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씻고 바로 칼꽂이에 꽂지 마세요"…별거 아닌 것 같아도 칼 수명이 달라집니다


마른 면 행주로 칼날과 손잡이 연결부를 닦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마른 면 행주로 칼날과 손잡이 연결부를 닦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설거지를 마치고 칼을 헹군 다음 물을 한두 번 털어 곧장 칼꽂이에 꽂아 두는 집이 많다. 칼은 금방 마르는 물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날이 매끈해서 물이 저절로 흘러내릴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싱크대에 그냥 올려 두는 것보다 안전하니 씻자마자 꽂아 두는 쪽이 낫다고 여기는 경우도 흔하다.

그런데 몇 달쯤 쓰다 보면 날은 멀쩡한데 손잡이와 날이 이어지는 자리에 붉은 자국이 번지거나 손잡이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칼이 나온다. 보이는 날만 행주로 쓱 닦아 두는 것으로는 이 자리가 그대로 남아서, 녹이 눈에 보일 때쯤이면 이미 안쪽까지 들어간 상태다.

칼을 십 년 쓰는 집과 몇 년 만에 바꾸는 집의 차이는 칼을 씻고 꽂기까지의 짧은 사이에서 갈린다. 마른 행주 한 장으로 날은 물론 손잡이와 날이 맞물리는 부분까지 물기를 닦아낸 다음 꽂는 것, 그것이 전부다.

칼꽂이 안쪽에 갇힌 물기가 녹을 만드는 이유

위쪽만 열린 나무 칼꽂이의 좁은 칼 홈을 가까이서 본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위쪽만 열린 나무 칼꽂이의 좁은 칼 홈을 가까이서 본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칼에서 가장 먼저 상하는 자리는 날끝이 아니라 날과 손잡이가 맞물리는 틈이다. 서로 다른 재질이 맞붙어 있는 자리라 잘 만든 칼이라도 아주 얇은 틈이 남는데, 물기가 그 틈으로 스며들면 안에서 쇠가 산소와 만나 붉은 녹이 올라오고, 나무 손잡이는 물을 먹었다 마르기를 되풀이하면서 조금씩 벌어진다.

이 틈에 든 물은 손으로 털어서는 빠지지 않는다. 칼꽂이 안쪽은 칼 한 자루가 겨우 들어갈 만큼 좁고 위쪽만 열려 있어 바람이 거의 지나가지 않아서, 안에 들어간 물기는 몇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남는다. 칼을 꽂는 홈 바닥에도 물이 고여 다음에 꽂는 칼까지 아래쪽부터 젖는다.

결국 녹과 균열을 만드는 것은 칼을 험하게 쓰는 습관이 아니라 씻고 남은 물기라서, 날 표면의 물만 줄여서는 며칠을 못 가고 틈에 든 물까지 마른 천으로 빨아들여야 한다. 마른 면 행주는 섬유가 물을 당겨 가는 성질이 있어 좁은 틈에 대고 누르면 안에 든 물이 천으로 옮겨 온다.

접은 마른 면 행주 끝을 칼날과 손잡이 사이의 좁은 틈에 대고 누른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접은 마른 면 행주 끝을 칼날과 손잡이 사이의 좁은 틈에 대고 누른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칼날과 손잡이에 남은 물기 닦아내는 방법

도마 위에 놓은 칼날을 접은 마른 행주로 손잡이 쪽에서 날끝 쪽으로 한 방향으로 닦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도마 위에 놓은 칼날을 접은 마른 행주로 손잡이 쪽에서 날끝 쪽으로 한 방향으로 닦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필요한 것은 마른 면 행주 한 장이다. 설거지에 쓰던 젖은 행주로는 물기가 옮겨 가기만 하니, 마른 수건 한 장을 칼 닦는 용도로 따로 두고 쓰는 것이 좋다. 칼은 부드러운 스펀지로 손설거지하고 식기세척기에는 넣지 않는다. 안에서 열기와 세제에 오래 노출되면 날이 무뎌지고 손잡이 접합부가 삭는다.

헹군 칼은 날을 바깥쪽으로 돌려 도마 위에 눕히고, 행주를 두 번 접어 칼등 위에 덮은 다음 손잡이 쪽에서 날끝 쪽으로 한 방향으로만 밀어 닦는다. 왕복으로 문지르면 손이 날 쪽으로 밀릴 수 있어 한 번 닦고 행주를 떼었다가 다시 대는 식으로 한다. 양면을 두세 번씩 닦으면 날에 묻은 물은 거의 사라진다.

그다음이 실제로 녹이 생기는 자리다. 날과 손잡이가 이어지는 부분은 행주 끝을 손가락에 감아 눌러 가며 닦는다. 금속 못이 박힌 손잡이는 못 주위의 좁은 턱에, 통짜 손잡이는 날이 들어간 입구의 홈에 물이 남으니, 그 자리에 행주를 대고 5초쯤 눌러 두면 안에 든 물이 천으로 빨려 나온다.

금속 못이 있는 칼 손잡이의 연결부를 행주 끝으로 눌러 닦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금속 못이 있는 칼 손잡이의 연결부를 행주 끝으로 눌러 닦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손잡이 끝과 바닥면까지 닦은 뒤 손등으로 연결 부분을 만졌을 때 차갑고 축축한 느낌이 없으면 다 된 것이다. 나무 손잡이는 물기가 남기 쉬워 한 번 더 닦고, 그래도 미심쩍으면 5분쯤 세워 두었다가 꽂는다. 칼꽂이도 한 달에 한 번은 비우고 뒤집어 털어 안쪽 부스러기를 빼낸 다음 바람이 드는 자리에서 말린다.

칼을 씻고 행주로 한 번 닦아 꽂는 데 드는 시간은 10초가 조금 넘는다. 설거지 마지막에 이 10초를 들이는 습관을 붙여 보길 권한다. 칼은 식구들이 먹을 재료에 가장 먼저 닿는 도구라서, 날과 손잡이가 성한 상태로 오래 쓰는 것이 그만큼 안전하게 쓰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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