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룡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서울 한강을 보며 한 번쯤 떠올리는 물음이 있다. 이 큰 강은 대체 어디서 시작될까. 답은 강원도 태백의 깊은 산속에 있다. 금대봉 기슭 해발 900m 언저리,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작은 샘 검룡소다.
이 소박한 샘이 품은 숫자는 소박하지 않다. 여기서 시작한 물줄기는 골지천과 조양강, 동강을 거치며 몸집을 불려 514km, 옛말로 1,300리를 흘러 서해에 닿는다.
1987년 국립지리원이 이곳을 한강의 공식 발원지로 인정했고, 2010년에는 일대가 국가 명승 제73호로 지정됐다.
검룡소 / 한국관광공사-임태원 |
숫자보다 놀라운 것은 현장의 감각이다. 금대봉 일대 석회암 지대에 스며든 빗물이 암반을 뚫고 하루 2,000톤씩 솟아오르는데, 수온이 한여름에도 9도 안팎이라 소 가까이 서면 서늘한 기운이 끼쳐 온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멈춤 없는 샘이다.
걷는 맛으로 가는 발원지
검룡소 / 한국관광공사-신혜성 |
검룡소의 또 다른 미덕은 가는 길이다. 주차장 옆 탐방로 입구에서 검룡소까지는 1.5km, 왕복 1시간 남짓의 길인데 오르막이랄 것이 거의 없어 산책에 가깝다. 아름드리 활엽수가 하늘을 덮은 숲길을 물소리와 새소리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이끼 낀 바위 사이로 첫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초여름의 검룡소 길은 특히 좋다. 우거진 숲 그늘과 찬 샘물의 기운이 겹쳐 한낮에도 서늘해, 더위를 피해 일부러 찾는 여행객이 많다. 검룡소를 품은 금대봉과 이웃 대덕산 일대는 야생화로 이름난 생태 보전 지역이라, 여름이면 길섶에 피는 들꽃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길이 순한 덕에 아이 손을 잡은 가족,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도 부담 없이 걷는다. 발원지 보호를 위해 소 주변은 나무 데크 전망대에서만 들여다보게 되어 있다.
이무기가 몸부림친 물길
검룡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검룡소라는 이름에는 전설이 흐른다. 서해에 살던 이무기 한 마리가 용이 되기를 꿈꾸며 한강 물줄기를 거슬러 거슬러 올라왔고, 마지막에 이 소로 들어가려 몸부림친 자국이 지금의 폭포처럼 굽이치는 물길이 됐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소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곧게 떨어지지 않고 암반 위를 S자로 휘감아 내려, 전설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물길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 가는 물이 정선과 영월의 강을 이루고 서울을 가로지른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그래서 검룡소는 매년 한강 대탐사가 출발하는 상징적인 자리이기도 하다. 시원(始原)을 눈으로 확인하는 일은 생각보다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태백까지 갔다면 하루에 두 강의 시원을 만나는 일정도 가능하다. 시내의 황지연못은 낙동강이 시작되는 자리로, 검룡소와 함께 들르면 한강과 낙동강의 첫물을 같은 날 눈에 담는 셈이 된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해 검룡소에서 차로 멀지 않다.
검룡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다녀오는 채비는 단출해도 된다. 운동화에 물 한 병, 여름에도 서늘하니 얇은 겉옷 하나면 충분하다. 탐방 시간 등 세부 사항은 계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을 권한다. 비 온 뒤에는 물줄기가 한층 힘차져 또 다른 풍경을 보여 준다. 한강의 첫 숨소리를 듣는 왕복 한 시간, 올여름 가장 시원한 산책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