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운 국산 SUV의 운전석 쪽 앞문 유리가 닫힌 모습과 실내 공조 조작부를 함께 담은 장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기름값이 오를 때마다 에어컨 버튼부터 끄는 운전자가 많다. 창문을 조금 내리면 시원하기도 하고 기름도 덜 쓸 것 같아서, 한여름은 물론 낮에만 더운 요즘 같은 날에도 에어컨 대신 창문을 여는 습관이 몸에 붙은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한 달 주유비를 따져 보면 생각만큼 줄지 않는다. 신호가 잦은 시내만 다닐 때는 그럭저럭 효과가 있는 것 같은데, 주말마다 외곽도로나 고속도로를 오래 달린 달에는 오히려 기름이 더 들어간 것처럼 느껴진다. 창문만 열면 연비가 좋아진다고 믿었는데 계산이 맞지 않는 것이다.
연비를 가르는 것은 에어컨을 켰는지 껐는지가 아니라 그때의 주행 속도다. 같은 차로 같은 거리를 달려도 속도에 따라 에어컨이 유리한 구간과 창문이 유리한 구간이 갈린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커지는 열린 창문의 바람 저항
고속도로를 달리는 SUV의 닫힌 앞좌석 창문과 켜진 공조 조작부를 운전석 안쪽에서 본 장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에어컨을 켜면 연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에어컨 바람은 엔진 힘을 나눠 쓰는 컴프레셔가 돌면서 만들어지는데, 그만큼 엔진이 할 일이 늘어나 같은 거리를 달려도 연료를 10~20%까지 더 쓰게 된다. 에어컨 버튼을 끄면 이 부담이 사라지니 저속에서는 손에 쥐는 이득이 남는다.
문제는 창문을 열었을 때 생기는 바람 저항인데, 이 저항은 속도가 오르는 만큼만 늘지 않고 속도의 제곱으로 불어난다. 시속 30km에서 손에 닿는 바람과 시속 90km에서 닿는 바람의 세기가 전혀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매끄럽게 흘러가야 할 공기가 열린 창문으로 들이쳐 차 안에서 휘돌면서 차체를 뒤로 잡아당긴다.
그래서 천천히 달릴 때는 창문을 열어도 끌리는 힘이 크지 않아 에어컨을 끈 이득이 그대로 남지만, 속도를 올리면 그 이득이 바람 저항에 먹힌다. 에어컨을 켤 때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기름을 쓰게 되는 것이다. 결국 손을 대야 하는 것은 에어컨 버튼 하나가 아니라 속도에 따라 창문을 열고 닫는 순서다.
시내와 고속도로에서 창문과 에어컨 나눠 쓰는 방법
주차된 SUV에서 운전석 창문과 반대편 뒷좌석 창문을 손가락 두세 개 너비로 연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기준으로 삼을 속도는 시속 60~70km다. 신호에 걸려 자주 서는 시내처럼 이 아래로 달릴 때는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내리는 쪽이 유리하고, 시속 80km를 넘겨 꾸준히 달리는 외곽도로나 고속도로에서는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는 쪽이 유리하다.
시내에서 창문을 내릴 때는 한쪽만 활짝 열지 말고 운전석과 그 반대편 뒷좌석 창문을 손가락 두세 개 들어갈 만큼씩 내린다. 그러면 바람이 차 안을 한 번 지나 빠져나가면서 더운 공기가 금방 밀려 나가고, 한쪽만 열었을 때처럼 귀가 울리는 소리도 덜하다.
고속도로 진입로에 들어서기 전에 창문을 올리고 에어컨을 켠다. 차 안이 많이 더워져 있다면 창문을 내린 채로 저속에서 30초쯤 달려 뜨거운 공기를 먼저 빼낸 다음 창문을 올리는 것이 좋다. 그래야 에어컨이 처음부터 뜨거운 공기를 식히느라 힘을 쓰지 않는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SUV 운전자가 창문 스위치로 유리를 올리는 손과 공조 조작부를 가까이 담은 장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창문을 올린 뒤에는 공기 흡입을 내부 순환으로 바꿔 둔다. 한 번 식은 차 안 공기를 다시 식히는 쪽이 밖의 더운 공기를 끌어들여 식히는 것보다 연료가 덜 든다. 다만 내부 순환으로 오래 달리면 유리창에 김이 서리고 졸음이 오기 쉬우니 30분쯤마다 외부 공기로 바꿔 환기한다. 속도가 수시로 오르내리는 구간에서는 창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지 말고 에어컨을 켠 상태로 두는 편이 낫다.
SUV 중앙 공조 조작부의 내부 순환 버튼을 누르는 손을 가까이 담은 장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에어컨을 쓸지 창문을 열지는 더위를 참는 문제가 아니라 그 순간의 속도에 맞춰 고르는 문제다. 시내에서는 창문, 고속도로에서는 에어컨으로 바꿔 보길 권한다. 돈을 따로 들이지 않고 버튼 하나로 기름값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