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아버지가 머물던 곳에 지은 민간 정원" 연못을 배롱나무가 둘러싸고 있는 조선시대 전통 정원 여행지


담양 명옥헌 원림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영

담양 명옥헌 원림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영

전남 담양 후산마을 안쪽에는 조선시대에 만든 민간 정원이 하나 남아 있다. 명곡 오희도가 광해군 때의 정쟁을 피해 이 자리에 들어와 지냈고,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아들 오이정이 아버지가 머물던 곳에 정자를 짓고 그 둘레를 정원으로 가꾸었다.

나라에서 만든 정원이 아니라 한 집안이 자기 자리에 들인 정원이라, 규모보다 짜임새를 보는 곳에 가깝다.

이 정원은 2009년 9월에 명승으로 지정됐다. 연못과 정자와 나무가 처음 놓인 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남아 있어서, 조선 사람이 정원을 어떻게 앉혔는지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아들이 아버지의 자리에 지은 정자

담양 명옥헌 원림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영

담양 명옥헌 원림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영

이 정원의 한가운데에는 네모난 연못이 놓여 있다. 남북으로 40미터, 동서로 20미터쯤 되는 방지 형태이고 가운데에 둥근 섬을 하나 두어서, 네모와 동그라미가 겹치는 옛 정원의 구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연못 위쪽에는 정자가 북쪽을 보고 앉아 있다. 정면 세 칸에 옆면 두 칸으로 지은 팔작지붕 건물인데, 마루에 서면 연못이 아래로 내려다보이도록 자리를 잡아 두어서 정자와 물이 한 시선 안에 들어온다. 정자 이름도 물소리가 옥이 부딪히는 소리 같다는 뜻에서 나왔다.

담양 명옥헌 원림 / 한국관광콘텐츠랩-오경택

담양 명옥헌 원림 / 한국관광콘텐츠랩-오경택

산자락에서 내려오는 물이 그대로 이 연못으로 이어진다. 계곡물이 흘러 들어와 못을 채우고 다시 아래로 빠져나가는 구조라, 물소리가 정자 마루까지 올라오고 여름에는 매미 소리가 그 위에 겹친다.

연못을 둘러싼 배롱나무 100여 그루

담양 명옥헌 원림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영

담양 명옥헌 원림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영

이 정원을 널리 알린 것은 다름 아닌 배롱나무다. 연못을 둥글게 에워싸듯 100여 그루가 서 있어서, 꽃이 오르면 물 둘레가 붉은 띠로 감기는 장면이 나온다.

오래 자란 나무들이라 줄기가 하나같이 굽어 있다. 곧게 오르지 않고 사방으로 휘어 나간 가지가 연못 쪽으로 기울어져서, 꽃이 물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수면에도 같은 붉은색이 비친다.

꽃은 7월 중순에 시작해 8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여름 내내 붉은 상태가 유지되는 셈이라 늦여름에 찾아도 꽃을 만나게 되고, 바람이 불면 꽃잎이 흙길과 물 위로 흩어지는 모습까지 함께 보게 된다.

후산마을 주차장에서 700미터

담양 명옥헌 원림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영

담양 명옥헌 원림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영

이곳은 입장료도 주차료도 따로 받지 않는다. 마을 입구에 마련된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가는 구조인데, 정원까지는 700미터쯤 되니 왕복 시간을 함께 잡아 두는 편이 낫다.

길은 자갈과 흙이 섞여 있고 오르내림도 심하지 않은 편이다. 원림 자체가 넓은 편이 아니라 둘러보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사람이 적은 시간을 고르면 인상이 달라진다. 정자 마루에 앉아 물소리와 매미 소리만 듣게 되는 자리라, 붐비는 한낮보다 이른 아침 쪽이 이 정원의 성격에 더 가깝다.

담양 명옥헌 원림 / 한국관광콘텐츠랩-오경택

담양 명옥헌 원림 / 한국관광콘텐츠랩-오경택

담양 안에서는 소쇄원까지 함께 도는 경우가 많다. 두 곳 모두 조선시대에 만든 민간 정원이면서 성격이 서로 달라서, 하루에 이어 보면 옛 정원을 짓던 방식의 차이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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