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궁계곡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지리산 깊은 골짜기에는 한여름에도 물이 차고 맑은 계곡이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산내면에 자리한 달궁계곡으로, 무더위를 피해 시원함을 찾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여름 피서지다. 도심이 30도를 웃도는 날에도 이곳은 서늘한 공기가 감돈다.
달궁계곡은 반야봉과 노고단, 만복대 같은 지리산의 높은 봉우리에 둘러싸여 있다. 그 덕분에 사철 수량이 풍부하고 물이 유난히 맑고 차갑다. 깊은 산이 만들어 내는 서늘함이 계곡 전체에 배어 있다.
이 계곡의 이름에는 오래된 전설이 담겨 있다. 어떤 이야기가 전해지는지, 또 여름에 어떻게 즐기면 좋은지 살펴보자.
마한의 별궁 전설이 담긴 달궁
달궁계곡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달궁이라는 이름은 삼한시대 마한의 별궁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기원전 무렵 마한이 진한과의 싸움에서 밀리자, 왕이 이 깊은 산속으로 궁을 옮겨 별궁을 지었다는 이야기다. 달을 볼 수 있는 궁이라는 뜻에서 달궁이라 불렸다고도 전해진다.
전설에 따르면 이때 인근 정령치와 황령치에 성을 쌓았다고 한다. 정 장군과 황 장군이 각각 고갯마루를 지키며 궁을 방어했다는 데서, 두 고개의 이름이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달궁계곡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야기의 사실 여부를 떠나, 이렇게 깊고 험한 산속이 피란처로 여겨졌을 만큼 달궁이 외지고 아늑한 곳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오늘날에도 사람의 발길이 크게 붐비지 않아 한적하게 자연을 누리기 좋다.
남원 산내면에서 뱀사골을 지나 더 올라가면 달궁에 이르는데, 지리산을 찾는 이들이 함께 둘러보기 좋은 길목이기도 하다.
차고 맑은 물과 여름 피서
달궁계곡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달궁계곡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물이다. 지리산 높은 곳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한여름에도 손이 시릴 만큼 차갑고, 바닥의 자갈이 훤히 비칠 정도로 맑다.
계곡을 따라가면 안심소와 청룡소, 쟁반소처럼 이름 붙은 웅덩이와 작은 폭포가 곳곳에 있다. 오랜 세월 물살이 바위를 깎아 만든 돌개구멍들이라, 소마다 물빛과 깊이가 달라 보는 재미가 있다. 에메랄드빛으로 고인 물웅덩이는 사진으로 담기에도 좋다.
발을 담그고 잠시 쉬어 가기에도 좋고, 계곡을 낀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하며 풍경을 즐기기에도 어울린다.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정령치와 성삼재 방면 산길은 지리산의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달궁계곡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근처에는 야영장이 있어 하룻밤 머물며 계곡의 밤공기를 느끼려는 사람도 많다. 낮에는 물놀이를, 밤에는 서늘한 산바람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다만 계곡물은 생각보다 차갑고 깊은 곳도 있어 물놀이 때 주의가 필요하다. 비가 온 뒤에는 물이 불어 물살이 세질 수 있으니 조심하고, 국립공원인 만큼 정해진 곳에서 자연을 지키며 즐기는 것이 좋다. 야영장과 편의시설 운영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방문 전에 확인해 두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