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356.9m 풀언덕인데 오르는 내내 억새밭이네요"...10월 중순부터 은빛 오르는 억새 트레킹 코스


백약이오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백약이오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 있는 백약이오름은 높이 356.9m, 둘레 3,124m의 원뿔형 오름이다. 가운데가 넓고 얕게 파인 굼부리를 두르고 능선이 둥글게 이어진다. 비탈이 완만한 데다 나무계단과 풀길이 정비돼 있어 주차장에서 30분이면 굼부리 둘레에 올라선다. 등산화나 스틱을 챙겨 오는 사람보다 운동화 차림으로 걷는 사람이 더 많은 곳이다.

이름은 백여 가지 약초가 자란다는 데서 나왔지만, 가을에 이 비탈을 덮는 것은 억새다. 오르는 길 전 구간이 억새밭이라 출발하자마자 키 높이 억새 사이를 지나게 되고, 능선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크고 작은 오름이 겹겹이 이어진다. 제주 중산간 억새는 10월 중순부터 11월 초 사이에 절정을 이루며, 9월 말부터 이삭이 패면서 은빛이 조금씩 올라온다.

굼부리를 한 바퀴 도는 능선

백약이오름 / 한국관광공사-라이브스튜디오

백약이오름 / 한국관광공사-라이브스튜디오

백약이오름의 굼부리는 깊게 파인 항아리 모양이 아니라 접시처럼 넓고 얕다. 그래서 둘레 능선 어디에 서도 분화구 안쪽이 한눈에 들어오고, 반대쪽 능선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보인다. 안쪽에는 큰 나무가 거의 없어 바닥이 온통 풀과 억새로만 덮여 있다.

능선을 따라 걸으면 보이는 방향이 계속 바뀐다. 동쪽으로는 성산일출봉이 바다를 등지고 솟아 있고, 그 사이를 동검은이오름과 손지오름이 채운다. 남쪽으로는 표선 방향 들판이 낮게 깔리고, 서쪽으로 돌아서면 한라산 자락이 배경처럼 걸린다. 오름 하나에 올라 다른 오름 수십 개를 내려다보는 셈이다.

시야를 가리는 숲이 없는 대신 그늘도 없다.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에는 능선 위에서 억새가 한쪽으로 일제히 누웠다 일어서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모자가 날아갈 만큼 바람이 부는 날도 있어 걸칠 옷을 하나 챙기면 좋다.

해 질 무렵 은빛으로 빛나는 억새

백약이오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백약이오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억새는 빛이 드는 방향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해를 등지고 보면 누런 갈색에 가깝지만, 해를 마주 보면 이삭 하나하나가 빛을 통과시켜 은빛으로 빛난다. 백약이오름 능선은 사방이 트여 있어 시간대에 따라 이 두 가지 모습을 모두 볼 수 있다.

특히 해가 낮게 기우는 늦은 오후에는 서쪽을 향해 선 억새가 역광을 받아 흰빛으로 반짝인다. 같은 자리에서 몸만 돌려도 풍경이 달라지기 때문에, 둘레 능선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억새 색이 계속 바뀐다. 해가 진 뒤에는 조명이 없어 어두워지므로 하산 시간은 일몰 전으로 잡는 편이 안전하다.

걷는 데 걸리는 시간과 찾아가는 길

백약이오름 / 한국관광공사-라이브스튜디오

백약이오름 / 한국관광공사-라이브스튜디오

입구에는 무료 공영주차장과 유료 사설주차장이 나란히 있다. 공영주차장에서 탐방로 입구까지는 약 300m, 걸어서 5분 거리다. 오름 입장료는 따로 없고 개방 시간에 제한도 없어, 주차만 무료 쪽에 대면 비용 없이 다녀올 수 있다.

다만 가장 높은 정상부는 2020년 7월부터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이 제한돼 있다. 훼손된 지면의 식생 회복이 더뎌 2024년 8월부터 별도 안내가 있을 때까지 기간이 연장된 상태다. 굼부리를 도는 둘레 능선과 나머지 탐방로는 그대로 열려 있어 억새와 오름 조망을 보는 데는 지장이 없다.

백약이오름 / 한국관광공사-라이브스튜디오

백약이오름 / 한국관광공사-라이브스튜디오

걷는 시간은 주차장에서 능선까지 30분, 굼부리를 한 바퀴 돌아 내려오는 것까지 합해 한 시간 남짓이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인근 동검은이오름과 손지오름을 이어 걸을 수 있는데, 세 오름을 모두 도는 코스는 약 11km가 된다. 백약이오름 한 곳만 다녀오는 일정이라면 주변 성읍민속마을이나 성산 방향 여행지와 묶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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