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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최서북단 백령도 바다에 봄부터 가을까지 멸종위기종 점박이물범 350여 마리가 찾아와 대자연의 생태적 기적을 선사합니다.
  • 분단과 긴장의 상징이었던 접경 지역 NLL은 역설적으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가공되지 않은 최고의 청정 보물창고가 되었습니다.
  • 제주에서 정착한 해녀 장모와 유일한 해남 사위의 동반 물질, 실향의 그리움이 녹아든 까나리액젓 냉면이 백령도 최고의 삶의 맛을 증명합니다.

1. 금단의 바다에서 마주한 기적, 350마리의 점박이물범이 찾아왔습니다

인천에서 뱃길로 무려 4시간을 넘게 달려야 겨우 닿을 수 있는 서해 최북단의 외로운 섬, 백령도로 향합니다. 북한 땅과 불과 10여 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사뭇 긴장감이 맴도는 이곳에, 최근 아주 귀하고 반가운 손님들이 무리 지어 찾아왔다는 따뜻한 소식입니다. 그 특별한 주인공들은 바로 대한민국 천연기념물이자 야생 멸종위기종인 점박이물범들입니다.

바닷물이 서서히 빠져나가 바위들이 드넓게 고개를 내밀 때쯤 되면, 드넓은 서해를 헤엄치던 물범들이 붉은 바위 위로 하나둘 몸을 올려놓기 시작합니다. 매년 봄이면 백령도 앞바다를 찾아와 늦가을까지 평화로운 휴식을 취하다가 초겨울이 되면 다시 중국 쪽으로 이동하는 점박이물범들이, 최근 들어 무려 350마리나 포착되며 백령도 바다를 생명의 물결로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배 조종석에 앉아 밖을 바라보고 있는 모자와 마스크를 쓴 사람의 옆모습이 보입니다.

한반도 서해 최북단 백령도 바다로 향하는 길, 천연기념물 점박이물범을 만나러 가는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2. 긴장의 서해 NLL, 역설적인 생태계의 보물창고가 되다

이토록 신비로운 물범 떼의 대규모 서식지가 백령도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줍니다. 사실 백령도 인근 바다는 남과 북이 칼로 베어낸 듯 대치하고 있는 해상 북방한계선(NLL) 접경 구역으로, 우리 사람들에게는 통제와 금기의 의미를 지닌 서늘한 경계의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차갑고 가로막힌 금단의 바다가 가져다준 효과는 정말 역설적이었습니다.

철저한 인간의 통제 덕분에 역설적으로 이곳 바다는 인위적인 개발이나 오염으로부터 완전히 차단될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생명이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는 완벽한 생태적 피난처가 마련된 셈이지요. 인간이 규정한 보이지 않는 경계와 철조망을 비웃듯 자유로이 파도를 타는 물범들에게 이곳 백령도 바다는 그 어떤 위협도 느끼지 않고 편안히 숨을 고를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안전한 삶의 터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3. 자연의 순리가 빚어낸 청정 바다와 묵묵한 시간의 힘

그렇다면 기적처럼 찾아오는 천연기념물 물범들을 이토록 든든하게 끌어당기는 자석 같은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비결이 뭘까요? 해답은 인간의 인위적인 손길을 거부한 채 오직 자연의 순리에만 완벽하게 순응해 온 백령도 청정 바다 고유의 매력에 있습니다.

백령도 바닷속은 그야말로 태곳적 신비를 그대로 머금은 보물창고입니다. 사람의 욕심대로 기르는 인공 양식이 결코 허용되지 않는 이곳에서는, 모든 해산물이 바다 스스로가 설계한 청정한 시간 속에서 온전히 자라납니다. 거센 너울과 조류를 견디며 길게는 10여 년 넘는 세월 동안 돌 틈에서 묵묵히 버텨온 소라, 전복, 성게 등이 구슬땀을 진하게 매단 채 바위마다 가득 차 있어 물범뿐만 아니라 이곳을 터전 삼는 이들에게 아낌없는 축복을 전하고 있습니다.


바다 한가운데서 잠수 장비를 갖춘 다이버가 작은 어선으로 올라오고 있으며 옆에서 일행이 이를 돕고 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청정한 백령도의 바닷속은 주민들에게 귀한 먹거리를 선물하는 보물 창고와 같습니다.


