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남지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
충남 부여 읍내 남쪽에는 삼국시대에 판 연못이 지금까지 그대로 남았다. 삼국사기에는 무왕 35년, 그러니까 634년 3월에 궁성 남쪽에 못을 파고 20여 리 밖에서 물을 끌어들였다고 적혀 있다. 물가에 버드나무를 심고 못 가운데에 섬을 만들었다는 대목까지 함께 전해져서, 지금 보는 풍경의 뼈대가 그때 잡혔음을 알게 된다.
이 연못은 1964년에 사적으로 지정됐다. 문화재로 묶인 구역만 3만 제곱미터가 넘고 그 둘레의 보호구역까지 더하면 훨씬 넓어져서, 물과 연잎이 시야 끝까지 이어지는 개방감이 이곳의 첫인상이 된다.
634년에 판 연못과 물 가운데 섬
궁남지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
연못 한가운데에는 사람이 흙을 쌓아 만든 섬이 하나 떠 있다. 그 위에 포룡정이라는 정자가 올라앉았고 물가에서 다리를 건너 들어가도록 놓여서, 정자까지 걸어 들어가 연못을 사방으로 둘러보게 된다.
잔잔한 날에는 수면이 거울처럼 바뀐다. 정자의 실루엣과 하늘이 물에 그대로 접혀 위아래가 겹친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 바람이 자는 이른 아침에 이 구도를 담으려는 사람이 많다.
물가를 따라서는 오래된 수양버들이 줄지어 늘어섰다. 오래 자란 나무들이 물 쪽으로 가지를 길게 늘어뜨려 산책로 위로 그늘을 만들어 주니, 볕이 남아 있는 늦여름에도 걷는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연잎 사이에 피는 백련과 홍련
궁남지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
이 연못에 심어 둔 연은 한 종류에 그치지 않는다. 흰 꽃이 피는 백련과 붉은 기가 도는 홍련이 함께 있고 수면에 낮게 뜨는 수련, 잎이 넓게 퍼지는 빅토리아연까지 구역을 나눠 심어 두어서 걷는 동안 꽃 모양이 계속 바뀐다.
꽃이 피는 시기는 4월부터 9월 사이로 길게 이어진다. 한여름이 가장 볼 만한 시기로 꼽히고 8월까지도 개화기에 들어가므로, 여름 끝자락에 찾아도 초록 연잎 사이에서 꽃을 만나게 된다.
연잎이 만들어 내는 장면도 꽃에 못지않게 볼 만하다. 사람 키에 가까운 잎이 물 위를 빽빽하게 덮고 있다가 바람이 지나가면 한꺼번에 뒤집히며 흔들리는데, 그 움직임이 연못 전체로 번져 나가는 모습이 이 자리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요금과 여는 시간, 이어 갈 곳
궁남지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
입장료는 받지 않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려 있다. 주차장이 연못 옆에 마련돼 차로 들어가기에 어렵지 않고, 문의할 일이 있다면 부여군 관광 부서로 연락하면 된다. 해마다 7월 초에는 서동연꽃축제가 열리는데 2026년에는 7월 3일부터 5일까지 사흘 동안 진행됐다. 축제 기간에는 사람이 크게 몰리니 조용히 걷고 싶다면 그 시기를 비켜 가는 편이 낫다.
가까운 곳으로는 부소산성과 정림사지가 이어진다. 세 곳 모두 부여 읍내에 모였고 백제역사유적지구로 함께 묶이는 자리라, 하루 일정으로 차례차례 도는 경우가 많다. 걸어서 옮겨 다니기에도 부담이 크지 않은 거리다.
궁남지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
이 연못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얼굴이 크게 달라진다. 여름에는 연잎과 꽃이 물을 덮고 겨울에는 마른 줄기와 버드나무 가지만 남아서, 같은 자리를 다른 계절에 다시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