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를 깐 상자에 꼭지를 아래로 향하게 띄워 놓은 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10월 중순이 지나면 일찍 나온 귤을 상자째 사 두는 집이 많아지는데, 며칠 지나 상자 아래쪽 귤을 꺼내 보면 바닥에 닿아 있던 쪽이 말랑하게 물러 있는 경우가 흔하다.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손에 쥐면 한쪽이 푹 꺼지고, 껍질을 까 보면 그 자리 과육이 물컹해져 있어 먹기가 꺼려진다.
그럴 때는 대개 무른 귤만 골라 버리고 나머지를 다시 상자에 담아 두는데, 며칠이 지나면 또 아래쪽에서 무른 귤이 나온다. 한 상자를 다 먹기도 전에 버리는 귤이 늘어나 아깝고, 상자를 열 때마다 이번엔 몇 개나 상했을까 싶어 신경이 쓰인다. 이럴 때 손을 대야 할 곳은 귤을 놓는 방향이다. 상한 귤을 먼저 골라낸 뒤 남은 귤을 꼭지가 아래로 가게 놓고 서로 눌리지 않게 간격을 두면, 아래쪽부터 무르는 귤이 훨씬 줄어든다.
위에서 누르는 무게에 아래쪽부터 무르는 귤
상자 안에서 한 층으로 놓인 귤의 꼭지와 간격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귤이 아래쪽부터 무르는 것은 상자 속에서 받는 무게 때문이다. 귤은 껍질이 얇고 과육에 물기가 많아 누르는 힘에 약한데, 상자에 여러 층으로 담기면 맨 아래 귤일수록 위에 놓인 귤의 무게를 오래 받게 된다. 눌린 자리 껍질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상처가 생기고, 그 자리부터 과육이 물러지기 시작한다.
귤끼리 맞닿은 자리도 문제가 된다. 귤은 보관하는 동안에도 수분을 조금씩 내보내는데, 서로 붙어 있는 자리는 그 습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늘 눅눅하게 남는다. 그래서 무른 귤만 골라내고 나머지를 다시 빽빽하게 쌓아 두면 눌리고 젖는 조건은 그대로라 며칠 뒤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
꼭지를 아래로 두는 것은 무게를 받는 자리를 바꾸기 위해서다. 귤은 꼭지가 붙은 쪽이 단단한 편이고, 반대쪽 배꼽 부분은 상대적으로 말랑하다. 무게를 받는 쪽을 단단한 꼭지 쪽으로 돌려 두면 바닥에 닿아도 쉽게 꺼지지 않으니, 놓는 방향과 간격을 함께 맞춰 주는 것이 좋다.
손에 든 귤의 단단한 꼭지 쪽과 둥근 배꼽 쪽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상자에 담아 둔 귤 무르지 않게 보관하는 방법
쟁반 위에 펼쳐 손으로 살펴보는 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귤 상자를 사 오면 먼저 귤을 모두 꺼내 넓은 쟁반이나 신문지 위에 펼쳐 놓는다. 하나씩 손에 쥐어 보며 한쪽이 말랑하게 꺼지거나 껍질에 흰색·푸른색 곰팡이가 핀 귤은 바로 따로 빼 두고, 곰팡이 핀 귤과 닿아 있던 귤은 먼저 먹을 것으로 따로 모은다. 상자 바닥이 눅눅하면 잠시 펼쳐 말려 두는 것이 좋다.
상자 바닥에 신문지를 한 장 깔고 남은 귤을 꼭지가 아래를 향하도록 하나씩 놓는다. 귤과 귤 사이는 조금씩 띄워 서로 닿지 않게 하고, 한 층이 다 차면 신문지를 한 장 덮은 뒤 그 위에 같은 방식으로 놓는다. 층을 높이 올리면 아래 귤이 다시 무게를 받으니 많이 쌓지 않는 것이 좋다.
신문지 위에 꼭지를 아래로 향하게 한 층씩 놓는 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귤을 담은 상자는 햇빛이 들지 않고 서늘하며 바람이 통하는 곳에 둔다. 베란다 그늘진 쪽이나 다용도실이 알맞고, 난방을 하는 거실이나 가스레인지 옆처럼 따뜻한 곳은 귤이 빨리 무르니 피하는 것이 좋다. 상자 뚜껑을 꼭 닫아 두면 안에 습기가 차니 조금 열어 두는 것이 안전하다.
이렇게 놓아 두면 상온에서 1~2주는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데, 그동안 며칠에 한 번은 상자를 열어 바닥 쪽 귤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 보아 말랑하거나 껍질이 축축하게 젖은 귤이 있으면 바로 꺼내 먼저 먹고, 그 귤이 닿아 있던 신문지도 마른 것으로 바꿔 깔아 둔다.
귤 상자를 들여놓은 날 한 번만 꺼내 꼭지 방향을 맞춰 두면 상자 바닥에서 물러 버리는 귤이 한결 줄어든다. 처음 담을 때 조금만 손을 써 두길 권하는데, 귤 상자를 정리하는 일은 겨우내 식구들이 오가며 집어 먹는 간식을 끝까지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