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 안에서 떡볶이 떡과 어묵이 붉고 걸쭉한 양념에 고르게 담긴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집에서 떡볶이를 끓이고 나서 떡 하나를 집어 먹어 보면 겉만 맵고 속은 밍밍한 때가 있다. 국물은 걸쭉하게 졸아 색도 분식집 못지않게 빨간데, 떡을 반으로 갈라 보면 안쪽은 하얀 그대로다. 양념이 떡 겉면에만 묻어 있는 상태라 몇 개 먹다 보면 금세 물린다.
그럴 때 대부분은 고추장을 한 숟가락 더 풀거나 불을 줄여 시간을 더 끌어 본다. 그런데 오래 끓일수록 떡은 퍼져서 물러지고 국물만 짜질 뿐, 속까지 배는 맛은 좀처럼 나지 않는다. 분식집 떡볶이와 집에서 끓인 떡볶이가 갈리는 자리가 바로 여기다.
순서 하나만 바꾸면 달라진다. 단맛을 더하려고 마지막에 넣던 설탕을 맨 앞으로 옮기는 것이 전부다. 고추장을 넣기 전에 설탕 2숟가락을 먼저 넣고 5분을 끓인 다음, 그때 나머지 양념을 넣어 다시 5분을 졸이는 방법이다.
고추장을 먼저 넣으면 겉만 빨개지는 이유
맑은 물에 떡볶이 떡과 어묵을 먼저 끓이며 떡이 부드러워지는 단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떡볶이 떡은 쌀가루를 쪄서 뽑아낸 것이라 식으면 조직이 단단하게 굳는다. 이 상태로 냄비에 들어가면 겉면부터 먼저 뜨거운 물을 만나 익으면서 표면이 매끈하게 조여지고, 그 안쪽은 아직 딱딱한 채로 남는다. 양념이 들어갈 틈이 겉에서 막히는 셈이다.
여기에 고추장과 간장처럼 짠 양념을 처음부터 풀어 놓으면 사정이 더 나빠지는데, 소금기가 강한 물에서는 떡 표면의 수분이 바깥으로 빠져나오면서 겉이 한층 더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국물 색은 금방 빨개지지만 그 색이 떡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떡과 양념이 따로 노는 맛이 된다.
설탕을 먼저 넣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설탕은 물에 잘 녹아 굳은 떡 표면을 부드럽게 풀어 주고, 녹으면서 약간 끈적한 단물이 되어 떡 겉면을 고루 감싼다. 이 단물이 먼저 떡 속으로 스며들면서 길을 내 두면, 뒤에 넣는 고추장과 간장이 그 길을 따라 안쪽까지 들어간다. 그래서 설탕은 맨 마지막이 아니라 맨 처음에 넣어야 한다.
떡볶이 떡 속까지 양념 배게 끓이는 방법
물 300ml에 떡과 어묵을 넣고 설탕을 먼저 넣어 끓이기 시작한 냄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재료는 물 300ml에 떡볶이 떡 250g, 어묵 180g이면 충분하다. 냉장고에 두어 굳은 떡이라면 찬물에 10분쯤 담가 두었다가 건져 쓰는 것이 좋다. 양념은 설탕 2숟가락을 따로 빼 두고, 고추장 2큰술과 고춧가루 2큰술, 간장 1큰술, 물엿 1큰술을 한 그릇에 미리 담아 둔다.
냄비에 물 300ml를 붓고 떡과 어묵을 넣은 다음 설탕 2숟가락만 넣어 센 불에 올린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이고 5분을 그대로 끓이는데, 이때 고추장은 아직 넣지 않는다. 떡이 하나씩 떠오르고 젓가락으로 눌렀을 때 말랑하게 들어가면 첫 5분이 제대로 된 것이다.
고추장을 넣기 전, 떠오른 떡을 젓가락으로 눌러 부드러움을 확인하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이제 미리 담아 둔 고추장과 고춧가루, 간장, 물엿을 한꺼번에 넣고 국자로 풀어 준다. 중불을 유지한 채 5분 동안 바닥까지 긁듯이 저어 가며 졸이는데, 설탕이 든 국물은 잘 눌어붙으니 그동안 냄비 앞을 떠나지 않는 것이 좋다. 국물이 처음의 절반쯤으로 줄고 국자를 들었을 때 주르륵 흐르지 않고 걸쭉하게 떨어지면 불을 끈다.
붉은 양념을 넣은 뒤 국자로 냄비 바닥을 저어 가며 졸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불을 끄고 2~3분 그대로 두면 남은 열에 양념이 한 번 더 배어든다. 떡 하나를 반으로 잘라 안쪽까지 연한 붉은빛이 돌면 잘된 것이다. 국물이 너무 졸아 짜다면 물을 한두 숟가락 더하고, 싱거우면 고추장 대신 간장을 반 숟가락만 더 넣는 편이 색과 맛이 함께 흐트러지지 않는다.
설탕 2숟가락을 맨 앞으로 옮기고 5분을 먼저 끓이는 것만으로 맛이 달라지니, 다음에 떡볶이를 끓일 때 순서를 한번 바꿔 보길 권한다. 같은 재료로 같은 시간을 들이고도 떡 속까지 양념이 배면 식구들이 남기는 떡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