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전에 만든 못인데 입장도 주차도 공짜에요"... 새벽 물안개 내려앉는 다섯 섬 반영 명소


추색의 위양지 / 한국관광공사-허흥무

추색의 위양지 / 한국관광공사-허흥무

경상남도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의 위양지는 신라시대에 농사용 물을 대기 위해 막아 만든 못이다. 둥그렇게 앉은 물 가운데 작은 섬 다섯 개가 흩어져 있고, 그중 한 섬 위에 기와를 얹은 정자 완재정이 올라서 있다. 물가에는 나무가 촘촘히 서서 못을 둘러싸고, 그 줄기와 잎이 수면에 거꾸로 내려앉는다. 못이 크지 않아 한쪽 물가에 서기만 해도 건너편 섬과 정자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기다리는 시간은 해가 뜨기 전이다. 물과 공기의 온도 차가 벌어지면 수면에서 물안개가 올라와 섬과 나무 밑동을 낮게 덮는다. 일교차가 커지는 9월 하순부터 아침 안개가 두꺼워지고, 바람이 없는 새벽일수록 안개가 흩어지지 않고 못 위에 오래 머문다.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사이 정자와 나무가 물에 비치는 모습이 또렷해지는데, 이 장면 때문에 어두울 때 도착해 자리를 잡는 사람이 많다.

섬 다섯 개와 물에 비치는 정자

위양지의 아침 / 한국관광공사-최재영

위양지의 아침 / 한국관광공사-최재영

못 안의 섬은 크기가 제각각이다. 나무 몇 그루만 얹힌 작은 섬도 있고, 숲처럼 우거진 섬도 있다. 물가를 따라 걸으면 섬이 겹쳐 보이다가 다시 벌어지면서 앞뒤 간격이 계속 달라진다. 수면이 잔잔한 아침에는 섬과 하늘이 위아래로 똑같이 두 번 보인다.

완재정은 1900년 안동권씨 후손들이 이 마을에 처음 들어온 선조를 기리기 위해 섬 위에 세운 정자다. 낮은 담과 나무 사이로 지붕 선만 살짝 드러나 있어, 물가 어느 자리에 서느냐에 따라 정자가 통째로 보이기도 하고 나무에 반쯤 가리기도 한다. 물에 비친 정자까지 함께 담기는 지점은 완재정 정면 물가 쪽이다.

못물은 지금도 아래쪽 논으로 흘러간다. 물가 한쪽에 물을 빼내는 수문이 남아 있어, 저수지로 쓰던 자리가 그대로 풍경이 된 셈이다. 가을에는 물가 나무가 조금씩 색을 바꾸고 못 건너편 논이 누렇게 변해, 같은 자리에서 보는 물빛도 여름과 달라진다.

물가를 한 바퀴 도는 데 20~30분

위양못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위양못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주차장에서 못까지는 거의 바로 닿는다. 계단을 오르거나 산길을 걷는 구간이 없어 물가에 도착하기까지 힘을 들이지 않는다. 물가를 따라 한 바퀴 도는 길은 흙과 자갈이 섞인 평지이고,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걸어도 20~30분이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유모차나 어린아이와 함께 온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다.

위양못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위양못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길을 걷는 동안 시야가 바뀌는 것이 이 못의 재미다. 완재정을 정면으로 보는 구간, 섬 사이로 건너편 나무가 보이는 구간, 논과 마을이 배경으로 들어오는 구간이 차례로 나온다. 물안개는 해가 높아지면 빠르게 사라지므로 이른 시간에 한 바퀴를 먼저 돌고 밝아진 뒤 마음에 든 자리로 다시 가는 편이 낫다.

무료 개방과 찾아가는 길

위양못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위양못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위양지는 입장료를 받지 않고 연중 개방한다. 못 옆에 마련된 주차장도 무료이며, 운영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새벽에도 들어갈 수 있다. 다만 못 주변에는 조명이 많지 않아 어두운 시간에는 물가 가까이로 내려서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밀양 시내에서 차로 15분 남짓이면 도착한다. 못 주변이 농사 짓는 마을이라 진입로가 좁고, 사진 촬영객이 몰리는 주말 새벽에는 주차장이 먼저 차기도 한다. 5월에는 물가의 이팝나무가 하얗게 피어 못 전체가 다른 분위기로 바뀌는데, 물안개와 반영을 보러 간다면 일교차가 벌어지는 가을 아침이 더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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