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한 물을 받은 넓은 그릇에 통도라지를 담가 두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을이 깊어지면 시장 좌판에 흙이 묻은 통도라지가 한 무더기씩 쌓인다. 이맘때 도라지는 살이 단단하고 향이 진해서 무쳐 먹기에도 볶아 먹기에도 좋은데, 막상 한 봉지 사 와서 다듬을 생각을 하면 손부터 무거워지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은 도라지를 물에 한번 씻은 다음 칼등으로 박박 긁어 껍질을 벗긴다. 그런데 마른 껍질은 살에 딱 붙어 있어서 잘 떨어지지 않고, 힘을 주다 보면 하얀 살까지 같이 깎여 나간다. 한참을 앉아 다듬고 나면 손끝은 아린데 도라지는 절반으로 줄어 있고, 무쳐 놓으면 쓴맛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도 흔하다.
껍질을 벗기기 전에 30~40도 미지근한 물에 20분만 담가 두면 이 과정이 훨씬 수월해진다. 칼집 한 줄만 넣어도 껍질이 손으로 돌려 벗겨지고, 남은 쓴맛을 빼는 방법까지 함께 알아 둘 만하다.
칼로 긁으면 하얀 살까지 깎여 나가는 도라지 껍질
마른 통도라지의 얇은 껍질과 하얀 속살이 보이도록 가까이 놓은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도라지 껍질은 종잇장처럼 얇고 살과 거의 한 몸처럼 붙어 있다. 마른 상태에서는 껍질과 살 사이에 틈이 없어서 칼날이 껍질만 골라 들어가지 못하고, 힘을 준 만큼 그 아래 살까지 함께 깎여 나간다. 굵기가 제각각인 잔뿌리 쪽으로 갈수록 칼이 미끄러져 다듬는 시간만 길어진다.
쓴맛도 껍질을 벗긴다고 다 빠지지는 않는다. 도라지의 아린 맛은 껍질과 그 바로 아래, 그리고 머리 부분인 뇌두에 몰려 있고, 자른 자리에서 배어 나오는 끈끈한 진액에도 그 맛이 들어 있다. 껍질만 겨우 벗겨 바로 양념에 무치면 씹을 때마다 혀끝이 아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지근한 물에 담가 두면 껍질과 살 사이로 수분이 스며들면서 붙어 있던 껍질이 살짝 들뜬다. 들뜬 껍질은 칼로 긁어낼 필요 없이 손으로 밀어도 떨어지기 때문에, 도라지를 다듬을 때는 칼을 먼저 잡기보다 물에 담그는 일부터 하는 것이 좋다.
통도라지 껍질 벗기고 쓴맛 빼는 방법
30~40도 미지근한 물에 통도라지를 잠기게 담가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먼저 넓은 그릇에 30~40도 미지근한 물을 도라지가 잠길 만큼 받는다. 손을 담갔을 때 따뜻하다는 느낌이 살짝 드는 정도이며, 뜨거운 물을 쓰면 겉만 물러져 오히려 벗기기 어려워진다. 흙을 한번 헹궈 낸 도라지를 넣고 20분을 그대로 둔다.
20분이 지나면 도라지를 건져 물기를 털고, 머리 부분인 뇌두를 0.5cm쯤 잘라 낸다. 뇌두에는 흙이 깊이 박혀 있고 쓴맛도 이 자리에 가장 많이 몰려 있어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도 잘라 내는 편이 낫다. 그다음 몸통에 세로로 칼집을 한 줄 길게 넣는데, 껍질 두께만 지나갈 정도로 얕게 그으면 충분하다.
뇌두를 짧게 잘라 낸 통도라지 몸통에 세로 칼집을 한 줄 넣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칼집 낸 자리에 손톱을 걸고 옆으로 밀면 껍질이 바나나 껍질처럼 돌아가며 벗겨진다. 한 번에 안 벗겨지는 자리는 다시 물에 몇 분 더 담갔다가 벗기면 된다. 껍질을 다 벗긴 도라지는 하얗고 매끈해 보이는데, 겉에 누런 자국이 남아 있으면 그 부분만 칼로 얇게 도려낸다.
세로 칼집을 낸 통도라지의 껍질을 손가락으로 옆으로 밀어 벗기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손질한 도라지는 결을 따라 먹기 좋은 굵기로 찢은 다음, 소금 1스푼을 뿌려 2~3분 바락바락 주무른다. 주무르다 보면 하얀 거품이 올라오고 도라지가 숨이 죽는데, 이 거품이 빠져나온 진액이다. 그대로 찬물에 2~3회 헹궈 미끌거림이 없어지면 다 된 것이다. 다만 찬물에 10~15분 넘게 담가 두지는 않는 것이 좋다. 물에 녹는 영양소가 함께 빠져나간다.
한 봉지를 다 쓰지 못했다면 끓는 물에 30초만 데쳐 찬물에 식히고 물기를 꼭 짜서 냉동한다. 오래 데치면 특유의 아삭한 식감이 사라지니 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가을 도라지는 제철일 때 사 두고 나눠 먹는 재료인 만큼, 다음에 통도라지를 사면 칼을 잡기 전에 미지근한 물부터 받아 보길 권한다. 손질이 수월해야 제철 도라지를 상에 자주 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