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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영토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알래스카는 매년 7조 원 규모의 수산 자원을 내어주는 생명의 땅입니다.
  • 풍요로움의 비결은 인간의 탐욕을 제한하는 엄격한 '어업 할당제'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철저한 공존에 있습니다.
  • 거꾸로 오르는 연어의 길을 따라 겨울 식량을 준비하며 감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진정한 노동의 가치를 묻습니다.

태고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 북아메리카의 북서쪽 끝에 자리 잡은 알래스카는 온통 하얀 만년설과 푸른 빙하로 뒤덮인 웅장한 대지입니다. 사람들은 한때 이곳을 쓸모없는 얼음땅이라 부르기도 했지만, 사실 이곳은 해마다 무려 7조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산 자원이 쉴 새 없이 올라오는 생명의 보고이자 축복의 땅이랍니다. 거대한 자연의 품 안에서, 자연이 정해준 속도와 순리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알래스카 사람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곳의 겨울은 말 그대로 혹독하고 길기 때문에, 가을철에 마주하는 풍성한 대자연의 결실은 이곳 주민들에게 단순한 반찬거리가 아닌 삶 그 자체이자 가장 소중한 겨울 식량이 됩니다. 경이로운 자연 풍경과 함께, 온몸으로 땀 흘리며 살아가는 어부들의 묵묵한 대물 사투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알래스카의 푸른 아이알릭 빙하가 바닷가에 거대하게 솟아 있고, 상단에 프로그램 제목과 자막이 표시된 다큐멘터리 영상 화면

거대한 빙하가 품고 있는 알래스카의 대자연 속에서 매년 풍성한 수산 자원이 나는 생명의 현장을 만납니다.


7조 원 가치의 바다, 대물들이 숨 쉬는 땅끝마을 '호머'

알래스카 최대 도시인 앵커리지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부동항이자 개척 초기부터 해운의 중심지였던 아름다운 항구도시 수어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신비로운 물빛 너머로 거대한 아이알릭 빙하가 웅장한 괴성을 지르며 바다로 무너져 내리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죠. 하지만 진짜 낚시꾼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성지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알래스카 남서쪽 땅끝마을, '길의 끝'이라는 애칭을 가진 포구 '호머(Homer)'입니다.

호머 앞바다는 전 세계 '할리벗(Halibut, 태평양 가자미)' 어업의 수도로 불립니다. 할리벗은 홀리데이(Holiday)에 즐겨 먹는 별미라는 뜻에서 유래한 이름인데, 그 크기가 정말 압도적입니다. 무게는 최대 230kg, 몸길이는 200cm가 훌쩍 넘는 대물 중의 대물이 깊고 차가운 바다 깊은 곳에 숨어 있습니다. 어부들은 무거운 추가 달린 낚싯줄을 수심 14미터 아래까지 내린 채 묵묵히 기다리며, 언제 치고 올라올지 모르는 대물과의 팽팽한 한판 승부를 준비합니다.


배 위에서 바라본 알래스카의 먼 바다와 눈 덮인 산맥 전경. 좌측에는 낚시 장비의 일부가 보이고 화면 상단에는 제목과 설명 문구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어업 할당제에 따라 가족과 함께 연어 조업에 나선 어부들의 삶은 거친 바다와 웅장한 대자연 속에서 이어집니다.


인간의 탐욕을 다스리는 수호 장치, '어업 할당제'

매일 엄청난 물고기가 잡혀 올라오는 바다이지만, 알래스카 어부들에게는 조급함이나 과한 욕심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비결이 뭘까요? 바로 알래스카 모든 주민에게 엄격하게 적용되는 '개인별·선별 어업 할당제(IQ)' 덕분입니다. 이는 해양 자원의 고갈을 막고 바다의 지속가능성을 보존하기 위한 대자연과 인간 사이의 아름다운 약속입니다.

정해진 할당량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기에, 어부들은 남들보다 더 먼저, 더 많이 잡기 위해 기를 쓰며 바다를 황폐화할 필요가 결코 없습니다. 할당량을 가득 채워 겨울을 나기 위해 온 가족이 함께 조업 전선에 나서기도 하지만, 먹지 않는 물고기나 가오리 같은 다른 어종이 걸려 올라올 때면 알래스카 사람들은 그저 정겨운 미소를 지으며 아무 미련 없이 바다로 돌려보내 줍니다. 자연이 허락한 만큼만 취하겠다는 든든한 철학이 그들의 삶에 뿌리내렸기 때문입니다.

1,600km를 거슬러 오르는 생명의 기적, 연어의 위대한 여정

알래스카의 가을을 말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은 단연 '연어'입니다. 바다에서 성장한 연어들은 자신이 태어난 모천의 냄새를 기억하고 오직 산란을 위해 회귀하기 시작합니다. 무려 132km에 달하는 케나이강은 이 시기가 되면 거꾸로 오르는 영양 가득한 홍연어와 은연어 떼로 그야말로 가득 차게 됩니다.


야외 활동복을 입은 남성이 강물 속으로 커다란 뜰채를 넣어 연어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강물을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를 잡기 위해 거센 물살을 견디며 길목을 지키고 서 있는 모습입니다.


