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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로와 버스가 전혀 다니지 않던 첩첩산중 오지 마을 주민들은 바깥세상과 통하기 위해 직접 흙과 돌을 날라 영동선 양원역을 지어 올렸습니다.
  • 주민들의 오랜 청원과 노고로 만들어진 양원역은 역무원이 없어 열차 안에서 표를 끊는 소박한 풍경 속에서 마을의 유일한 생명선 역할을 해왔습니다.
  • 하루 단 몇 차례 정차하는 완행열차를 타고 장터로 나서는 어르신들의 일상은 효율만을 좇는 현대사회에 느림과 공동체적 정성의 소중함을 보여줍니다.

산으로 둘러싸여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오솔길뿐인 곳, 휴대전화마저 먹통이 되기 일쑤인 경북 봉화와 울진 경계의 오지 마을에는 주민들의 땀과 눈물로 만들어진 작은 간이역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 간이역으로 꼽히는 영동선 양원역입니다. 길 자체가 없어 걸어서 10리 길을 돌아가야 했던 주민들이 손수 흙과 돌을 날라 기차역을 세운 이야기는 영화 '기적'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습니다.

불편함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삶의 길을 개척해 낸 산골 마을 어르신들의 고단하지만 따뜻한 이야기, 도대체 어떤 사연이 담겨 있을까요?

주민들이 직접 손으로 지어 올린 최초의 간이역, 양원역

경상북도 봉화와 울진이 맞닿은 이곳은 예부터 대표적인 오지로 꼽히던 고립무원의 땅입니다. 버스정류장에서 마을까지 가려면 족히 두 시간을 걸어야 할 만큼 교통이 열악했던 곳이죠. 기차가 마을 바로 옆을 지나갔지만, 정차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해 버렸기에 주민들은 눈앞의 철도를 두고도 기찻길을 따라 위태롭게 걸어 다니며 장을 보러 다녀야 했습니다.


마루에 앉아 채소를 다듬는 한 노인이 창밖 기차길을 바라보고 있다

지나가는 기차와 승객들을 보며 반가운 손인사를 건네는 마을 어르신의 일상입니다.


이에 주민들은 뜻을 모아 관계 기관에 수십 년간 청원을 넣었고, 마침내 승강장을 직접 만드는 조건으로 기차 정차를 약속받았습니다. 주민들은 밭에서 돌을 주워 오고 경운기로 흙을 날라 직접 승강장과 자그마한 대합실을 완성했습니다. 철도청이 아닌 순수 주민들의 힘으로 탄생한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 역사 양원역은 그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첩첩산중 오지 마을을 세상과 이어주는 유일한 생명선

양원역에 기차가 서기 전, 가장 가까운 분천역까지 가려면 무려 두 시간을 고되게 걸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간이역이 생긴 뒤로는 기차로 불과 5분이면 이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침과 저녁으로 몇 차례 정차하는 완행열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마을 어르신들이 바깥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출입구이자 생명선이 되었습니다.


흙이 묻은 채 손에 들려 있는 갓 캐낸 달래 뿌리들

산골에 찾아온 봄을 알리는 첫 나물인 달래가 소박한 밥상 준비를 기다립니다.


역사가 너무 작고 역무원도 상주하지 않는 무배치 간이역이다 보니, 이곳에는 여느 역에서 볼 수 없는 정겨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승객들은 미리표를 끊지 않고 기차에 탑승한 뒤, 열차 안에서 승무원에게 직접 운임을 지불하고 승차권을 구매합니다. 세상이 정해놓은 복잡한 시스템이나 매표소 없이도 신뢰와 정으로 이어지는 완행열차만의 특별한 매력입니다.

흙과 돌을 직접 나른 마을 사람들의 간절함과 땀방울

주민들이 스스로 역사를 지으면서까지 기차를 세워야 했던 이유는 오직 하나, 세상과 연결되고 싶다는 간절함 때문이었습니다. 험준한 산세에 가로막혀 병원에 가거나 장을 보러 나가는 것조차 큰 결심이 필요했던 시절, 주민들에게 기차는 삶을 이어나가기 위한 절박한 통로였습니다.


기차 좌석에 나란히 앉은 두 중년 여성이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기차는 오지 마을 주민들에게 바깥세상과 연결되는 소통의 통로이자 이웃을 만나는 반가운 공간이다


그렇기에 주민들에게 양원역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내 손으로 일궈낸 소중한 유산입니다. 이용객이라곤 마을 주민 30여 명이 전부이지만, 어머니 아버지들은 매주 정성스레 대합실을 쓸고 닦으며 역을 가꿉니다. 자신들의 피땀이 어린 공간이기에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깊은 애정을 쏟고 있는 것입니다.

장터 길과 이웃을 잇는 삶의 온기

5일에 한 번 봉화군 춘양면에서 장이 열리는 날이면 양원역은 평소보다 분주해집니다. 어르신들은 직접 재배한 도라지와 산나물 보따리를 이고 기차에 몸을 싣습니다. 앞 역인 승부역에서 탄 이웃 마을 할머니를 반갑게 만나 안부를 묻고 담소를 나누다 보면 한 시간의 이동 길은 금세 지나갑니다.


사람의 손이 2012년 3월 29일에 발급된 열차 승차권을 들고 있는 모습.

간이역에는 매표소가 따로 없어 승무원이 열차 안에서 직접 승차권을 발권해 줍니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으로, 산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강변 마을과 다리가 보입니다.

느릿하게 달리는 완행열차는 오지 마을 사람들에게 세상을 향해 열린 소중한 이동 수단입니다.


춘양장에 도착한 어르신들은 자파점과 미용실을 들러 오랜 단골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따뜻한 순대국밥 한 그릇을 말아먹으며 고단했던 시름을 털어냅니다. 해 질 녘 집 앞으로 바로 돌아오는 막차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소박하지만 충만한 행복이 피어납니다.

효율의 시대에 느림과 정성이 남긴 소중한 유산

모든 것이 빠르고 편리하게 변해가는 현대사회에서, 직접 돌을 날라 만든 양원역과 천천히 달리는 영동선 완행열차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효율과 경제성이라는 잣대로만 본다면 작고 보잘것없는 간이역일지 모르지만, 그 속에는 이웃 간의 따뜻한 정과 삶을 향한 묵직한 헌신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도 기차가 지날 때마다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는 양원역 어르신들. 거친 삶의 무게 속에서도 자연의 순리에 응하며 정성을 다해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잊고 지내온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아닐까요?


FAQ

양원역은 정말 주민들이 직접 만든 기차역인가요?

네, 맞습니다. 경북 봉화와 울진 경계의 오지 마을 주민들이 기차가 정차할 수 있도록 직접 돌과 흙을 날라 승강장과 대합실을 지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철도 역사상 최초의 민자 간이역입니다.

양원역에는 역무원이나 매표소가 없나요?

양원역은 역무원이 상주하지 않는 무배치 간이역입니다. 따라서 승객들은 승강장에서 기차에 먼저 탑승한 뒤, 열차 안에서 승무원에게 직접 운임을 내고 승차권을 끊습니다.

영화 '기적'과 양원역은 어떤 관계가 있나요?

배우 박정민, 이성민 등이 출연한 영화 '기적'은 도로가 없어 기찻길로만 다녀야 했던 봉화 오지 마을 사람들이 직접 간이역(양원역)을 세우기 위해 분투했던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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