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페트병 안에 손잡이 달린 비닐봉지가 한 줄로 들어 있고, 한 장의 손잡이가 병 입구 밖으로 나와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장을 보고 오거나 배달 음식을 받으면 손잡이 달린 비닐봉지가 하나둘 남는다. 버리기는 아깝고 쓸 데는 많아서 대부분 대충 접어 싱크대 아래 서랍이나 주방 한쪽 수납함에 모아 두게 된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면 서랍 한 칸이 봉지로 가득 찬다.
문제는 꺼내 쓸 때다. 음식물 쓰레기를 담거나 반찬을 싸 보내려고 한 장만 잡아당기면 여러 장이 한꺼번에 딸려 나오고, 서로 걸린 손잡이를 풀다가 서랍 밖으로 쏟기도 한다. 급할 때일수록 손이 더 가는 일이라, 서랍을 다시 정리해 가지런히 접어 넣어도 며칠이면 똑같은 뭉치가 된다.
비닐봉지는 쌓아 두는 물건이 아니라 이어 두는 물건이라고 생각을 바꾸면 이 문제가 풀린다. 다 마신 페트병 하나만 있으면 봉지를 티슈처럼 한 장씩 뽑아 쓰는 통을 만들 수 있다.
서랍에 모아 둔 비닐봉지가 한 뭉치로 엉키는 이유
주방 서랍 안에서 여러 비닐봉지의 손잡이 고리가 서로 걸려 한 뭉치가 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비닐봉지가 엉키는 것은 손잡이 때문인데, 얇고 미끄러운 비닐에 고리 모양 손잡이가 두 개씩 달려 있어서 봉지끼리 맞닿으면 고리 사이로 옆 봉지의 손잡이가 들어가 걸린다. 서랍 안에서 눌리고 밀리는 동안 이런 걸림이 여러 군데 생기고, 그래서 한 장을 당기면 걸린 봉지들이 줄줄이 따라 나온다.
접어서 넣는 방법이 며칠을 못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랍을 여닫을 때마다 봉지가 앞뒤로 밀리면서 접어 둔 모양이 풀리는데, 비닐은 가볍고 정전기가 있어 제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는다. 한 번 흐트러진 뒤에는 접기 전보다 부피가 더 커지기도 한다.
페트병이 통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병 입구가 좁아서 한 번에 봉지 한 장만 빠져나오고, 봉지 손잡이끼리 미리 이어 두면 앞 봉지가 빠져나갈 때 다음 봉지의 손잡이를 입구까지 끌고 올라온다. 엉킴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봉지가 걸릴 자리를 한 군데로 정해 주는 셈이다. 그래서 봉지를 그냥 병에 쑤셔 넣는 것이 아니라, 한 줄로 이어 두는 일부터 해야 한다.
페트병으로 비닐봉지 한 장씩 뽑아 쓰는 방법
아래쪽을 자른 투명 페트병과 중앙에 십자 칼집을 낸 밑부분 조각, 가위를 주방 조리대에 나란히 둔 준비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깨끗이 씻어 물기를 말린 투명 페트병과 가위다. 봉지가 작으면 500ml, 장바구니용 큰 봉지까지 넣으려면 1.5리터 이상이 알맞다. 병 아래쪽 약 5cm를 가위로 둘러 잘라 내는데, 자른 테두리가 날카로우니 손이 닿는 쪽 모서리를 가위로 한 번 더 다듬어 둔다. 잘라 낸 밑부분 조각은 버리지 않고, 둘레에 십자 모양이 되도록 네 군데 칼집을 1cm쯤 넣어 둔다.
이제 비닐봉지를 잇는다. 봉지 한 장의 손잡이 고리 안으로 다음 봉지의 손잡이를 끼우고 반으로 접어 내린 다음, 그 봉지의 남은 손잡이에 또 다음 봉지를 끼우는 식으로 되풀이한다. 열 장이든 스무 장이든 이렇게 하면 봉지 전체가 끊기지 않는 한 줄로 이어진다.
두 비닐봉지의 손잡이 고리를 끼워 한 줄로 잇는 손동작.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이어 놓은 봉지는 바닥부터 느슨하게 뭉쳐 가며 잘라 낸 아래쪽 구멍으로 밀어 넣는다. 꽉 눌러 담으면 뽑을 때 병목에서 걸리니 손으로 살살 눌러 넣고, 맨 끝 봉지의 손잡이 하나만 병 입구 밖으로 빼놓는다. 다 넣었으면 칼집 낸 밑부분 조각을 살짝 오므려 아래 구멍에 끼워 막는다. 밖으로 빼놓은 손잡이를 당겼을 때 다음 손잡이가 입구까지 올라와 멈추면 제대로 된 것이다.
비닐봉지를 넣은 페트병의 아래쪽 구멍에 칼집 낸 밑부분 조각을 끼워 막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한 병에 들어가는 양은 봉지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열다섯에서 스무 장쯤이 적당하다. 더 욱여넣으면 한 장을 뽑을 때 두세 장이 같이 끌려 나온다. 기름이나 국물이 묻은 봉지는 넣지 않고 바로 버리는 편이 낫고, 봉지가 절반쯤 줄었을 때 새로 모은 봉지를 다시 이어 채워 두면 끊김 없이 쓸 수 있다.
페트병 한 개와 가위만으로 끝나는 일이라 십오 분이면 충분하니 주말에 한번 만들어 보길 권한다. 봉지 하나 꺼내려고 서랍을 뒤적이던 시간이 없어지면 주방에서 손이 멈추는 자리가 하나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