 구멍 둘레를 돌려 가며 문지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본체 바닥에 있는 동전만 한 금속판이 물을 쪼개는 진동자인데, 상처가 나면 분무량이 줄기 때문에 수건으로 문지르지 말고 면봉으로 살살 닦아 낸다. 흰 자국이 남았으면 구연산 물을 묻힌 면봉을 쓴다. 다 닦은 뒤에는 맑은 물로 두세 번 헹궈야 하는데, 구연산이 남으면 그대로 분무된다.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뚜껑을 연 채 엎어 말린다.
가열식도 같은 순서로 씻되 주 1~2회면 된다. 수돗물 대신 정수된 물을 채우면 석회질이 덜 끼어 닦기도 수월하다. 표백제나 주방 세제는 헹궈도 안쪽에 남을 수 있으니 쓰지 않는다.
환절기에 다시 꺼낸 가습기는 물만 갈아서는 안쪽까지 관리되지 않으니, 내 가습기가 어느 방식인지부터 확인하고 그에 맞는 주기를 정해 지켜 보길 권한다. 물통을 씻는 일은 식구들이 밤새 들이마시는 방 안 공기를 챙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