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쭉하게 졸인 카레 냄비 옆에 반 스푼 이하의 인스턴트 커피를 담은 계량스푼을 놓은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집에서 카레를 끓이면 재료를 넉넉히 넣고 시간도 들였는데 정작 맛은 밍밍하고 달기만 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한 숟갈 떠서 맛을 보고는 무언가 빠진 것 같아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데, 식당에서 먹던 카레와 비교하면 맛이 평평하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그럴 때 대부분 고형 카레를 한 조각 더 넣거나 소금과 후추를 더하게 되는데, 짠맛과 매운맛만 세지고 아쉬웠던 깊이는 그대로 남는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넣은 카레라면 한 김 식은 뒤에 고기 특유의 잡내가 올라와 숟가락이 자꾸 멈추기도 한다.
이때 찬장에 있는 인스턴트 커피를 반 스푼 이하로 넣어 주면 맛이 한결 묵직해진다. 커피를 카레에 넣는다니 낯설게 들리지만, 넣는 시점과 분량만 지키면 커피 맛이 따로 튀지 않고 카레 맛을 아래에서 받쳐 준다.
달기만 하고 평평하게 느껴지는 집 카레
국물이 많은 집 카레를 국자로 떠 보며 농도를 확인하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집에서 끓인 카레가 달기만 한 이유는 고형 카레에 들어 있는 단맛에 감자와 양파에서 우러난 단맛이 겹쳐지기 때문인데, 여기에 물을 넉넉히 부어 끓이면 단맛과 걸쭉한 느낌만 남고 맛의 아래를 받쳐 주는 쓴맛과 구수한 맛이 비어 있게 된다.
비어 있는 자리가 쓴맛 쪽이라서 소금이나 고형 카레를 더 넣어도 채워지지 않는다. 짠맛과 매운맛은 단맛 옆에 나란히 서는 맛이라 한 방향으로 더 진해지기만 하고, 오히려 단맛이 앞에 서 있을 때 고기에서 나온 잡내가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인스턴트 커피는 볶은 커피콩을 갈아 뽑아낸 가루라서 로스팅 향과 쓴맛을 함께 가지고 있고, 따뜻한 국물에 바로 풀린다. 이 향과 쓴맛이 국물 전체에 얇게 깔리면 앞에 서 있던 단맛이 한 발 물러나고 고기 잡내도 함께 가려져, 같은 재료로 끓인 카레가 훨씬 또렷하게 느껴진다.
카레 졸일 때 인스턴트 커피 넣는 방법
설탕과 크림이 섞이지 않은 알갱이형 인스턴트 커피를 반 스푼으로 덜어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1~2인분 기준으로 인스턴트 커피는 반 스푼 이하만 준비한다. 알갱이 형태의 커피만 든 제품이 좋고, 설탕과 크림이 섞인 봉지 커피는 단맛을 더 얹게 되니 피하는 것이 좋다. 분량이 넘으면 쓴맛이 도드라지기 때문에 반 스푼을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넣는 시점은 카레를 졸이는 중간이다. 재료를 볶고 물을 부어 고형 카레를 다 풀었다면, 국물이 조금 걸쭉해지기 시작하는 무렵에 불을 약하게 줄이고 커피를 넣는다. 처음 물을 부을 때 넣으면 끓는 동안 로스팅 향이 날아가고, 불을 끈 뒤에 넣으면 커피 맛만 따로 떠 있는 이질감이 생긴다.
걸쭉해지기 시작한 카레에 약한 불에서 커피를 넣는 중간 단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루를 냄비에 바로 뿌리면 뭉칠 수 있으니, 국자로 국물을 조금 덜어 그 안에서 커피를 먼저 완전히 풀고 냄비에 부은 다음 바닥까지 긁으며 젓는다. 그대로 2~3분쯤 더 졸이면서 맛을 보는데, 국물 색이 한 톤 진해지고 향에 구수한 기운이 섞이면 알맞게 들어간 것이다.
카레 국물을 덜어 낸 국자 안에서 인스턴트 커피를 먼저 풀어 주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커피 맛이 먼저 올라오면 물을 반 컵쯤 더 부어 끓이면 누그러진다. 반대로 맛이 아직 밋밋하면 다음에 끓일 때 조금만 더 넣어 양을 찾아 가는 편이 낫고, 한 번에 더 넣어 맞추려 들면 쓴맛으로 넘어간다. 쓴맛에 예민한 아이와 함께 먹을 카레라면 반 스푼의 절반부터 시작해 본다.
카레는 한 번 끓이면 며칠을 두고 먹는 음식이라 맛이 아쉬우면 그 아쉬움도 며칠 이어진다. 다음에 카레를 끓일 때 졸이는 중간에 인스턴트 커피를 반 스푼만 풀어 보길 권한다. 재료를 더 사지 않고도 온 식구가 먹는 한 냄비의 맛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