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서 꺼낸 AA와 AAA 알카라인 건전지가 평평한 나무 상판 위에 종류별로 놓여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리모컨이 갑자기 안 눌려서 건전지를 갈려고 서랍을 열면, 굴러다니는 AA와 AAA가 뒤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새로 사서 넣어 둔 것도 있고 기기에서 빼놓은 것도 있는데, 겉모습이 똑같아서 어느 것이 아직 쓸 수 있는 건전지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대개 리모컨이나 주방 저울에 하나씩 끼워 보게 된다. 그런데 넣었다 뺐다 하며 뚜껑을 여닫는 일이 몇 번 반복되면 시간이 제법 걸리고, 그러다 다 쓴 것과 새것을 한 기기에 섞어 넣으면 얼마 못 가 누액이 생겨 단자에 흰 가루가 묻기도 한다.
건전지는 기기에 끼워 봐야 안다고 생각하지만, 평평한 바닥에 세워 2~3cm 높이에서 떨어뜨려 보면 1초 만에 갈린다. 튀지 않고 그대로 서 있는 쪽이 아직 쓸 수 있는 건전지고, 통통 튀거나 쓰러지는 쪽이 다 쓴 건전지다.
다 쓴 건전지가 바닥에서 통통 튀는 이유
평평한 상판 위에 세워 둔 AA 알카라인 건전지의 평평한 음극 면이 바닥에 닿아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차이는 건전지 안쪽이 얼마나 물렁한가에서 나온다. 알카라인 건전지 안에는 아연 가루가 젤에 섞인 채 빈틈없이 차 있는데, 이 젤이 물렁해서 바닥에 닿는 순간 충격을 안으로 흡수한다. 그래서 새 건전지는 둔탁한 소리를 한 번 내고 튀지 않은 채 제자리에 선다.
건전지를 쓰는 동안 이 아연은 산화아연으로 바뀐다. 산화아연은 가루 사이를 딱딱하게 이어 붙여서 물렁했던 속이 도자기처럼 굳고, 그 과정에서 가스가 생겨 구조도 느슨해진다. 굳은 속은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되받아치기 때문에, 다 쓴 건전지는 가볍게 통통 튀다가 옆으로 쓰러진다.
겉면을 봐도 표시가 없고 흔들어 봐도 알 수 없는 이 속 변화가, 떨어뜨리는 순간 튀는 정도로 드러나는 것이다. 다만 이 차이는 아연 가루가 젤에 담긴 알카라인 건전지에서 분명하게 나타나고, 속을 다르게 만든 리튬 건전지는 차이가 덜할 수 있다. 서랍에 흔히 굴러다니는 알카라인 건전지부터 갈라 보면 된다.
서랍 속 건전지 다 쓴 것 가려내는 방법
식탁보를 걷어 낸 단단한 나무 식탁 상판이 건전지를 떨어뜨릴 자리로 비어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필요한 것은 평평하고 단단한 바닥뿐이다. 식탁이나 싱크대 상판처럼 울리지 않는 자리가 좋고, 식탁보나 수건이 깔려 있으면 걷어 내고 맨 바닥에 놓는다. 푹신한 것이 깔려 있으면 새것이든 다 쓴 것이든 똑같이 툭 하고 멈춰서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건전지는 평평한 쪽인 음극이 아래로 오게 세워 쥐고, 바닥에서 2~3cm만 띄운다. 손가락 한두 마디 정도 높이다. 그 상태에서 기울이지 않고 손만 놓아 수직으로 떨어뜨린다. 높이를 5cm 이상으로 올리면 새 건전지도 함께 튀어서 구분이 흐려지니 낮게 잡는 것이 좋다.
깨끗한 손이 AA 건전지를 평평한 나무 상판에서 2~3cm 높이로 수직으로 잡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떨어진 뒤에 어떻게 되는지만 본다. 한 번 툭 하는 소리를 내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으면 아직 쓸 수 있는 것이다. 두세 번 통통 튀어 오르거나 튀면서 옆으로 쓰러지면 다 쓴 것으로 갈라 둔다. 애매하면 새 건전지 하나를 같은 자리에 떨어뜨려 보고 소리와 튀는 정도를 견줘 보면 된다.
평평한 상판 위에서 한 AA 건전지는 서 있고 다른 한 개는 옆으로 누워 있어 떨어진 뒤 상태를 비교할 수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려낸 뒤에는 쓸 수 있는 것만 서랍 한 칸이나 작은 통에 모으고, 다 쓴 것은 따로 담아 폐건전지 수거함에 넣는다. 단자에 흰 가루가 묻어 있거나 몸통이 부풀어 있는 건전지는 누액이 시작된 것이니 떨어뜨려 보지 말고 바로 빼서 버리고, 가루가 손에 묻었으면 비누로 씻는다.
절반쯤 쓴 건전지도 다 쓴 것처럼 튀는 편이라, 튀는 것 중에는 힘이 조금 남은 것도 섞여 있다. 그래도 남은 힘이 적어 리모컨이나 저울에서는 오래 못 가니 다 쓴 쪽으로 몰아 두는 것이 편하다. 충전지는 속 구조가 달라 이렇게 가리기 어려우니 충전기에 꽂아 확인한다.
건전지를 새로 사 올 때마다 서랍에 있는 것부터 한 번씩 떨어뜨려 보고 갈라 두길 권한다. 쓸 수 있는 건전지만 한자리에 모여 있으면 다음에 리모컨이 멈췄을 때 하나씩 끼워 보며 헤맬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