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입국심사에 뿔난 여행자들 /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비행기를 13시간 넘게 타고 유럽에 도착했는데, 여행은커녕 공항에서 두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면 어떨까요? 올여름 유럽 주요 공항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여행 데이터 업체 Qsensor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7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입국심사 최대 대기시간은 120분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최대 60분과 비교하면 두 배입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도 최대 80분에서 120분으로 늘었고, 뮌헨공항은 31분에서 60분으로 증가했습니다. 다만 이는 모든 여행객이 두 시간을 기다린다는 의미가 아니라, 여름 성수기 혼잡 시간대에 기록된 최대 대기시간입니다. 문제의 중심에는 올해 유럽에서 본격 시행된 새로운 출입국 관리제도 EES(Entry/Exit System)가 있습니다.
EES란?
EES는 유럽으로 단기 여행하는 비EU 국적자의 입·출국 기록을 전산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2025년 10월 12일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돼 2026년 4월 10일부터 솅겐 전역에서 본격 가동됐습니다. 기존처럼 여권에 입국 도장을 찍는 대신 여권 정보와 입·출국 날짜를 전산으로 저장하고, 얼굴 사진과 지문 같은 생체정보도 등록합니다.
한국 역시 유럽을 180일 중 최대 90일간 단기 방문하는 비EU 여행객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EES 적용 대상입니다. 즉,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특히 EES 시행 후 처음 유럽에 입국하는 경우 여권 정보와 얼굴 사진, 지문을 새로 등록해야 해 기존 입국심사보다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이후 재입국에서는 이미 등록된 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소화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1분짜리 절차가 수천 명씩 몰릴 때
수천 명씩 몰리면 어쩔 수 없습니다 / 사진=unsplash |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EES 한 건을 등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약 70초 수준입니다. 숫자만 보면 그다지 길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제선 여러 편이 동시에 도착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공항마다 설치된 키오스크와 자동화 장비 수가 다르고, 지문이나 얼굴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직원이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여기에 국경심사 인력 부족과 기술적 오류까지 겹치면서 승객들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시간대에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상황은 이미 예고돼 있었습니다.
ACI Europe과 IATA 등 항공업계 단체들은 지난 2월부터 EES 때문에 일부 공항에서 입국심사 대기시간이 최대 2시간에 이르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당시에는 여름 성수기에 모든 승객을 정상적으로 처리할 경우 최대 4시간 이상의 대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공항은 지문검사까지 잠시 껐다
일부 공항은 빠르게 대처 중입니다 / 사진=unsplash |
상황이 심각해지자 일부 유럽 국가와 공항에서는 혼잡 시간대에 EES 절차 일부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일부 공항은 승객이 몰릴 경우 지문 수집 등 일부 절차를 잠시 중단하며 대기열을 줄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임시 조치가 현재로서는 9월 종료될 예정이라는 점입니다.
이미 EU 8개 회원국과 스위스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완화 조치를 연장해달라고 요청했으며, EU 역시 이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결국 EES 자체가 폐지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EU는 이미 1억6천만 건 이상의 입·출국 기록을 EES를 통해 처리했다며 불법 체류 파악과 국경 보안 측면에서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유럽 여행은?
앞으로 유럽 여행은 어떻게 될까요? / 사진=unsplash |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유럽 최초 입국 공항입니다. 인천에서 파리로 직항한다면 파리에서 EES 입국심사를 받지만,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파리로 이동한다면 일반적으로 솅겐 지역 최초 진입지인 프랑크푸르트에서 입국심사를 받게 됩니다.
따라서 EES 혼잡이 심한 시기에는 환승시간이 지나치게 짧은 항공권이 과거보다 부담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특히 별도 발권한 저비용항공이나 기차를 이어 타야 한다면 입국심사 지연까지 고려해 시간을 넉넉하게 잡는 것까지 생각해야합니다.
EU는 여행자가 일부 정보를 미리 입력할 수 있는 ‘Travel to Europe’ 모바일 앱도 마련했습니다. 여권 정보와 얼굴 이미지 등을 입국 전 등록해 현장에서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방식이지만, 현재 모든 국가와 국경검문소에서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용 가능 여부를 사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ETIAS도 기다리고 있다
EU는 2026년 4분기 ETIAS 도입도 예정하고 있습니다. EES와 이름이 비슷해 헷갈리기 쉽지만 다른 제도입니다. EES가 유럽 국경에서 누가 언제 들어오고 나갔는지 기록하는 시스템이라면, ETIAS는 한국을 포함한 무비자 국가 여행객이 유럽으로 출발하기 전에 온라인으로 여행허가를 받는 제도입니다. 정확한 시행일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단기적으로는 EES 장비와 인력이 안정될 때까지 공항마다 입국 속도가 크게 달라지는 과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시스템이 자리를 잡고 생체정보 재등록이 줄어들면 장기적으로는 여권 도장을 일일이 확인하던 기존 방식보다 효율적으로 운영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성수기 유럽행을 준비한다면 이제 비행시간뿐 아니라 입국심사에 걸릴 시간까지 여행 일정에 포함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