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하나투어의 인공지능(AI) 전환이 단순한 업무 보조를 넘어 ‘직원이 직접 AI를 만들어 쓰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여행상품 기획부터 고객만족도·VOC 분석, 수요 예측, 사내 규정 안내까지 현업 직원들이 업무에 필요한 AI 에이전트를 직접 제작하며 전사적 AX(AI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11일 기준 하나투어가 기업용 생성형 AI 서비스 ‘웍스AI’를 도입한 지 3개월 만에 임직원이 직접 만든 맞춤형 AI 에이전트는 572개에 달했다. 실사용자 943명을 기준으로 하면 1.6명당 1개꼴이다. 회사가 일괄적으로 제공한 AI 도구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현업 직원들이 각자의 업무 노하우와 기준을 AI에 담아 ‘나만의 업무 도구’를 만들어 활용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상품·영업·고객서비스 등 여행업 핵심 업무로 AI 활용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면서 하나투어는 이를 전사 AX의 동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최근 취임한 조좌진 신임 대표 역시 AI 기반 디지털 혁신을 통해 상품 기획부터 고객 상담, 타깃 마케팅까지 여행 밸류체인 전반을 고도화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하나투어가 임직원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기업용 AI 서비스 '웍스AI' 화면 / 사진-하나투어 |
여행 일정표부터 VOC까지…현업이 직접 만든 AI
직원들이 제작한 에이전트 가운데는 여행업 특화 업무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두드러진다. 여행 일정표를 자동으로 구성하거나 상품 기획을 지원하는 에이전트를 비롯해 고객만족도와 VOC를 분석하고, 여행상품 수요를 살펴보는 도구 등이 대표적이다. 상품을 만들고 판매한 뒤 고객 반응을 분석하는 여행업의 주요 업무 흐름 곳곳에 생성형 AI가 들어가기 시작한 셈이다.
인사(HR)와 사내 규정 안내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내부 문의를 AI가 대신 처리하면서 지원 부서는 단순 질의 대응을 줄이고, 현업 직원은 필요한 정보를 보다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생성형 AI의 쓰임이 단순한 문서 작성이나 검색을 넘어 특정 업무를 반복적으로 처리하는 ‘전용 실무 도구’로 확장되고 있다는 게 하나투어의 설명이다.
IT부서 기다리지 않는다…현업이 스스로 업무 자동화
이번 변화에서 주목할 부분은 AI 에이전트 제작의 주체가 IT부서가 아니라 현업 직원이라는 점이다.
기존에는 작은 업무라도 자동화하려면 IT부서의 개발이나 별도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했다. 그러나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직원이 입력 조건과 검토 기준, 원하는 결과물 형태를 직접 설정해 필요한 도구를 만들 수 있다.
특히 부서마다 흩어져 있거나 특정 담당자만 처리하던 파편화된 업무도 현업 차원에서 자동화할 수 있어, 기존 시스템 개발이 미치기 어려웠던 영역까지 AI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단순히 업무시간을 줄이는 효과에만 그치지 않는다. 직원 개인에게 축적된 실무 노하우를 조직의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담당자의 PC나 기억 속에 머물던 업무 규칙과 판단 기준을 프롬프트와 에이전트 형태로 남기면 인사이동이나 부재가 발생해도 이를 다른 직원이 공유해 활용할 수 있다. 개인의 경험에 의존했던 업무를 데이터와 도구로 전환하면서 업무 연속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상품·영업·항공까지…AI 이해도 높아지며 협업도 빨라져
현업의 AI 활용 경험이 쌓이면서 IT부서와의 협업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상품·영업·항공 등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AI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부분에서 한계가 있는지를 경험하면서, 고객 대상 서비스 개발에서도 보다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나투어는 이 같은 현업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고객 맞춤형 AI 서비스 도입과 개선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반복 업무 자동화와 의사결정 지원을 확대하고, 외부적으로는 여행자의 취향과 목적, 일정 등을 반영한 초개인화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조좌진 대표, AI로 여행 밸류체인 전반 최적화
하나투어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전사 AX를 한층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취임한 조좌진 신임 대표는 전사 전략 발표를 통해 AI 기반 디지털 혁신으로 여행 밸류체인 전반을 최적화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상품 기획부터 고객 상담, 타깃 마케팅 등 주요 업무에 AI를 적용해 운영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고객에게는 보다 정교한 개인 맞춤형 여행 경험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AI가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자동화 수단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상품 경쟁력과 고객 경험을 동시에 높이는 성장 도구로 활용되는 셈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웍스AI 도입은 단순한 업무 자동화를 넘어 임직원이 주도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실무 노하우를 자산화하는 계기가 됐다”며 “현업의 축적된 AI 활용 역량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더욱 차별화된 맞춤형 여행 경험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