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머르해안길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바닷가에는 바다 쪽으로 툭 튀어나온 작은 곶이 있다. 끝부분의 바위가 닭이 흙을 파헤치고 그 안에 들어앉은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닭머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곶 끝에는 팔각정 하나가 서 있고, 해안 입구에서 정자까지 나무데크가 이어진다.
가을이 되면 이 데크 양옆을 억새가 빽빽하게 채운다. 제주관광공사는 닭머르해안을 가을과 겨울에 은빛 억새를 즐기기 좋은 곳으로 소개한다. 억새밭 바로 너머에 짙푸른 바다가 붙어 있어 오름이나 산 중턱까지 오르지 않고도 억새와 바다를 한 화면에 담을 수 있다. 들판이나 능선의 억새 명소와 가장 다른 점이다.
억새 사이 데크 끝에 선 팔각정
닭머르해안길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해안 입구에서 정자 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흙길이 곧 나무데크로 바뀐다. 데크는 곶의 낮은 언덕을 따라 완만하게 휘어 정자 앞까지 이어지고, 길 양쪽으로 사람 키만큼 자란 억새가 늘어선다. 바람이 불면 억새 이삭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햇빛을 받아 은색으로 반짝이고, 그 사이로 바다가 보였다 가려지기를 되풀이한다.
정자는 곶 끝에 자리해 그 앞에 서면 앞과 양옆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발아래에는 검은 현무암 바위가 해안을 따라 이어지고, 바위에 부딪힌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맑은 날에는 수평선까지 막힘없이 트여 바다 색이 얕은 곳과 깊은 곳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눈에 들어온다.
닭머르해안길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억새밭과 정자, 바다가 층층이 겹치는 모습은 정자 안보다 데크 중간에서 정자를 바라볼 때 더 잘 보인다. 앞쪽에 억새를 두고 그 뒤로 팔각정 지붕과 바다를 함께 넣으면 이곳을 대표하는 장면이 된다. 정자 일대는 해 질 무렵 풍경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낮게 내려온 햇빛을 받으면 억새 이삭이 금빛으로 바뀌어 낮과는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정자까지 30분이면 둘러보는 짧은 산책
닭머르해안길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닭머르해안이 속한 해안 산책길은 약 1.8km로, 제주올레 18코스의 한 구간이기도 하다. 길을 끝까지 걸으면 신촌포구 쪽 마을 바닷가까지 이어지지만, 억새와 정자를 보러 왔다면 정자로 들어가는 길목 한 곳만 둘러봐도 충분하다. 데크를 따라 정자까지 다녀오고 주변에서 사진을 찍는 데 30분에서 한 시간이면 넉넉하다.
조금 더 걷고 싶다면 정자를 본 뒤 해안 산책길을 따라 신촌포구 방향으로 이어 가도 된다. 올레길 표시를 따라가면 길을 헤맬 일이 적고, 억새 데크 구간을 지나면 마을 집들과 바다가 맞닿은 해안이 이어진다. 돌아올 때 같은 길을 되짚으면 정자 쪽 억새를 반대 방향에서 한 번 더 볼 수 있다.
닭머르해안길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데크가 놓인 구간은 경사가 거의 없어 산을 오르는 억새 산행보다 걷기 편하다. 데크를 벗어난 바위 해안은 미끄럽고 파도가 들이칠 수 있어 정해진 길 위에서 풍경을 보는 편이 안전하다. 바닷가라 바람이 센 날이 많으니 얇은 겉옷을 하나 챙기면 오래 머물기 좋다.
입장료는 따로 받지 않는다. 함덕해수욕장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여서 제주 동쪽 해변 일정과 함께 묶기 좋다. 제주관광공사가 가을과 겨울을 억새 감상 시기로 안내하는 만큼, 지금부터 겨울 초입까지 바다 앞 팔각정을 감싼 억새 풍경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