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숲 바닥 5,000평이 통째로 붉은 꽃밭이에요"... 입장료 안 받는 천년 사찰 솔숲 산책로


운문사 / 한국관광공사-김하영

운문사 / 한국관광공사-김하영

경상북도 청도군 운문면 운문사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솔바람길이라고 불린다. 길 양옆으로 키 큰 소나무가 줄지어 서 있고, 그 아래 땅에는 붉은 꽃무릇이 약 5,000평, 1만 6,500㎡ 규모로 자리 잡고 있다. 나무 위쪽은 짙은 초록이고 바닥은 붉은색이라 한 자리에 서서 보아도 위아래 색이 뚜렷하게 갈린다.

꽃무릇은 잎이 모두 진 뒤에 꽃대만 올라오는 식물이다. 초록 잎이 섞이지 않아 꽃 색이 그대로 드러나고, 꽃대가 무릎 높이 정도로 낮아 멀리서 보면 숲 바닥에 붉은 천을 깔아 둔 모습이 된다. 절정은 9월 중하순 열흘 남짓으로 짧은데, 올해는 이달 22일 무렵 솔바람길 군락이 만개한 상태로 확인됐다.

솔숲 사이로 햇살이 들어올 때

청도 운문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청도 운문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붉은 군락이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때는 오전 이른 시간이다. 해가 낮게 들어오면 소나무 줄기 사이로 빛이 갈라져 바닥 꽃 위에 떨어지고, 빛을 받은 부분과 그늘진 부분의 붉은색 차이가 커진다. 한낮에는 숲 전체가 고르게 어두워져 색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길은 곧게 뻗지 않고 완만하게 휘어진다. 걷는 방향에 따라 꽃 군락이 앞쪽으로 넓게 펼쳐지다가 소나무 줄기 뒤로 가려지고, 굽은 구간을 돌면 다시 붉은 바닥이 나타난다. 길 한쪽으로는 운문천 물길이 붙어 흐르고, 고개를 들면 사찰을 둘러싼 호거산 능선이 숲 위로 보인다.

꽃이 길가에만 붙어 있는 것도 아니다. 소나무 사이 안쪽까지 군락이 퍼져 있어 시선을 숲 깊은 곳에 두면 나무 줄기 사이사이로 붉은색이 이어진다. 바닥에는 떨어진 솔잎이 얇게 깔려 있어 붉은 꽃과 갈색 솔잎, 회갈색 소나무 껍질이 한 화면에 들어온다.

왕복 한 시간이면 충분한 평지 길

청도 운문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청도 운문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솔바람길은 사찰 진입로여서 오르내리는 구간이 거의 없다. 노면이 고르고 폭도 넓어 어르신이나 유아차를 밀고 오는 가족도 무리 없이 걷는다. 주차장에서 절 앞까지 다녀오는 데 왕복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해 다른 일정과 함께 잡기도 어렵지 않다.

길 끝에 있는 운문사는 신라 때 창건된 사찰로, 마당에 가지가 땅으로 처져 내린 소나무가 서 있다. 수령 500년 이상으로 알려진 나무이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이곳은 비구니 스님들이 공부하는 사찰이라 수행 공간 일부는 들어갈 수 없고, 안내판이 세워진 구역을 따라 둘러보게 된다.

청도 운문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청도 운문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절 앞에 이르면 담장 밖으로 기와지붕이 낮게 이어지고, 그 뒤로 산줄기가 바로 붙어 올라간다. 마당까지 들어가지 않고 담장 옆에서 되돌아 나오는 사람도 많다. 돌아 나오는 길에는 아침에 보던 꽃 군락을 반대 방향에서 보게 되는데, 빛이 드는 쪽이 바뀌어 같은 구간도 다르게 보인다.

입장료와 주차장, 찾아가는 길

청도 운문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청도 운문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운문사 관람료는 받지 않는다. 국가유산 관람료 지원이 적용돼 절 안까지 무료로 들어갈 수 있고, 주차료는 승용차 기준 2,000원이다. 별도 개폐 시간 없이 해가 뜬 뒤부터 해가 지기 전까지 둘러볼 수 있으며, 숲 안쪽은 해가 지면 빨리 어두워지므로 낮 시간에 맞춰 가는 편이 낫다.

주차장은 솔바람길 입구와 바로 붙어 있어 차를 세우고 그대로 걸어 들어가면 된다. 차로 갈 경우 운문면 소재지에서 운문댐 옆 도로를 따라 들어오는데, 이 구간에서도 댐 수면과 산줄기가 번갈아 보인다. 꽃무릇 군락은 꽃이 지면 다시 초록 잎만 남으므로, 붉은 바닥을 보려면 절정 기간에 맞춰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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