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안 암태도와 진도 섬마을에서는 여름 산란기를 맞아 바다의 귀족이라 불리는 제철 민어와 다양한 수산물 조업이 한창입니다.
- 부레부터 껍질, 머리뼈 맑은탕까지 버릴 것 없는 민어 요리와 함께 마을 사람들이 하나되어 차려내는 남도 특유의 복달임 잔치가 펼쳐집니다.
- 귀촌인과 터줏대감이 한데 어우러져 서로의 노동을 나누고 제철 먹거리를 함께 즐기는 섬마을의 일상은 진정한 삶의 여유와 행복을 전합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초복 무렵, 전남 신안 암태도와 진도 섬마을은 바다가 내어주는 귀한 여름 보양식으로 활기가 넘쳐납니다. 바로 바다의 귀족이라 불리는 제철 민어가 돌아왔기 때문인데요. 수십 미터 바닷속 민어 울음소리를 듣는 전통 어법부터 껍질과 부레까지 버릴 것 하나 없이 차려내는 남도의 복달임 잔치는 고단한 여름을 이겨내는 섬 사람들의 지혜와 이웃 간의 끈끈한 정을 보여줍니다.
남도 바다에 펼쳐진 여름 민어잡이와 복달임 현장
여름이 깊어지면 남도 바다는 그야말로 활기로 출렁입니다. 겨울을 따뜻한 남쪽 바다에서 보내던 민어가 산란기를 맞아 6월부터 8월 사이 서해와 남해 연안으로 찾아오기 때문이죠. 신안 암태도 익금마을의 김성암 선장 부부를 비롯한 섬 어부들에게는 바로 이 시기가 1년 중 가장 바쁘고도 가슴 뛰는 순간입니다.
산란기를 맞아 바다를 찾아오는 민어를 잡기 위해 어부들이 분주하게 출항을 준비합니다.
그물 가득 차오르는 눈부신 은빛 민어는 늙은 어부에게 한 해 결실을 가져다주는 귀한 '바다 농사'랍니다. 조업을 마치고 만선으로 돌아온 어부들은 그해 첫 민어를 홀로 탐내지 않고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팔을 걷어붙입니다. 진도 세방마을 역시 바다낚시로 낚아 올린 풍성한 수산물로 매일이 소풍 같은 날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버릴 것 하나 없는 귀한 민어가 삼복더위에 갖는 의미
그렇다면 조선시대 양반가에서도 으뜸 보양식으로 쳤다는 민어가 이토록 대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민어는 두툼한 살점부터 껍질, 지느러미, 내장, 머리뼈까지 단 한 부분도 버릴 것이 없는 완벽한 생선이기 때문입니다.
부위별로 버릴 것이 하나 없는 민어는 섬마을 사람들에게 고단한 여름을 이겨내게 하는 귀한 보양식입니다.
특히 민어 부레는 '민어가 천 냥이면 부레가 구백 냥'이라는 옛말이 있을 정도로 귀한 특수부위로 꼽힙니다. 쫄깃하고 쫀득한 식감은 입안 가득 고소함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바짝 졸여 나무를 붙이는 천연 접착제로 사용할 정도로 단단한 영양을 품고 있죠. 살짝 데쳐 소금장에 찍어 먹는 껍질과 머리뼈·등뼈를 달달 볶아 사골처럼 푹 우려낸 맑은 민어탕 한 모금은 푹푹 빠지는 무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정성으로 채워줍니다.
바닷속 울음소리를 읽는 오랜 지혜와 나눔의 메커니즘
이토록 귀한 민어를 낚아 올리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 비밀은 바로 대나무로 만든 '감지통'이라는 전통 장대에 있습니다. 선장님은 바닷속으로 장대를 깊숙이 꽂고 귀를 기울이는데요. 산란기 민어가 내는 "부욱부욱" 하는 특유의 울음소리가 대나무 관을 타고 전해져 오면, 바로 그 길목에 그물을 내려 민어떼를 잡는 것이죠.
어부 부부가 바다의 소리를 읽어내며 한 해의 귀한 결실인 민어를 낚아 올리고 있다.
수십 년 세월 바다와 함께 호흡하며 쌓아온 어부의 노하우와 직감이 수중 음향 탐지기보다 더 정확하게 민어의 위치를 찾아내는 셈입니다. 이러한 전통적인 조업 방식과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는 묵묵한 정성이 어우러져 매년 귀한 결실을 바다로부터 선물받고 있습니다.
귀촌인과 마을 공동체가 함께 만드는 남도 현장의 변화
이러한 바다의 풍요로움은 마을 공동체의 풍경마저 따뜻하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진도 세방마을처럼 외지에서 살다 돌아온 귀촌인들과 오랜 터줏대감 어르신들이 한데 어우러져 매일같이 풍성한 성찬을 나눕니다.
이웃과 귀한 식재료를 아낌없이 나누며 정을 쌓아가는 진도 마을의 일상입니다.
중화요리 경력을 살려 마을 어르신들에게 상어 요리와 싱싱한 간을 대접하는 이웃이 있는가 하면, 직접 배를 몰고 어르신들을 모셔 아름다운 섬 투어를 시켜주는 따뜻한 청년도 있습니다. 고추밭 일을 할 때도 누구 하나 혼자 고생하게 두지 않고 온 마을이 돌아가며 품앗이를 해냅니다. 혼자 하면 고된 노동이지만, 여럿이 어울리면 제철 음식과 함께하는 신나는 소풍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지켜보고 경험해야 할 남도 삶의 가치
빠르고 복잡한 도시의 삶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남도 섬마을이 전하는 제철 먹거리와 공동체의 모습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쏟아 얻어내는 자연의 결실과 나눔의 가치는 결코 변하지 않는 법입니다.
우리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한 보양식으로서의 민어가 아니라, 바다를 개간하듯 묵묵히 땀 흘려온 어부들의 노동 가치와 이웃을 먼저 챙기는 따뜻한 정입니다. 무더운 여름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정성 가득한 제철 음식 한 접시를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요? 당신의 마음을 따스하게 채워줄 남도의 풍요로운 계절은 이미 우리 곁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FAQ
민어 부레는 왜 가장 귀한 부위로 꼽히나요?
민어 부레는 쫄깃하고 고소한 독특한 식감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 마리에서 나오는 양이 적어 예로부터 '민어가 천 냥이면 부레가 구백 냥'이라 불릴 만큼 영양과 가치가 높게 평가되었습니다.
어부들이 민어잡이를 할 때 사용하는 '감지통'은 어떤 원리인가요?
감지통은 대나무 장대를 바닷속 깊이 꽂아 산란기 민어가 내는 '부욱부욱' 하는 특유의 울음소리와 진동을 귀로 직접 확인하여 민어떼의 이동 길목을 찾는 전통 조업 도구입니다.
암태도 섬마을에서 끓여 먹는 맑은 민어탕의 특별한 비결은 무엇인가요?
민어의 머리뼈와 등뼈를 기름에 달달 볶은 뒤 물을 붓고 푹 끓여내어 마치 소고기 사골국처럼 하얗고 진한 국물을 우려내는 것이 남도 전통 민어탕의 비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