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해 농사를 마친 전남 강진 병영면 마을에서는 대나무를 엮어 만든 가래로 물고기를 잡는 전통 고기잡이 '가래치기'가 펼쳐집니다.
- 잡아올린 붕어와 가물치로 3시간 동안 정성껏 끓여내는 전통 음식 '물천어'는 마을 이웃들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풍성한 잔치가 됩니다.
- 조선시대 전라병영성과 하멜 일행이 남긴 빗살무늬 돌담 등 강진 병영의 역사적·문화적 유산은 오늘날에도 따뜻한 공동체의 가치를 전합니다.

전라남도 강진군 병영면에서는 한 해 농수가 끝난 겨울철 저수지 물을 빼고 대나무 어구로 고기를 잡는 전통 어업 가래치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물이나 낚싯줄 하나 없이 150여 개의 대나무살을 엮은 원뿔형 통발로 진흙 바닥을 쾅쾅 찍어 물고기를 낚아채는 이 방식은, 농사의 고단함을 털어내고 마을 공동체가 함께 웃음을 나누는 오랜 삶의 지혜입니다.
수백 년 세월 동안 대를 이어 전해 내려온 가래치기와 강진 한골목의 하멜식 돌담 문화는, 빠름과 효율만을 쫓는 현대 사회에서 자연의 순리와 묵묵한 정성이 지닌 ارزش을 새롭게 일깨워 줍니다.
최근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한해 수확이 마무리되고 저수지 정비를 위해 물을 빼낸 강진의 들녘은 마을 주민들의 활기찬 고함으로 가득 찹니다. 주민들은 손에 대나무로 만든 특이한 모양의 어구인 가래를 하나씩 들고 질퍽한 저수지 진흙밭으로 들어섭니다.
한 해의 고된 농사일을 마친 마을 주민들이 모여 앉아 오랜 전통인 가래치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가래치기는 낚싯바늘이나 그물을 쓰지 않고, 밑이 터진 원뿔형 대나무 통을 저수지 바닥에 쾅 찍어 누르는 전통 고기잡이입니다. 진흙 속에 숨어 있던 붕어나 가물치, 메기가 가래 안에 갇히며 대나무 살을 툭툭 칠 때 전해지는 진동은 낚시의 손맛과는 또 다른 묵직한 손맛과 기쁨을 선사합니다.
왜 지금 이 유산에 주목해야 할까요
가래치기는 단순히 물고기를 잡는 기술에 그치지 않고, 농한기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한 해 농사의 피로를 씻어내던 남도 고유의 공동체 문화입니다. 기계화된 현대 어로 방식 속에서도 손으로 직접 만든 대나무 도구와 사람의 감각에 의존하는 옛 방식을 수십 년째 보존해 오고 있다는 점이 남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또한 강진 병영면은 조선시대 전라남북도와 제주도 육군을 총괄하던 전라병영성이 있던 군사 요충지이자, 1656년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 일행이 귀양을 와 7년 동안 머물렀던 역사 현장입니다. 수백 년 전 낯선 이방인을 보듬었던 강진 사람들의 따뜻한 인심과 삶의 지혜가 오늘날 가래치기 현장에서도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정성과 문화가 빚어낸 전통의 비밀
가래치기에 쓰이는 가래를 만드는 과정에는 엄청난 시간과 노동이 들어갑니다. 대나무살 약 150개를 하나하나 쪼갠 뒤 솥에 골고루 삶아 말리는 과정을 3회 이상 반복해야 병충해에 강하고 단단한 가래가 완성됩니다. 이 제작 기법은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다시 자식에게로 손에서 손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대나무를 정성껏 삶아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에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온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이렇게 잡은 붕어와 민물고기는 마을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보양식으로 변신합니다. 각종 양념을 버무린 물고기에 물을 자작하게 붓고 불 조절을 해가며 무려 3시간 동안 은근히 끓여내는 '물천어'가 그 주인공입니다. 뼈까지 부드럽게 무르도록 정성을 다해 끓인 물천어는 온 마을 주민이 모여 나누어 먹는 진정한 밥도둑이자 잔치의 중심이 됩니다.
직접 잡은 민물고기에 갖은 양념을 넣고 은근한 불로 세 시간 동안 푹 고아내면 깊은 맛의 물천이 완성됩니다.
한편, 병영면의 명물인 '한골목' 담장은 황토와 돌을 대각선 빗살무늬로 엇갈려 쌓아 올린 독특한 양식을 보여줍니다. 1.5km에 달하는 이 담길은 강진에 머물던 하멜 일행이 고향 네덜란드의 축조 방식을 전수해 쌓았다고 전해지며, 남도 땅에 이국적인 풍경과 온기를 함께 더해주고 있습니다.
지역 공동체와 역사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
가래치기 잔칫날이 되면 걸어 다닐 수 있는 마을 주민은 너나할것없이 저수지로 나와 환호성을 지릅니다. 성인 팔뚝만 한 가물치를 낚아 올리고 장원을 다투며 웃꽃을 피우는 동안, 지난 한 해 고됐던 농사의 시름은 자연스럽게 잊혀집니다.
마을 사람들은 수백 년 전 낯선 타국 땅에 떨어져 외로워하던 하멜 일행에게 신발 깎는 일을 나누어주고 음식을 건넸던 따뜻한 정을 여전히 기억합니다. 오늘날에도 갓 잡은 고기로 끓인 물천어를 이웃과 나누는 삶의 모습은, 각박해진 현대 도시 생활에서 잊고 지내던 이웃 간의 정과 여유를 다시 돌아보게 만듭니다.
앞으로 무엇을 살펴봐야 할까요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가래치기와 하멜식 돌담 같은 문화유산은 고령화와 현대화 속에서 자칫 사라질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150개 대나무살을 삶아 가래를 짜는 고된 기술과 남도 특유의 물천어 손맛을 다음 세대에 어떻게 전수하고 기록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수백 년의 시간을 품고 강진 사람들의 인심과 지혜가 깃든 역사의 현장입니다.
강진 병영성의 역사적 복원과 함께 한골목 빗살무늬 돌담, 그리고 수확기 저수지에서 펼쳐지는 가래치기 어업이 지속 가능한 향토 문화 자원으로 보존될 수 있을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연에 순응하며 정성을 다했던 조상들의 삶의 철학은 시대를 넘어 오늘날 우리에게도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FAQ
가래치기에서 사용하는 '가래'는 어떤 어구인가요?
대나무살 약 150개를 쪼개고 삶아서 원뿔형 통발 형태로 엮어 만든 전통 어구입니다. 밑이 터져 있어 저수지 바닥을 눌러 찍으면 물고기의 바둥거림이 손으로 전해집니다.
강진 병영면에서 만들어 먹는 '물천어'는 어떤 요리인가요?
갓 잡은 붕어 등 민물고기에 양념과 물을 넣고 약 3시간 동안 자글자글 은근하게 끓여내는 강진 지방의 전통 보양 음식입니다.
강진 한골목의 '하멜식 돌담'은 무엇인가요?
조선시대 강진에 7년간 머물렀던 네덜란드인 하멜 일행이 쌓은 것으로 전해지는 빗살무늬 형태의 독특한 돌담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