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양쪽 끝의 흰 벽 앞을 비워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을 대청소를 하고 겨울 살림을 꺼내다 보면 집에서 가장 먼저 좁아지는 곳이 베란다다. 여름에 쓰던 선풍기며 캠핑 의자, 김장 때 쓸 큰 통까지 밀어 넣다 보면 양쪽 끝 벽 앞이 제일 만만한 자리가 되는데, 벽에 딱 붙여 두면 다니는 길이 넓어 보이니 무거운 수납장이나 김치냉장고도 대개 그 자리로 간다.
옆집과 맞닿은 벽이니 당연히 콘크리트일 거라 생각하고 그 앞을 창고처럼 쓰는 경우가 많고, 못을 박아 선반을 달거나 아예 붙박이장을 짜 넣기도 한다. 베란다에서 제일 쓸모없어 보이던 자리를 알뜰하게 살렸다고 여기기 쉽다.
그런데 베란다 양쪽 끝, 옆집과 맞닿은 벽 가운데 손으로 두드리면 통통 소리가 나는 곳이 있다면 그 벽은 콘크리트가 아니라 두께 9mm짜리 석고보드로 만든 경량칸막이다.
손으로 베란다 끝의 흰 경계벽을 두드려 보는 장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옆집과 맞닿은 베란다 벽이 얇은 석고보드로 되어 있는 이유
베란다 끝 벽과 앞쪽의 빈 바닥 공간을 함께 보여 준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경량칸막이는 1992년 이후에 지어진 3층 이상 아파트의 발코니에 세대 사이 경계벽으로 설치돼 왔다. 겉보기에는 하얗게 칠한 벽이라 다른 벽과 구분이 되지 않지만, 처음부터 부수고 지나가라고 만들어 둔 자리다. 2005년 이후에 지어진 아파트는 경량칸막이 대신 대피공간이나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하향식 피난구가 들어가 있기도 하다.
이런 벽을 따로 만들어 둔 이유는 불이 나면 현관 쪽이 가장 먼저 막히기 때문인데, 연기는 계단실을 타고 위로 올라가고 복도에는 열기가 차서 문을 여는 순간 오히려 나가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생긴다. 창문 밖은 허공이고 사다리차가 올라오려면 시간이 걸리니, 집 안에서 몸을 피할 수 있는 곳은 옆집뿐이다.
두께 9mm 석고보드는 어깨로 밀거나 발로 차면 부술 수 있을 만큼 약하게 되어 있어서 어른 남성이 아니어도, 아이들도 몸으로 밀어 뚫을 수 있다. 다만 이것은 벽 앞이 비어 있을 때 이야기다. 김치냉장고 한 대만 앞을 막고 있어도 부술 자리가 나오지 않고, 급한 상황에서 그 무게를 혼자 밀어낼 방법은 없다.
베란다 경계벽 찾아서 앞 비워 두는 방법
베란다 끝 벽의 위아래를 손으로 확인하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먼저 베란다에 나가 양쪽 끝 벽을 주먹 쥔 손으로 위아래 두세 군데씩 두드려 본다. 콘크리트 벽은 손이 아플 만큼 둔탁하고 소리가 안으로 먹히는데, 경량칸막이는 빈 통을 치는 것처럼 통통 울리는 소리가 나고 손끝에 가벼운 진동이 느껴진다.
소리로 구분이 잘 안 되면 벽 위쪽이나 옆면에 붙은 안내 스티커를 찾아본다. 비상시에 부수고 옆집으로 대피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는데, 오래된 아파트는 여러 번 칠한 페인트에 덮여 잘 보이지 않기도 하니 그럴 때는 관리사무소에 물어보면 우리 집 구조에 경량칸막이가 있는지 바로 알려 준다.
벽을 찾았으면 그 앞에 둔 물건부터 치운다. 어른 한 사람이 벽 앞에 서서 팔과 다리를 쓸 수 있을 만큼은 비워 둬야 하니, 김치냉장고나 수납장처럼 무거운 살림은 베란다 가운데나 반대쪽 벽으로 옮기고, 화분이나 빨래 건조대처럼 쉽게 밀리는 물건도 그 앞에는 놓지 않는 것이 좋다.
김치냉장고를 경계벽이 아닌 베란다 반대쪽에 둔 정리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벽에 못을 박아 달아 둔 선반이 있으면 떼어 내고, 붙박이장을 짜 넣는 공사는 하지 않는다. 석고보드 위에 합판이나 타일을 덧대도 마찬가지로 부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이 벽은 옆집과 함께 쓰는 자리라서 우리 집 쪽을 비워 두었어도 옆집이 막아 두면 소용이 없으니, 한 번 이야기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베란다를 정리할 때 양쪽 끝 벽을 한 번 두드려 보고 그 앞만 비워 두는 습관을 들여 보길 권한다. 벽 앞 한 칸을 비워 두는 일은 현관이 막힌 순간에 식구들이 갈 수 있는 길을 하나 남겨 두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