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단호박 수제비가 담긴 멸치 육수 그릇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쌀쌀해지면 멸치 육수에 얇게 떼어 넣은 수제비 한 그릇이 생각나는데, 막상 집에서 끓여 보면 국물은 괜찮아도 수제비 자체는 밋밋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밀가루와 물만으로 치댄 반죽은 씹을수록 심심해서, 식구들이 수제비는 남기고 국물만 떠먹는 일도 생긴다.
그래서 단호박을 함께 넣어 보는 집이 많은데, 대부분은 국물에 큼직하게 썰어 넣는 방식이다. 이렇게 끓이면 단호박이 익으면서 부서져 국물만 걸쭉해지고, 정작 숟가락에 떠지는 수제비 반죽의 맛은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호박을 국물이 아니라 수제비 반죽에 섞으면 결과가 달라진다. 익혀서 으깬 단호박 350g을 밀가루 반죽에 치대 넣으면 수제비 한 조각 한 조각이 노랗게 물들고, 씹을 때마다 담백한 반죽 사이로 은은한 단맛이 올라온다.
국물에 넣으면 흩어지고 반죽에 넣으면 남는 단호박 단맛
맑은 멸치 육수에 떠오른 노란 수제비 조각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국물에 넣은 단호박으로 단맛을 느끼기 어려운 이유는 그 단맛이 냄비 전체로 퍼지기 때문인데, 단호박 조각이 겉부터 풀어지면서 멸치 육수와 섞이면 한 숟가락에 담기는 단맛은 아주 옅어진다. 국물 색만 탁해지고 단호박을 넣은 표가 잘 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반죽 속에 섞은 단호박은 사정이 다르다. 밀가루 반죽이 으깬 단호박을 고르게 감싸고 있어서 끓는 동안에도 단맛과 색이 국물로 빠져나가는 양이 적고, 수제비를 씹는 순간 단호박의 단맛이 입안에서 바로 느껴진다.
다만 생단호박은 단단해서 그대로는 밀가루와 섞이지 않으니 먼저 익혀 부드럽게 으깨야 하는데, 여기에 감자전분과 달걀을 함께 넣으면 단호박이 들어가 묵직해진 반죽도 한 덩어리로 잘 뭉쳐 얇게 떼어 내기 쉬워진다.
단호박을 으깨 수제비 반죽에 섞어 끓이는 방법
포크로 곱게 으깬 익힌 단호박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단호박은 껍질을 벗기고 씨를 긁어낸 뒤 잘게 썰어 350g을 준비한다. 전자레인지용 그릇에 담고 물을 조금 뿌린 다음 뚜껑을 살짝 덮어 5분 익히고, 젓가락이 쑥 들어가면 한김 식혀 포크로 덩어리 없이 으깬다. 익힌 직후에는 김이 뜨거우니 뚜껑을 몸 반대쪽부터 여는 것이 안전하다.
큰 볼에 밀가루 2컵과 감자전분 3스푼, 달걀 1개를 넣고 으깬 단호박을 더한 뒤 물을 조금씩 부어 가며 반죽한다. 물은 370mL를 준비해 두되 단호박에도 물기가 있으니 한꺼번에 붓지 말고, 반죽이 손에 거의 묻어나지 않고 말랑해질 때까지 나눠 넣는 것이 좋다.
큰 볼에서 노란 수제비 반죽을 치대는 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반죽이 다 되면 멸치 육수에 감자나 애호박 같은 채소를 넣고 끓이다가, 국물이 팔팔 끓어오를 때 손에 물을 살짝 묻히고 반죽을 얇게 늘려 한 조각씩 떼어 넣는다. 반죽을 얇게 뗄수록 속까지 빨리 익고 국물 맛도 잘 밴다.
끓는 멸치 육수에 얇은 반죽을 떼어 넣는 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수제비가 국물 위로 떠오르면 대파 반 대를 썰어 넣고 5분 더 끓인다. 두껍게 떼어진 조각을 하나 건져 반으로 잘라 보고 가운데까지 고르게 노란빛이 돌며 날가루 맛이 나지 않으면 다 익은 것이고, 간은 마지막에 소금이나 국간장으로 맞춘다.
냉장고에 단호박 반 통이 남아 있다면 국물에 썰어 넣는 대신 으깨서 수제비 반죽에 섞어 보길 권한다. 반죽 하나만 바꿔도 늘 먹던 수제비 한 그릇이 색과 맛 모두 새로운 음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