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머물다간 월류봉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재현 |
충북 영동 황간면에는 강물이 크게 휘도는 자리에 절벽 하나가 서 있다. 높이 407미터의 이 봉우리는 강 쪽으로 수직에 가깝게 깎여 내려가고, 그 아래를 초강천이 천천히 감아 돌며 지나간다. 물살이 잔잔한 날에는 절벽이 수면에 그대로 비쳐 위아래가 겹친 그림처럼 보인다.
이름은 달이 머물다 갈 만큼 아름답다는 뜻에서 왔다. 절벽 끝자락에는 월류정이라는 정자가 아슬아슬하게 올라앉은 자리여서, 봉우리와 정자와 강물이 한 화면에 같이 담기는 구도가 나온다.
달이 머물다 간다는 이름
월류봉 / 한국관광콘텐츠랩-이효직 |
이 일대는 예부터 여덟 곳의 절경으로 묶여 불려 왔다. 한천팔경이라 이름 붙은 이 여덟 자리 가운데 첫 번째로 꼽히는 곳이 바로 이 봉우리이고, 나머지 자리들도 강을 따라 멀지 않은 거리에 흩어져 남았다.
이 이름을 정리한 사람은 우암 송시열이다. 조선 후기의 학자였던 그가 이 봉우리 앞에 한천정사를 짓고 머물며 학문을 닦고 제자를 가르쳤고, 근처에는 그를 기리는 유허비가 충청북도 기념물로 남았다.
운해가 흐르는 월류봉 / 한국관광콘텐츠랩-박준덕 |
봉우리 아래 강가에는 고운 모래와 조약돌이 융단처럼 넓게 깔려 나간다. 절벽 아래로 내려서면 물가를 따라 걷기 좋은 자리가 이어지고, 인공 시설물이 거의 없어 물소리와 바람 소리만 남는다.
여름 끝자락에는 절벽 위로 짙은 녹음이 덮여 바위와 초록이 층을 이룬 모습을 볼 수 있다.
세 갈래로 나뉜 8.4킬로미터 둘레길
황간월류봉 / 한국관광콘텐츠랩-권영현 |
봉우리를 도는 둘레길은 세 갈래로 나뉜다. 세 코스를 모두 합치면 8.4킬로미터가 되는데, 한 번에 다 걷지 않고 시간에 맞춰 한두 코스만 골라 걷는 사람이 많다.
세 코스 가운데 첫 번째인 여울소리길이 가장 짧고 편하다. 2.7킬로미터에 50분에서 한 시간이면 되는 길이라 처음 온 사람에게 어울리고, 두 번째 산새소리길은 3.2킬로미터에 한 시간 30분, 세 번째 풍경소리길은 2.5킬로미터에 한 시간쯤 걸린다.
세 코스 모두 나무 데크로 깔아 둔 구간이 많아 바닥이 고른 편에 속한다. 경사가 심하지 않고 무장애로 조성된 구간도 섞여 있어 걷는 부담이 크지 않지만, 유모차나 휠체어로 전 구간을 도는 것까지 안내되어 있지는 않으니 짧은 코스부터 살펴보고 들어가는 편이 낫다.
요금과 가는 길, 비 온 뒤 확인할 것
월류정 겨울소경 / 한국관광콘텐츠랩-홍종표 |
입장료와 주차료는 받지 않고 연중무휴로 열려 있다. 주차는 황간면 원촌리 월류봉 광장에 마련된 공영주차장을 쓰면 되는데 규모가 크지 않아 주말 낮에는 자리가 빨리 차고, 광장에 화장실이 함께 있어 출발 전에 들르기 좋다.
대중교통이라면 영동역에서 버스를 타고 황간정류소에서 갈아타야 한다. 갈아탄 뒤 월류봉 정류장에 내려 7분쯤 걸으면 닿는다.
비가 온 뒤라면 코스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초강천을 건너는 징검다리가 물이 불면 잠기는 자리라 통행이 막히는 날이 있고, 이를 대신할 출렁다리가 2026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어서 구간에 따라 통제가 걸릴 수 있다.
가까운 곳으로는 반야사와 노근리평화공원이 이어진다. 반야사는 신라 때 문을 연 절이라 절벽을 보고 난 뒤 이어 붙이기 좋고, 두 곳을 함께 묶으면 반나절 일정으로 짜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