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와 애호박, 두부가 담긴 된장찌개가 한국 가정의 식탁 위 냄비에 담겨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저녁 반찬이 마땅치 않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된장찌개다. 냉장고에 남은 애호박과 감자, 두부 한 모만 있으면 끓일 수 있어 일주일에 한두 번은 밥상에 올리게 되는데, 이상하게 집에서 끓인 된장찌개는 밖에서 먹던 맛이 나지 않는다.
재료를 더 넣어 보기도 하고 된장을 한 숟갈 더 풀어 보기도 하지만, 국물이 진해질 뿐 코끝에 도는 구수한 향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 오히려 된장을 많이 넣을수록 국물이 텁텁해지고 짠맛만 앞서서, 결국 물을 더 부어 맛을 눅이는 일이 반복된다.
이때 재료나 양을 바꾸는 대신 된장을 넣는 시점만 뒤로 미루면 맛이 달라진다. 채소를 먼저 익히고 된장은 나중에 푸는 순서다.
오래 끓일수록 옅어지는 된장의 구수한 향
뚜껑을 연 냄비에서 감자와 애호박이 먼저 끓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된장의 구수한 향은 오랜 발효를 거치며 만들어진 것인데, 이 향은 열에 약해서 국물이 끓는 동안 수증기와 함께 조금씩 날아간다. 뚜껑을 열고 팔팔 끓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향은 옅어지고, 남는 것은 짠맛과 된장 덩어리가 풀린 진한 색뿐이다.
대부분은 물이나 육수가 끓어오르면 된장부터 푼다. 된장이 잘 풀리기 때문인데, 그다음에 감자와 애호박을 넣어 익히다 보면 된장은 15분이 넘게 계속 끓게 된다. 처음에 나던 구수한 냄새가 다 끓이고 났을 때 사라져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국물이 텁텁해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반대로 단단한 채소를 먼저 익혀 두면 된장이 국물에 머무는 시간을 절반 아래로 줄일 수 있다. 채소에서 나온 단맛이 이미 국물에 우러난 상태에서 된장이 들어가니, 짧게 끓여도 간이 겉돌지 않고 향은 그대로 남는다.
된장찌개 구수한 향 살려 끓이는 방법
감자와 애호박을 넣은 냄비가 센 불에서 끓어오르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냄비에 물이나 멸치 육수를 붓고 먼저 넣는 것은 감자와 애호박처럼 단단한 채소다. 감자는 도톰하게 썰어 먼저 넣고 애호박은 반달 모양으로 썰어 함께 넣은 다음, 센 불에서 끓어오르면 그대로 두고 채소가 반쯤 익기를 기다린다.
반쯤 익었다는 것은 감자 가장자리가 살짝 투명해지고 젓가락을 찔렀을 때 끝만 들어가다 중간에서 걸리는 상태다. 이때 된장을 풀면 된다. 국자에 된장을 덜어 국물을 조금 떠서 개어 넣으면 덩어리가 남지 않고 고르게 풀린다.
국자에 던 된장을 뜨거운 국물로 개어 냄비에 넣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된장을 푼 뒤에는 곧바로 중불로 줄이고 5분에서 7분만 더 끓인다. 이 시간이면 감자는 속까지 익고 국물에는 간이 배는데, 그 이상 끓이면 향이 날아가기 시작하므로 시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된장을 푼 찌개가 중불에서 잔잔하게 끓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다진 마늘 1스푼과 청양고추 한두 개는 이 마지막 5분 사이에 넣어야 알싸한 향이 살아 있다. 두부와 대파는 불을 끄기 직전에 넣고 한소끔만 올린다. 두부를 일찍 넣으면 속까지 짜지고 모양도 부서진다. 두부를 넣을 때는 국물이 튀지 않게 냄비 가장자리로 밀어 넣는 것이 안전하다.
된장은 집집마다 짠맛이 달라서, 처음 풀 때는 평소보다 조금 적게 넣고 5분쯤 끓인 뒤 맛을 보고 더하는 편이 낫다. 남은 찌개를 다음 끼니에 다시 데울 때도 팔팔 끓이지 말고 중불에서 데우면 향이 덜 빠진다.
늘 끓이던 된장찌개라도 된장을 넣는 때 하나만 바꿔 보길 권한다. 순서를 조금 늦추는 것만으로 같은 된장에서 훨씬 구수한 국물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