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잠근 회색 집업 후드티와 접어 둔 베이지색 니트가 깨끗한 빨래 바구니 안에 놓여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아끼던 니트를 꺼내 입으려고 펼쳐 보면 소매나 옆구리에 작은 구멍이 나 있는 날이 있다. 지난봄에 세탁해서 개어 넣어 둘 때는 멀쩡했는데 날이 선선해져 다시 꺼낸 니트에 바늘로 찌른 것 같은 자리가 생겨 있으면 입기도 전에 기운이 빠진다.
대부분은 옷장에 벌레가 들었거나 오래 입어서 낡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방충제를 새로 넣거나 수납 상자를 바꿔 본다. 그런데도 멀쩡했던 다른 니트에 또 구멍이 생기고, 얇은 티셔츠에는 올이 당겨진 줄이 길게 남는 일이 되풀이된다.
구멍이 생긴 자리를 가까이 보면 섬유가 뚝 끊어진 것이 아니라 한쪽으로 당겨져 벌어진 모양인 경우가 많다. 이런 구멍은 옷장이 아니라 세탁기 안에서 생기는데, 같이 돌린 집업이나 재킷의 지퍼가 원인이다.
열어 둔 지퍼 이빨이 니트 올을 당기는 이유
열린 검은 지퍼 이빨 가까이에 베이지색 니트의 당겨진 고리 부분이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세탁기는 안에 든 빨래를 물과 함께 계속 돌리고 비틀면서 때를 뺀다. 이때 옷들은 서로 눌리고 당겨지며 세탁통 벽을 따라 오르내리는데, 지퍼를 열어 둔 옷은 양쪽으로 갈라진 이빨 줄이 그대로 드러난 상태로 그 안을 돌아다닌다.
드러난 이빨은 끝이 톱니처럼 각져 있어서 옆에 있는 옷감을 쉬지 않고 긁는다. 세탁 코스를 울 코스로 낮추거나 중성세제로 바꿔도 구멍이 계속 생기는 이유가 여기 있는데, 물살을 약하게 해도 이빨과 옷감이 맞닿는 것 자체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니트는 실을 고리처럼 엮어 만든 옷이라 고리 하나가 이빨에 걸려 당겨지면 그 줄이 줄줄이 풀린다. 얇은 티셔츠나 레이스, 스타킹도 마찬가지여서, 돌아가는 힘에 옷감이 강하게 당겨지면 그 자리에 구멍이 뚫리거나 박음질한 실밥이 터진다. 그래서 세제나 코스를 손볼 것이 아니라 세탁기에 넣기 전에 지퍼 쪽에 손을 대야 한다.
니트에 구멍 안 나게 지퍼 달린 옷 세탁하는 방법
깨끗한 손이 집업 후드티의 지퍼 손잡이를 목 부분 끝까지 올리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세탁기를 돌리기 전에 빨래 바구니를 한 번 훑어 지퍼가 달린 옷을 따로 꺼내 놓는다. 집업 후드티와 바람막이, 재킷은 물론이고 지퍼가 달린 바지와 치마, 지퍼 주머니가 붙은 운동복까지 모두 해당된다. 꺼내 놓은 옷은 지퍼를 아래 끝까지 내렸다가 위로 한 번에 끝까지 올리는데, 손잡이가 더 움직이지 않는 지점까지 올라가야 이빨이 완전히 맞물린다.
단추는 반대로 풀어 둔다. 채운 채 돌리면 단추를 달아 둔 실에 계속 힘이 걸려 실밥이 먼저 늘어난다. 지퍼를 끝까지 채운 옷은 겉면을 안쪽으로 뒤집어 세탁망에 한 벌씩 따로 넣고, 세탁물은 세탁통의 70~80% 정도만 채워 옷이 물속에서 움직일 자리를 남긴다.
뒤집은 집업 후드티 한 벌이 지퍼를 잠근 채 흰 세탁망 안에 들어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세탁이 끝나면 바로 꺼내 망을 벗기고, 이번에는 지퍼를 다시 활짝 내려서 말린다. 물기가 이빨 사이에 남으면 금속 지퍼에 녹이 생기고, 그 녹물이 맞닿은 옷에 누런 자국으로 번진다. 니트는 옷걸이에 걸지 않고 마른 수건 위에 펼쳐 놓는 것이 좋다.
마른 흰 수건 위에 펼친 베이지색 니트와 활짝 연 회색 집업 후드티가 나란히 놓여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지퍼 손잡이가 중간에서 걸려 끝까지 올라가지 않는 옷은 이빨이 어긋난 상태라 다른 빨래와 같이 넣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이미 올이 당겨진 니트는 안쪽에서 바늘로 조금씩 당겨 모양을 잡을 수 있지만, 구멍이 뚫린 자리는 되돌리기 어렵다.
빨래를 넣기 전에 지퍼 손잡이를 끝까지 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몇 초밖에 되지 않으니, 세탁기 문을 열 때마다 바구니를 한 번 훑어보는 습관을 들여 보길 권한다. 지퍼를 채우는 일은 한 철 입고 마는 옷이 아니라 몇 해를 두고 입는 니트를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