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은행나무가 강물 앞에 서 있는 절이에요"... 30분이면 한 바퀴 도는 강변 단풍 산책 코스


신륵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신륵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여주 신륵사는 절 마당 끝이 바로 강으로 떨어진다. 봉미산 자락에 앉아 있지만 산을 올라야 닿는 사찰은 아니다. 주차장에서 일주문을 지나 경내까지 이어지는 길에 가파른 구간이 없고, 전각 사이를 빠져나오면 남한강 물줄기가 눈 아래로 넓게 열린다. 강을 바로 앞에 둔 사찰은 국내에 흔치 않다.

가을에 이곳을 찾는 이유는 경내 동산에 선 은행나무다. 수령 600년을 넘긴 나무로, 잎이 물들면 기와지붕과 강물 사이에 노란 덩어리 하나가 솟은 것처럼 보인다. 담장 쪽은 단풍나무가 붉게 채우고, 강바람에 떨어진 잎이 돌계단과 흙길에 깔린다. 수도권 단풍 절정은 10월 말로 예상돼, 색이 짙어지는 구간에 들어서는 시기다.

600년 은행나무와 강 위 벽돌탑

신륵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신륵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은행나무는 경내 한쪽 언덕에 서 있어 아래에서 올려다보게 된다. 가지가 넓게 퍼져 나무 밑으로 들어서면 노란 잎이 하늘을 가린다. 대웅전 앞 마당에서는 나무와 전각 지붕이 한 화면에 들어오고, 몇 걸음 옮겨 강 쪽으로 서면 나무 뒤로 물빛이 함께 잡힌다. 같은 나무를 보는 각도가 마당 안에서만 여러 번 바뀐다.

신륵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신륵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절에서 가장 눈에 남는 구조물은 다층전탑이다. 강이 내려다보이는 암벽 위에 올라앉은 높이 9.4m 탑으로, 벽돌을 쌓아 만든 고려시대 전탑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유일한 예다. 화강석 기단 위로 탑신이 길게 올라가 있어 강변에서 올려다보면 암벽과 탑이 한 덩어리처럼 이어져 보인다.

경내에는 조사당과 다층석탑, 보제존자석종도 함께 남아 있다. 조사당은 작은 규모의 목조 건물이고, 보제존자석종은 경내 뒤쪽 언덕을 조금 올라가야 나온다. 전각이 넓게 흩어져 있지 않아 유물 사이를 걷는 거리가 짧고, 이동하는 사이사이 나무 틈으로 강이 계속 보인다.

강월헌 정자에서 보는 남한강

신륵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신륵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다층전탑 옆으로 돌계단을 내려가면 강 쪽으로 튀어나온 바위 위에 강월헌이 있다. 고려 말 나옹선사의 당호를 딴 정자로, 난간에 서면 남한강이 좌우로 길게 펼쳐진다. 물가에서 보는 높이라 강 건너 언덕과 수면이 거의 같은 선에 놓이고, 해가 기울면 물 위로 빛이 길게 깔린다.

정자 아래 강에서는 관광용 황포돛배가 오간다. 신륵사 앞에서 여주대교를 지나 여주보 방향까지 왕복 3km 구간을 운항하는 배로, 돛을 올린 배가 지나가면 강 풍경에 움직이는 점 하나가 생긴다. 배에서는 절벽 위 전탑과 은행나무를 물 쪽에서 올려다보는 방향이 된다.

걷는 데 걸리는 시간과 찾아가는 길

신륵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신륵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일주문에서 경내를 한 바퀴 돌아 강월헌까지 다녀오는 데 30분에서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길이 대부분 평지이고 보제존자석종으로 올라가는 짧은 구간과 강월헌으로 내려가는 계단만 경사가 있다. 짧은 동선이라 아침 일찍 들러도 하루 일정의 앞부분만 쓰게 된다.

절 입구 주차장은 규모가 크지 않다. 주말에 차가 몰리면 인근 여주 국민관광지 주차장에 세우고 걸어 들어가는 편이 낫고, 도보로 10분 거리다. 주소는 여주시 신륵사길 73으로 여주 시내와 가까워, 세종대왕릉이나 강변 공원처럼 차로 금방 닿는 곳과 묶어 돌기에 무리가 없다.

관람 요금과 황포돛배 운항 시간은 시기에 따라 바뀌는 항목이다. 돛배는 기상과 수위에 따라 운항을 멈추는 날이 있어, 배를 꼭 타려는 일정이라면 절 관람만으로도 충분한 날로 생각해 두는 편이 편하다. 절 자체는 특별한 행사가 없는 날에도 종일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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