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실리콘 주걱 머리 끝에만 옅은 누런 기가 남아 있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서랍에서 실리콘 주걱을 꺼내 보면 머리 끝이 누렇게 물들어 있고, 손으로 만지면 미끌거리면서 기름 냄새가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볶음이나 전처럼 열과 기름을 많이 받는 요리에 자주 쓰는 도구인데, 쓸 때마다 설거지를 했는데도 색이 돌아오지 않아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린다.
그래서 세제를 듬뿍 묻혀 박박 문지르거나 끓는 물에 넣고 삶아 보게 되는데, 문질러도 누런 물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고 삶고 나면 표면이 오히려 더 끈적해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몇 번 그러다 결국 새것을 사게 된다.
이때 마시다 남은 소주가 유용하다. 소주와 물을 1대 1로 섞어 주걱 머리를 담가 두면 실리콘에 배어든 색소가 풀려 나오면서 기름 냄새도 함께 빠지는데, 힘을 줄 필요 없이 담가 두기만 하면 된다.
세제로 문질러도 빠지지 않는 실리콘 주걱의 누런 물
주걱 머리와 손잡이가 만나는 이음새를 가까이에서 본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실리콘 주걱의 누런 물은 표면에 묻은 때가 아니라 실리콘 안쪽으로 배어든 기름 색소다. 실리콘은 딱딱한 플라스틱과 달리 말랑하게 늘어나는 소재라서 뜨거운 팬에 닿아 온도가 올라가면 표면이 살짝 벌어지고, 그 사이로 양념과 볶음 기름의 색이 스며든다.
주방 세제는 표면에 얹힌 기름을 물에 씻겨 나가게 만드는 것이라서, 이미 실리콘 속으로 들어간 색은 수세미가 닿는 자리에 없어 아무리 문질러도 옅어지지 않는다. 손잡이와 머리가 만나는 이음새 틈도 수세미가 들어가지 않아 기름기가 남고, 거기서 나는 냄새가 다음에 볶는 음식에 따라온다.
소주가 통하는 이유는 소주에 든 알코올이 물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색소와 기름 성분을 녹여 내기 때문인데, 담가 두는 동안 알코올이 실리콘 표면 안쪽까지 배어들면서 갇혀 있던 색을 끌어내 물 쪽으로 풀어 놓는다. 그래서 문지르는 대신 시간을 들여 담가 두어야 한다.
실리콘 주걱에 밴 누런 물과 기름 냄새 빼는 방법
유리 그릇에 소주와 물을 같은 양으로 붓는 준비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마시다 남은 소주와 물, 주걱 머리가 잠길 만한 깊은 그릇 하나다. 냄새가 배지 않는 유리나 스테인리스 그릇이 좋고, 소주와 물은 1대 1로 붓는다. 담그기 전에 주걱을 평소대로 한 번 설거지해 겉기름을 없애는데, 이음새를 손가락으로 벌리고 그 틈까지 수세미 끝으로 닦아 준다.
이제 주걱 머리를 소주물에 완전히 잠기게 넣고 4시간 이상 그대로 둔다.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담가 두었다가 아침에 꺼내면 시간을 맞추기 쉽다. 담가 둔 물이 노랗게 흐려지면 색소가 빠져나오고 있는 것이고, 색이 짙게 밴 주걱은 하룻밤을 꽉 채워 두는 것이 좋다.
소주와 물을 섞은 유리 그릇에 주걱 머리만 잠긴 상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시간이 지나면 꺼내서 주방 세제로 한 번 더 설거지하고 흐르는 물에 충분히 헹군다. 손으로 만졌을 때 미끌거림이 없어야 헹굼이 끝난 것이다. 헹군 주걱은 머리를 위로 세워 볕이 드는 자리에서 말리면 물기와 함께 남은 냄새도 옅어진다. 소주는 불이 붙는 액체라서 담그고 헹구는 동안 가스레인지 불은 꺼 두는 것이 안전하다.
헹군 실리콘 주걱을 머리가 위로 향하게 세워 말리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한 번으로 색이 다 빠지지 않으면 소주물을 새로 만들어 한 번 더 담가 두면 되고, 두세 달에 한 번씩 담가 두면 누런 물이 짙어지기 전에 정리된다. 다만 주걱에서 탄내가 나거나 표면이 갈라지고 부스러지면 교체 시점이 지난 것이라서, 담그는 대신 새것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소주가 조금 남았을 때 그대로 버리지 말고 그릇에 붓고 주걱을 담가 보길 권한다. 주걱은 음식에 가장 오래 닿는 도구라서, 여기에 밴 기름 냄새를 빼 두면 그다음에 무엇을 만들어도 그 냄새가 옮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