4. 모진 파도 속에서 정성을 일구는 장모와 사위, 그리고 실향의 아픔을 품은 냉면 한 그릇

이렇듯 깊고 거친 바다의 품에서 고단하지만 뜨겁게 인생을 일구어나가는 따뜻한 백령도 사람들의 삶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제주도에서 무려 40년 전 백령도로 원정 물질을 왔다 정착한 해녀 장모 호순 씨와, 장모의 투박한 수고를 전수받으며 17년째 백령도의 유일한 해남으로 거친 바다에 뛰어들고 있는 사위 윤학진 씨가 그 주인공입니다. 깊은 바닷속으로 내려간 사위의 유일한 생명 호스를 잡은 장모의 눈과 정성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애틋한 믿음으로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들이 얼어붙을 듯 차가운 너울 속에 구슬땀을 흘리며 건져 올린 자연산 섭(홍합)과 성게는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남다른 듬직한 크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입안에 넣는 순간 퍼지는 진한 바다향은 그 고단한 육체적 노동 뒤에 오는 달콤하고 행복한 결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흰 접시 위에 상추를 깔고 그 위에 알이 꽉 찬 성게 4개가 놓여 있다.

청정 바다가 내어준 귀한 먹거리인 성게는 초여름부터 살이 올라 깊은 단맛을 자랑한다.


섬마을 뭍에서는 실향의 깊은 슬픔과 오랜 간절함이 보태어진 특별한 맛도 피어납니다. 전쟁 시기 황해도에서 가족의 손을 잡고 피난을 내려왔다가 끝내 고향 땅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남겨진 이들이, 사락사락 메밀 껍질이 고스란히 씹히는 투박한 메밀면에 차갑고 시원한 동치미 육수, 그리고 이곳만의 강력한 무기인 까나리액젓을 듬뿍 타서 먹던 '백령도식 냉면'입니다. 옛 시절 조미료 같은 고운 맛이 없으니 까나리액젓 한두 방울로 짭조름하게 간을 맞춰 만들어낸 감칠맛은 비릴 것 같았던 편견을 완전히 깨뜨리고 깊은 인생의 웅숭깊은 참맛을 들려줍니다.


앞치마를 두른 머리를 묶은 여성이 식당 주방이나 실내에서 옆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백령도 냉면 특유의 깊은 풍미를 더해주는 까나리액젓의 비법을 전하고 있다.


5. 경계를 넘어 평화로 흐르는 백령도의 내일을 기다리며

가장 외롭고 차갑고 서늘한 경계에 매달려 있는 영토의 끝 백령도. 전쟁의 생채기와 끊임없는 군사적 긴장의 공기 속에서도 백령도의 품은 수백 마리의 천연 물범들을 포근히 지켜내고 있고, 사람들은 대자연의 순리에 기댄 채 여유를 만끽하며 뜨거운 땀으로 평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불편함과 위험을 기꺼이 마주하면서도 자연과 상생할 때만 가장 큰 이로움을 전해준다는 백령도 사람들의 삶의 철학은, 매 순간 조급하게 빠른 이익을 얻고자 허우적대던 우리들의 조급한 일상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차가운 한계의 선을 무너뜨리고 진정한 생과 평화의 터전으로 매일 다시 태어나고 있는 신비의 섬 백령도. 혹시 당신에게도 억척같은 세상의 압박 속에서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묵묵히 버텨내게 해줄 나만의 아름다운 인생 보물창고가 마련되어 있나요?


FAQ

백령도에서 점박이물범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는 언제인가요?

봄부터 늦가을까지 백령도 하늬바다 등 서식지 인근에서 주로 발견되며, 물이 빠졌을 때 노출되는 바위 위에 물범들이 올라와 휴식을 취하므로 썰물 시간대를 맞춰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초겨울이 되면 번식을 위해 중국의 요동만 등으로 이동합니다.

일반 냉면과 다르게 백령도 냉면에는 왜 까나리액젓을 넣어 먹나요?

황해도 피난민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냉면을 만들어 먹을 때, 조미료가 없던 아쉬움을 채우고 풍미를 살리기 위해 백령도에서 잘 잡히는 맑은 까나리액젓을 조미 처방처럼 넣어 먹기 시작한 것이 독특한 향토 비법이 되었습니다.

백령도산 자연산 해산물이 유독 크고 맛과 향이 짙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백령도 바다에는 인공적인 수산 양식장이 전혀 없으며, 북방한계선 접경지역 특유의 사람 손길이 닿지 않는 풍부한 해저 환경에서 해삼, 소라, 섭 등이 스스로 수년간 거친 물살을 견디며 야생 상태 그대로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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