특히 홍연어는 알을 낳기 위해 바다에서부터 강줄기를 따라 1,600km 이상을 거슬러 올라오는 놀라운 생명력을 보여줍니다. 이 위대한 여정은 단순히 연어라는 한 종의 생존에 그치지 않습니다. 산란을 마친 연어의 죽음은 숲의 영양분이 되고, 동면을 앞둔 알래스카 불곰들에게는 하루에 최대 40마리까지 먹어 치우며 몸무게를 50%나 불릴 수 있게 해주는 경이로운 생명의 원천이 되어 줍니다. 꼬리를 치며 자갈밭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눈물겨운 발버둥은 온 누리를 살리는 거대한 순환의 고리입니다.


두 마리의 불곰이 폭포 아래 흐르는 강물 속에서 연어를 사냥하기 위해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

겨울잠을 앞둔 불곰들은 산란하러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를 사냥하며 에너지를 비축합니다.


대자연의 선물로 채우는 곳간, 겨울을 준비하는 사람들

알래스카 사람들에게 연어는 일상적인 먹거리를 넘어, 다가올 매서운 겨울을 안전하게 보내게 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케나이 강변에 서서 커다란 뜰채를 들고 회귀하는 연어 길목을 지키는 '뜰채 낚시'는 보기엔 쉬워 보여도 거센 물살을 온몸으로 견뎌내야 하는 고된 정성의 시간입니다.


배 내부에서 줄무늬 방석 위에 앉아 크게 하품을 하는 흰색과 갈색 얼룩무늬 강아지와 그 옆에 발을 올린 사람이 보인다.

어업 현장의 긴장감 속에서도 가족처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반려견의 평온한 모습입니다.


이렇게 정성스레 거둬들인 연어는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 방식으로 가공됩니다. 장기간 신선함을 유지하도록 머리와 몸통을 정교하게 분리해 비닐과 종이로 겹겹이 꽁꽁 싸매어 냉동실에 보관하기도 하고, 전통 장작불을 지펴 향긋한 연기 속에 짧게는 2시간에서 길게는 7시간 동안 은은하게 훈제하기도 합니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선장 다이에나 씨와 그녀의 아들들처럼, 알래스카의 가족들은 갓 잡은 싱싱한 연어로 부드러운 스테이크를 굽고 붉은 연어알을 소금물에 씻어내며 함께 담소를 나눕니다. 손끝에 묻어나는 정성과 정겨운 웃음 속에서 힘든 노동의 피로는 솜사탕처럼 녹아내립니다.

자연의 시계에 발맞추어 걷는 내일

우리는 빠르고 복잡함만을 쫓는 바쁜 도시 속에서 종종 무엇이 정말 소중한지 잊어버리곤 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알래스카의 푸른 물살 속에서는 수많은 연어들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고향으로 힘차게 회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길목을 지키는 인간들은 욕심을 내려놓고 자연이 흘러가는 시간표에 기꺼이 자신들의 일상을 맞추어 살아갑니다.

점점 빨라지는 기후 변화 속에서 차가운 빙하가 소리 없이 녹아내리는 오늘날, 우리가 결코 잃지 말아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요? 자연의 혜택에 늘 감사하며 이웃, 야생동물과 함께 공존의 아름다운 세상을 넓혀가는 알래스카 사람들처럼, 오늘 우리들의 마음속에도 따뜻한 상생과 여유의 바람이 한 자락 불어오기를 바라봅니다.


FAQ

알래스카의 어업 할당제(IQ)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나요?

해양 생태계 파괴와 과도한 남획을 예방하기 위해, 알래스카 정부는 개인 및 어선별로 1년 동안 포획할 수 있는 수산물의 총할당량을 엄격하게 제한합니다. 이를 통해 어부들이 경쟁적으로 조업할 필요 없이 계획적이고 안전하게 고기잡이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할리벗(Halibut)은 어떤 물고기인가요?

태평양 가자미류에 속하는 할리벗은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가자미 종입니다. 최대 무게는 230kg 이상에 달하며 몸길이 또한 2미터를 가볍게 넘는 초대형 어종으로, 알래스카의 대표적인 겨울철 보양 식량으로 꼽힙니다.

알래스카 주민들은 연어를 겨울 내내 어떻게 장기 보관하며 먹나요?

잡은 연어는 머리와 몸통을 분리한 뒤 비닐과 종이로 다중 포장해 냉동 보관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또한 장작불의 연기를 이용하는 훈제 작업(약 2~7시간 소요)을 거치거나 건조한 전통 물고기 고기 등을 특수 오일에 담가두어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상하지 않게 두고두고 꺼내 먹습니다.

호머 사취(Homer Spit)에서는 배 없이도 낚시가 가능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사취(Spit)는 모레와 갈대 등이 조류 작용으로 육지에서 바다 방향으로 길게 침전되어 만들어진 독특한 모래 퇴적 지형입니다. 호머 사취는 그 길이가 무려 7.5km에 달해 배를 타고 먼바다로 직접 나가지 않아도 바닷길 한가운데 서서 대형 연어를 낚을 수 있는 천혜의 낚시 포인트가 되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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