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성남리의 성황림 / 한국관광공사-박성근 |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신림면 성남리에는 마을 사람들이 오랫동안 신성하게 여겨 온 숲이 있다. 숲 한가운데 작은 서낭당이 자리하고, 그 곁을 높이 약 29m의 전나무와 여서낭으로 불리는 음나무가 지킨다. 마을에서는 해마다 두 차례 이곳에서 제를 올려 왔다.
사람 손을 덜 탄 덕분에 숲은 오래된 모습을 그대로 간직했다.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면적은 약 5만 4천㎡다. 졸참나무와 신갈나무를 비롯해 50여 종의 나무가 자라고, 발밑에는 100종이 넘는 풀이 함께 산다. 10월부터 잎이 물들기 시작해 11월에 단풍이 가장 짙어지는 숲이라, 지금부터 늦가을까지가 색이 가장 다채로운 때다.
서낭당을 둘러싼 오색 단풍
원주 성남리의 성황림 / 한국관광공사-박성근 |
성황림의 가을빛은 키 큰 활엽수가 만든다. 복자기나무는 잎이 붉게 타오르고, 고로쇠나무는 노랗게 물들며, 졸참나무와 신갈나무는 차분한 갈색으로 바뀐다. 색이 다른 나무들이 서낭당 주변을 촘촘히 에워싸고 있어 어느 쪽을 바라봐도 한 가지 색으로 끝나지 않는다.
서낭당 옆 전나무는 나이가 약 300년으로 알려져 있다. 주변 활엽수가 색을 바꾸는 동안에도 짙은 초록을 지켜, 붉고 노란 잎 사이에서 숲의 중심이 된다. 올려다보면 전나무 꼭대기와 단풍 든 가지가 겹쳐 하늘을 가리고, 바닥에는 먼저 떨어진 잎이 쌓여 발걸음이 푹신해진다.
원주 성남리의 성황림 / 한국관광공사-박성근 |
단풍이 드는 때도 나무마다 조금씩 다르다. 10월에 먼저 색을 바꾸는 나무가 있고, 11월에 들어서야 붉은빛이 짙어지는 나무가 있어 같은 숲이라도 찾는 날에 따라 색의 비율이 달라진다. 절정에 가까워질수록 붉은색과 노란색, 갈색이 한데 섞이며 숲 전체가 가장 화려해진다.
숲은 포장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낭당이 있는 평지 숲과 서쪽 산지 숲으로 나뉜다. 탐방은 서낭당 주변 평지 숲에서 이뤄지고 산지 숲은 들어갈 수 없다. 오르막이 거의 없어 숨이 찰 일이 없고, 그만큼 나무를 올려다보고 숲 바닥을 살피는 데 시간을 쓰게 된다.
해설사와 걷는 1~2시간
원주 성남리의 성황림 / 한국관광공사-박성근 |
성황림은 평소 문이 닫혀 있다. 천연기념물이면서 치악산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에도 들어 있어 일반 출입을 막고, 숲 체험을 미리 신청한 사람만 해설사와 함께 안으로 들어간다. 2025년에는 국가생태관광지역으로 새로 지정되기도 했다.
해설사는 서낭당에 얽힌 마을 이야기와 나무 이름, 숲에 사는 생물을 짚어 가며 걸음을 이끈다. 혼자 걸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음나무 가시나 복자기나무 잎 모양도 설명을 들으며 다시 보게 된다. 단풍을 감상하고 숲 생태를 살피는 데는 1~2시간이면 넉넉하다.
원주 성남리의 성황림 / 한국관광공사-박성근 |
서낭당은 마을의 평안을 비는 곳이다. 이 숲이 지금까지 남은 것도 마을 사람들이 서낭당 주변 나무를 함부로 베지 않고 대대로 지켜 왔기 때문이다. 제를 올리는 날이 아니면 사람 발길이 드물어, 숲 안에서는 바람에 잎이 스치는 소리와 낙엽 밟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
체험 시간은 회차마다 달라질 수 있어 예약할 때 안내받은 시간에 맞춰 도착하면 된다. 성황림은 치악산 남쪽 자락 성남리 마을 안쪽에 있으며, 자가용으로는 중앙고속도로 신림 나들목을 이용하면 가깝다. 한두 시간 숲을 걷는 동안 마실 물을 챙기고, 낙엽이 깔린 흙길을 걸을 수 있도록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신발을 신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