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 오르는 통조림 햄 묵은지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김장철이 다가오면 김치냉장고 깊숙이 남아 있던 묵은지부터 비워야 하는데, 신맛이 강해진 묵은지는 그냥 꺼내 먹기보다 푹 익혀 김치찜으로 만드는 집이 많다. 다만 김치찜을 하려면 돼지고기 앞다리살이나 등갈비를 따로 사 와야 해서, 저녁 준비 직전에 생각났을 때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고기 없이 묵은지만 끓이면 국물이 시고 밋밋해서 설탕이나 멸치 육수로 맛을 맞추게 되는데, 그래도 고기를 넣은 김치찜의 묵직한 맛까지는 잘 나지 않는다. 30분 끓이는 요리 하나를 위해 장보기부터 다시 하자니 번거로운 것도 사실이다.
이럴 때는 찬장에 있는 통조림 햄 한 캔을 꺼내 묵은지와 함께 익히면 된다. 구워서 반찬으로만 먹던 햄을 숟가락으로 큼직하게 떠서 묵은지 3쪽과 처음부터 같이 볶고 끓이면, 생고기를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짭짤하고 고소한 김치찜이 된다.
고기 없이 끓인 묵은지찜이 시고 밋밋한 이유
묵은지 잎 사이에 햄 조각을 넣은 냄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묵은지는 오래 익을수록 신맛이 강해지는데, 이 신맛은 물을 붓고 오래 끓여도 그대로 국물에 풀려 나온다. 고기를 넣은 김치찜이 맛있는 것은 고기에서 나온 기름과 감칠맛이 이 신맛을 부드럽게 받쳐 주기 때문인데, 묵은지만 끓이면 그 기름기가 없어 양념을 더 넣어도 국물 맛이 신맛 한쪽으로 쏠린다.
통조림 햄은 돼지고기에 간이 이미 되어 있고 기름도 함께 굳어 있어서, 묵은지와 같이 끓이면 햄 속의 기름과 짠맛이 국물로 천천히 빠져나온다. 그 기름이 묵은지 잎 사이에 배어들면서 신맛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고기를 넣은 김치찜처럼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 나는 만큼, 햄은 나중에 얹기보다 처음부터 묵은지와 함께 넣어 익히는 것이 좋다.
햄 한 캔 넣은 묵은지찜 끓이는 방법
통조림 햄을 숟가락으로 떼어 내는 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묵은지 3쪽, 통조림 햄 1캔, 다진 마늘 1큰술, 고춧가루 2큰술이면 충분하다. 묵은지는 포기째 꺼내 단단한 밑동만 잘라 내고 잎은 길게 그대로 두는데, 그래야 다 익은 뒤 젓가락으로 길게 찢어 먹기 좋다. 햄은 캔 테두리에 손이 베이지 않도록 캔을 뒤집어 통째로 빼낸 다음, 숟가락으로 한입 크기씩 뚝뚝 떼어 낸다.
냄비에 묵은지와 떼어 낸 햄을 함께 넣고 중불에서 볶는다. 햄에서 기름이 녹아 나와 묵은지 잎에 윤기가 돌기 시작하면 물을 묵은지가 잠길 듯 말 듯 자박하게 붓고, 다진 마늘 1큰술과 고춧가루 2큰술을 풀어 넣은 뒤 중불을 그대로 유지한다.
묵은지와 햄을 중불에 함께 볶는 냄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끓이는 시간은 볶기 시작한 때부터 총 30분을 잡는다. 중간중간 냄비 바닥을 살펴 국물이 졸아 바닥이 드러나면 물을 조금씩 더 부어 주는 것이 좋은데, 바닥에 눌어붙으면 탄 맛이 국물 전체에 배기 때문이다. 묵은지 밑동 쪽을 젓가락으로 눌렀을 때 힘없이 쑥 들어가면 다 익은 것이다.
젓가락으로 부드럽게 익은 묵은지 밑동을 누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햄에 이미 간이 되어 있으니 소금이나 간장은 불을 끄기 전에 맛을 본 뒤 모자랄 때만 조금 넣는 것이 안전하다. 묵은지가 아주 시지 않다면 끓이는 시간을 조금 줄여도 되고, 남은 김치찜은 다음 날 다시 데우면 국물이 더 배어 맛이 깊어진다.
김치냉장고 구석의 묵은지와 찬장의 햄 한 캔만 있으면 장을 보지 않아도 든든한 김치찜 한 냄비를 끓일 수 있으니, 이번 주말 저녁 상에 한번 올려 보길 권한다. 묵은 김치를 맛있게 비워 두는 일은 새 김장 김치가 들어갈 자리를 미리 마련해 두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