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된장국 멸치, 그냥 넣지 마세요"…조미료 없이 국물이 시원해집니다


손질한 중멸치와 거칠게 간 멸치를 곁들인 배추된장국 냄비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손질한 중멸치와 거칠게 간 멸치를 곁들인 배추된장국 냄비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날이 서늘해지면서 배추가 달아지는 철이 되면 배추된장국을 끓이는 날이 부쩍 늘어난다. 배추를 썰어 넣고 된장을 풀어 한소끔 끓이기만 해도 밥상이 차려지니 손이 가장 덜 가는 국인데, 막상 한 숟갈 떠먹어 보면 국물이 밍밍해서 아쉬울 때가 많다.

그래서 국물용 멸치를 한 줌 집어넣고 끓이다가 건져내는 방법을 쓰게 되는데, 그렇게 해도 맛이 눈에 띄게 달라지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결국 조미료를 반 숟갈 넣고 나서야 간이 잡히는 것 같아, 맛은 났는데 어딘가 찜찜한 기분으로 상을 차리게 된다.

이때 멸치를 쓰는 방식만 바꿔도 국물 맛이 달라진다. 끓는 물에 넣어 우려내는 대신 멸치를 살짝 구워 거칠게 갈아서 국에 그대로 넣는 방법이다.

멸치를 그대로 끓인 배추된장국이 밍밍한 이유

국물용 중멸치의 머리와 내장을 분리해 둔 손질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국물용 중멸치의 머리와 내장을 분리해 둔 손질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멸치의 시원한 맛은 물에 잠깐 담가 두는 것만으로는 다 빠져나오지 않는다. 맛을 내는 성분이 멸치 살과 뼈 안쪽에 들어 있어서, 제대로 우리려면 찬물에 미리 담가 두고도 10분 이상 더 끓여야 국물로 나온다. 된장국은 배추를 넣고 바로 끓여 내는 국이라 그만큼 기다릴 틈이 없다.

시간을 들여 오래 끓이는 것도 답이 되기 어렵다. 멸치를 국물에 길게 담가 두면 맛보다 비린 냄새가 먼저 올라오고, 냄새가 나기 전에 서둘러 건져내면 멸치 몸에 남아 있는 맛까지 함께 버리게 된다. 멸치를 넣었는데도 국물이 심심한 것은 이 두 가지가 겹친 결과다.

멸치를 구워서 갈아 넣으면 이 과정이 아예 필요 없어진다. 마른 열로 한 번 익히면 멸치에 남아 있던 물기가 날아가면서 비린 냄새가 줄어들고, 거칠게 갈아 두면 국물에 닿는 면이 넓어져 짧게 끓여도 맛이 바로 우러난다. 건져낼 일이 없으니 멸치 자체가 국 안에 남아 맛을 계속 낸다.

배추된장국에 구운 멸치 갈아 넣는 방법

흰 접시에 겹치지 않게 펴 놓은 손질 멸치를 전자레인지에 넣기 전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흰 접시에 겹치지 않게 펴 놓은 손질 멸치를 전자레인지에 넣기 전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네 식구가 먹을 국 한 냄비에는 국물용 중멸치 20마리 정도가 적당하다. 멸치는 머리를 떼고 몸통을 반으로 갈라 검은 내장을 손으로 떼어 낸다. 내장이 그대로 들어가면 국물에서 쓴맛이 돌기 때문에, 이 손질만큼은 건너뛰지 않는 것이 좋다.

손질한 멸치는 접시에 겹치지 않게 펴 놓고 전자레인지에 10초 돌린다. 꺼내서 한 마리를 손으로 부러뜨려 봤을 때 바스러지는 소리가 나면 다 된 것이고, 아직 물렁하면 5초만 더 돌린다. 한 번에 길게 돌리면 타면서 탄 냄새가 나니 짧게 나눠 돌리는 쪽이 안전하다.

바삭해진 멸치는 한 김 식힌 뒤 마늘 분쇄기에 넣고 짧게 두세 번만 눌러 거칠게 간다. 멸치 살이 쌀알만 하게 부서진 상태에서 멈추면 되고, 밀가루처럼 고운 가루가 될 때까지 돌리면 국물이 탁해지고 입 안에 가루가 남는다. 분쇄기가 없으면 두꺼운 비닐봉지에 넣고 밀대로 눌러 부숴도 된다.

마늘 분쇄기 안에서 쌀알 크기로 거칠게 부서진 구운 멸치.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마늘 분쇄기 안에서 쌀알 크기로 거칠게 부서진 구운 멸치.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국은 평소대로 끓이면 된다. 쌀뜨물이나 맹물에 된장을 풀고 썬 배추를 넣은 다음, 국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때에 갈아 둔 멸치를 넣는다. 그대로 2~3분만 더 끓이면 국물 색이 조금 진해지면서 맛이 올라온다. 맑은 국이나 뽀얀 국에는 가루가 떠다녀 어울리지 않으니, 된장을 푼 국이나 찌개에 쓰는 것이 좋다.

끓는 배추된장국에 거칠게 간 멸치를 넣는 조리 장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끓는 배추된장국에 거칠게 간 멸치를 넣는 조리 장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멸치는 한 봉지를 손질해 구워서 갈아 두고 냉동실에 넣어 두면 된장국을 끓일 때마다 한 숟갈씩 꺼내 쓸 수 있다. 조미료 통에 손이 가기 전에 멸치 한 숟갈을 먼저 넣어 보길 권한다. 식구들이 날마다 먹는 국 맛을 재료로 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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