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물을 담아 둔 코팅 팬 바닥의 갈색 눌은 자국과 깨끗이 씻은 페트병 뚜껑을 가까이에서 담은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볶음 요리를 하거나 생선을 굽고 나면 팬 바닥 한가운데에 갈색 자국이 남는 날이 있다. 불을 조금 세게 썼거나 양념이 끓어 넘친 자리인데, 설거지를 하면서 수세미로 아무리 문질러도 손끝에 턱턱 걸리기만 하고 자국은 그대로 남는다.
이런 자국이 보이면 대부분 수세미 거친 면으로 한참을 밀다가, 그래도 안 되면 싱크대 밑에서 철수세미를 꺼내게 된다. 철수세미로 몇 번 밀면 자국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 자리에 잔금 같은 흠집이 생기고, 그다음부터는 계란 하나를 부쳐도 눌어붙어 결국 팬을 통째로 버리게 된다.
코팅을 살리면서 눌은 자국만 떼어내려면 금속이 아닌 도구를 써야 하는데, 집에서 버리는 물건 중에 딱 맞는 것이 하나 있다. 음료를 마시고 남은 페트병 뚜껑이다.
수세미로 문질러도 눌은 자국이 지워지지 않는 이유
코팅 팬 바닥 중앙에 얇게 남은 갈색 눌은 자국을 가까이에서 보여 주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팬에 눌어붙은 갈색 자국은 단순히 묻어 있는 기름이 아니다. 기름과 음식물에 든 단백질, 당분이 높은 열을 받으면서 서로 엉겨 딱딱하게 굳은 것이라 표면에 얇게 눌린 딱지에 가깝고, 세제가 녹여 내는 기름때와는 성질이 달라서 거품을 아무리 많이 내도 그대로 남는다.
수세미의 거친 면은 표면을 스치며 묻은 것을 밀어내는 도구라서, 이렇게 굳어 붙은 딱지 앞에서는 힘이 실리지 않고 미끄러진다. 반대로 철수세미는 힘이 제대로 실리는 대신 팬 코팅보다 훨씬 단단해서, 자국이 떨어질 때 그 아래 코팅층까지 같이 긁어 낸다.
페트병 뚜껑은 이 둘 사이에 있다. 금속이 아니라 플라스틱이라서 힘을 줘서 밀어도 표면에 흠집이 남을 걱정이 적고, 뚜껑 옆면의 톱니 모양 가장자리는 각이 서 있어 굳은 딱지 밑으로 파고든다. 다만 마른 상태에서 그냥 밀면 잘 떨어지지 않아서, 딱지를 먼저 물러지게 만드는 순서가 필요하다.
페트병 뚜껑으로 팬에 눌어붙은 자국 긁어내는 방법
세제로 씻은 페트병 뚜껑의 톱니 가장자리와 안쪽 나사선을 손에 든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다 쓴 페트병 뚜껑 하나와 따뜻한 물이 전부다. 뚜껑은 안쪽에 음료가 말라붙어 있을 수 있으니 세제로 한 번 씻어서 쓰고, 가장자리 톱니가 뭉개지지 않은 것으로 고르면 힘이 잘 실린다. 팬이 한 김 식으면 자국이 잠길 만큼 따뜻한 물을 붓는데, 달아오른 팬에 바로 물을 부으면 김이 확 올라와 손을 델 수 있으니 불을 끄고 잠시 두었다가 붓는다.
그대로 십오 분에서 삼십 분쯤 두면 딱딱하던 자국이 물을 먹고 물러진다. 물을 따라 버린 다음 팬을 한쪽으로 기울여 잡고, 페트병 뚜껑을 손가락으로 집어 톱니 가장자리를 자국에 대고 한 방향으로 민다. 원을 그리듯 문지르기보다 자국의 가장자리부터 안쪽으로 짧게 끊어 미는 쪽이 잘 떨어지고, 갈색 딱지가 부스러기처럼 일어나면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이다.
팬을 기울여 잡고 페트병 뚜껑의 톱니 가장자리로 바닥의 자국 가장자리를 짧게 미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한 번에 다 떨어지지 않으면 따뜻한 물을 다시 받아 잠깐 더 불린 뒤에 같은 자리를 민다. 억지로 힘을 주는 것보다 불리는 시간을 늘리는 편이 팬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자국이 다 떨어지면 세제를 묻힌 부드러운 수세미로 한 번 닦고 물로 헹군 다음, 마른 행주로 물기를 닦아 둔다.
부드러운 노란 수세미로 헹군 코팅 팬 안쪽을 닦고 있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다만 이미 코팅이 벗겨져 바닥이 드러났거나 긁힌 자국이 있는 팬에는 이 방법을 쓰지 않는다. 벗겨진 틈으로 힘이 들어가면 코팅이 더 들뜨기 때문인데, 그런 팬은 새것으로 바꾸는 것이 낫다. 스테인리스 팬이나 주물 팬은 표면이 단단해서 뚜껑 가장자리로 밀어도 괜찮다.
눌어붙은 자국은 생긴 그날 불려서 떼어 내는 것이 가장 쉬우니, 요리가 끝나면 팬이 식는 동안 따뜻한 물을 부어 두는 습관을 들여 보길 권한다. 팬 코팅을 아껴 쓰는 일은 계란 하나를 부쳐도 눌어붙지 않는 상태를 오래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