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국그릇에 담긴 뽀얀 북엇국 위로 북어채와 대파가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속이 더부룩한 아침이나 전날 술자리가 길었던 날에 북엇국만큼 먼저 생각나는 국이 없다. 말린 북어를 불려 끓인 국물은 맵거나 기름지지 않아 빈속에도 부담이 적고, 몇 숟가락 떠먹는 동안 속이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막상 끓여 놓고 맛을 보면 생각한 맛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국물이 맹물처럼 심심하거나 말린 생선 특유의 비린 맛이 혀끝에 남는데, 소금을 더 넣으면 짠맛만 세지고 더 우러나라고 오래 끓이면 북어살이 흐물흐물 풀어진다.
이럴 때 재료를 새로 사 올 필요는 없다. 다 끓인 북엇국에 들깨가루를 반 스푼만 넣고 한 번 저어 주면 텁텁해지지 않고 고소함만 올라오면서, 먹고 난 뒤 속도 한결 편하다.
북엇국 국물이 심심하고 비린 맛이 남는 이유
맑은 북엇국 냄비 안에 불린 북어채가 국물과 함께 담겨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북어는 생태를 바싹 말린 생선이라 살 속의 물기와 기름기가 거의 빠져 있다. 그래서 끓이면 감칠맛은 잘 우러나지만 국물에 남는 기름이 적어 맛이 입안에 머물지 못하고 금방 사라진다. 비린 맛도 같은 데서 오는데, 말리는 동안 생선 기름이 공기와 닿아 변하면서 생긴 냄새라서 물에 불리고 끓이는 것만으로는 다 빠지지 않는다.
들깨가루를 넣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들깨는 알 자체에 기름이 많아 갈아 놓은 가루를 국물에 풀면 그 기름이 퍼져 나오는데, 이 기름이 북어의 감칠맛을 입안에 붙잡아 두고 비린 맛을 눌러 준다. 국물 색이 뽀얗게 흐려지면서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도 부드러워진다. 간을 더 세게 하는 쪽이 아니라 고소한 기름을 더하는 쪽으로 손을 대야 하는 이유다.
국자 안의 들깨가루를 북엇국 냄비 가장자리에 넣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북엇국에 들깨가루 넣어 고소하게 끓이는 방법
깨끗한 조리대 위에 들깨가루와 다진 마늘, 새우젓을 작은 그릇에 나눠 준비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할 것은 많지 않다. 2~3인분 기준으로 들깨가루 반 스푼, 다진 마늘 한 큰술, 그리고 간을 맞출 새우젓과 소금이면 된다. 한 번 열어 둔 들깨가루 봉지는 냉장실이나 냉동실에 넣어 두고 쓰는 것이 좋다.
북어채는 물에 10분쯤 담가 부드럽게 불린 다음 물기를 꽉 짜고, 냄비에 참기름을 조금 넣어 살이 하얗게 일어날 때까지 볶는다. 여기에 물을 붓고 끓어오르면 다진 마늘을 한 큰술 넣는다. 마늘은 이만큼 넣어야 북어에서 올라오는 비린 맛이 잡힌다.
냄비에서 참기름에 볶은 북어채에 다진 마늘을 넣는 조리 단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간은 새우젓으로 먼저 한다. 새우젓을 한 숟가락 넣고 국물을 떠서 맛을 본 다음, 모자란 만큼만 소금으로 더한다. 새우젓부터 넣으면 짠맛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감칠맛이 같이 들어와 국물에 깊이가 생긴다. 중간 불에서 10분쯤 더 끓여 국물이 노르스름하게 우러나면 거의 다 된 것이다.
들깨가루는 가장 마지막에 넣는다. 불을 끄기 바로 전에 반 스푼을 넣고 국자로 한 번 저어 섞어 주면 끝이다. 처음부터 넣고 오래 끓이면 고소한 향이 날아가고 냄비 바닥에 눌어붙어 텁텁해지니, 넣은 뒤에는 2~3분을 넘기지 않는다. 맑던 국물이 뽀얗게 흐려지고 고소한 냄새가 올라오면 제대로 섞인 것이다.
들깨가루는 많이 넣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다. 한 스푼을 넘기면 국물이 걸쭉해지면서 북어 맛이 가려지니, 반 스푼에서 시작해 입에 맞게 조금씩 늘리는 쪽이 낫다. 속이 예민한 날이나 밤새 속이 쓰렸던 아침에는 반 스푼만 넣어도 국물이 한결 부드럽게 넘어간다.
다음에 북엇국을 끓일 때는 불을 끄기 전에 들깨가루 통을 한 번 열어 보길 권한다. 가루 반 스푼을 넣는 그 몇 초가 식구들이 아침에 속 편하게 비우는 국 한 그릇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