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기름에 무쳐 접시에 담은 묵은지무침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11월에 들어서 김장 날짜를 잡기 시작하면 김치냉장고 아래 칸에 남아 있는 묵은지가 마음에 걸린다. 새 김치가 들어올 자리를 비워야 하는데 남은 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김치통을 열 때마다 이걸 언제 다 먹나 싶어진다.
묵은지는 보통 김치찌개를 끓이거나 돼지고기와 함께 볶아 먹는데, 날마다 찌개를 올릴 수도 없고 볶음은 기름에 지지는 동안 시큼한 냄새가 집 안에 퍼져 자주 하기 어렵다. 불 앞에 서는 일이 번거로워 결국 다음 주로 미루다 보면 김장 날이 코앞까지 다가온다.
남은 묵은지는 불을 쓰지 않고도 밥반찬으로 바꿀 수 있다. 양념을 물에 씻어 낸 뒤 결대로 찢어 들기름에 조물조물 무치면 신맛은 부드러워지고 고소한 향이 도는 묵은지무침 한 접시가 금방 차려진다.
양념을 씻어 내야 고소해지는 묵은지
흐르는 찬물에 묵은지 잎 사이를 헹구는 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묵은지를 그대로 무치면 맛이 텁텁한 이유는 오래 익으면서 시고 짜게 변한 양념이 배춧잎 겉에 두껍게 붙어 있기 때문인데, 이 위에 들기름을 두르면 기름이 잎에 닿지 못하고 양념과 뒤섞여 무거운 맛이 된다. 그래서 찌개나 볶음처럼 오래 끓이지 않는 반찬은 양념부터 덜어 내야 맛이 깔끔해진다.
양념을 흐르는 물에 씻어 내면 고춧가루와 젓갈 맛이 빠지고 배추의 새콤한 맛만 남는데, 여기에 향이 은은한 들기름과 설탕을 조금 더하면 신맛이 부드러워져 지지거나 볶지 않아도 고소한 반찬이 된다. 씻은 잎은 채를 썰어도 되지만 손으로 결대로 찢어 먹을 때 맛이 더 좋은데, 찢은 면이 고르지 않게 갈라져 들기름이 고루 묻고 씹는 맛도 살아 있기 때문이다.
남은 묵은지로 들기름 무침 만드는 방법
들기름과 양념 재료를 곁에 둔 묵은지 1/4포기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묵은지 1/4포기를 기준으로 들기름 3큰술, 설탕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쪽파 1대, 깨소금 1큰술을 준비한다. 쪽파는 미리 송송 썰어 두고 넓은 볼을 하나 꺼내 두면, 손질한 묵은지를 바로 옮겨 담아 무칠 수 있어 편하다.
묵은지는 흐르는 찬물에 잎 사이사이를 벌려 가며 붙은 양념을 깨끗이 씻어 낸다. 잎에 고춧가루가 남지 않고 물이 맑게 흘러내리면 다 씻은 것이고, 씻은 뒤에는 두 손으로 꼭 짜서 물기를 빼야 들기름이 겉돌지 않는다.
씻은 묵은지의 물기를 두 손으로 짜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물기를 짠 묵은지는 단단한 꼭지 부분을 칼로 잘라 내고, 줄기 쪽부터 손으로 결을 따라 길게 찢는다. 찢은 잎은 한입에 먹기 좋은 길이로 잘라 볼에 담고, 준비해 둔 들기름과 설탕, 다진 마늘, 쪽파를 한꺼번에 넣어 손으로 조물조물 무친다.
넓은 볼에서 들기름 양념과 묵은지를 버무리는 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설탕이 녹아 잎 겉면에 윤기가 돌면 양념이 고루 밴 것이고, 마지막에 깨소금 1큰술을 뿌려 한 번 더 버무리면 완성이다. 씻은 뒤에도 짠맛이 강하면 찬물에 잠시 담가 두었다가 다시 꼭 짜서 쓰고, 들기름은 향이 빨리 날아가는 편이라 며칠 안에 먹을 만큼만 무치는 것이 좋다.
무쳐 둔 묵은지는 따뜻한 흰밥 위에 올려 먹어도 좋고, 구운 김에 밥과 함께 싸 먹으면 따로 반찬을 차리지 않아도 한 끼가 된다. 삶은 돼지고기 수육을 먹을 때 곁들이면 기름진 맛이 덜 느껴져 끝까지 개운하게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