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역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
전북 남원 사매면에는 기차가 더 이상 서지 않는 역이 하나 남아 전한다. 목조로 지은 낮은 역사와 붉게 녹슨 철길이 짙은 녹음 속에 그대로 멈춰 서 있어서, 역이라기보다 오래된 사진 한 장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이 역은 1931년 전라선이 전주에서 남원까지 이어질 때 문을 열었다. 이듬해인 1932년에 목조 역사가 세워졌고, 2002년 10월 전라선을 곧게 펴는 공사로 새 역사가 다른 자리에 들어서면서 이곳에는 기차가 서지 않게 됐다. 철거될 뻔한 건물을 남원시가 사들여 공원으로 남겼다.
1932년 모습으로 되살린 목조 역사
서도역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
지금 서 있는 건물은 그대로 버텨 온 것이 아니다. 남원시가 매입한 뒤 1932년 문을 열던 무렵의 기와지붕 목조 건물로 되살린 것이고, 대합실과 역장실은 드라마 촬영을 계기로 다시 꾸며졌다.
건물 안에는 그 시절 물건이 놓여 있다. 발차 시간을 적던 칠판과 목재 벤치가 대합실을 채우고 있고, 역장실과 촬영 당시 스틸 사진도 함께 전시돼 있어 잠시 앉아 둘러보기 좋다.
건물 바깥에 남은 시설도 눈여겨볼 만하다. 일제강점기에 지은 일본식 역장 관사와 역무원 관사가 다다미방을 그대로 두고 남았다. 수동으로 선로를 바꾸던 전환기와 완목신호기도 철길 옆에 그대로 서 있다.
소설 혼불이 시작되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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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은 최명희의 대하소설 혼불의 무대다. 소설의 첫 장면이 이 역에서 시작하고 작중에서는 매안역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데, 효원이 신행을 다녀와 내리던 곳이자 강모가 전주로 통학하며 오르내리던 자리로 그려진다.
영화와 드라마도 이 자리를 여러 번 빌려 갔다. 2018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한 장면이 이 대합실에서 촬영됐고 영화 동주와 해어화도 이곳에서 찍혔는데, 남원시가 2006년 주민들의 건의를 받아 영상촬영장으로 되살린 것이 계기가 됐다.
철길 옆으로는 키 큰 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섰다. 메타세쿼이아가 철길 양옆으로 자라 터널처럼 그늘을 만들고 가을이면 주황빛으로 물들며, 선로를 따라 심어진 벚나무 가운데는 수령이 50년을 넘긴 것도 섞여 있다.
혼불문학관까지 이어지는 길
서도역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
폐철길을 따라 걷는 산책로는 400미터쯤이다. 길이 평탄해 유모차를 밀거나 걸음이 느린 사람도 무리 없이 다닐 수 있고, 경내에는 소나무숲길처럼 이름이 붙은 갈래도 함께 나 있다.
이 역에 들어가는 데 드는 비용은 따로 없다. 입장료와 주차료를 받지 않고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열어 두며 쉬는 날도 따로 두지 않는다. 다만 차와 자전거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안내한다.
다만 주차 공간은 넉넉한 편이라고 하기 어렵다. 입구에 댈 수 있는 자리가 몇 대뿐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주말에는 인근 마을 쪽에 세우고 걸어 들어가는 편이 마음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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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차로 5분이면 혼불문학관에 닿는다. 1.4킬로미터 거리에 있고 입장료 없이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여는데 월요일은 쉬며, 소설의 배경이 된 노봉마을도 같은 자리에 있어 이어 붙이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