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를 넣고 1~2분 뒤 불을 끈 된장찌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9월 중순이 되면 노지에서 자란 완숙 토마토가 아직 흔하고 값도 싸다. 한 바구니 사다 두고 썰어 먹다 보면 끝에 가서 꼭 몇 개는 물러지기 마련인데, 버리기는 아깝고 그냥 두자니 더 무르기만 한다. 그러다 저녁상에 된장찌개를 올리는 날이면 남은 토마토는 여전히 냉장고 한쪽에 그대로 있다.
된장찌개는 육수만 잘 내면 된다고 알고 있어서 멸치와 다시마를 우려 쓰는 집이 많다. 그런데도 국물이 어딘가 무겁고 혀에 텁텁한 맛이 남으면 조미료를 한 꼬집 넣거나 된장을 조금 더 풀게 된다. 그렇게 하면 짠맛만 세지고 정작 걸리던 텁텁함은 그대로 남는 경우가 많다.
이때 손이 가야 할 곳은 조미료 통이 아니라 냉장고에 남은 완숙 토마토다. 두부까지 다 넣고 끓인 된장찌개 마지막에 껍질 벗긴 토마토 한 개를 큼직하게 썰어 넣으면 국물 맛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
된장찌개 국물이 텁텁하게 느껴지는 이유
토마토를 넣기 전, 된장 맛이 진하게 느껴지는 국물 상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된장은 콩을 오래 발효시켜 만든 장이라 맛이 진하고 짠 편이다. 이 진한 맛이 국물 전체를 덮으면 처음 한 숟가락은 구수한데 먹을수록 무겁게 느껴지고, 마지막에는 혀에 텁텁한 맛이 남는다. 국물이 졸아 된장 농도가 진해지는 후반부로 갈수록 이런 느낌은 더 도드라진다.
여기에 조미료를 넣거나 된장을 더 푸는 방식은 짜고 진한 맛 위에 같은 계열의 맛을 한 겹 더 얹는 일이라서 무거움이 풀리지 않는다. 육수를 더 진하게 내도 마찬가지다. 텁텁함을 덜려면 진한 맛을 더하는 쪽이 아니라 그 맛을 눌러 주면서 감칠맛은 채워 주는 재료가 필요하다.
완숙 토마토가 그 자리에 잘 맞는다. 잘 익은 토마토에는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글루탐산이 풍부해서 따로 조미료를 넣지 않아도 국물에 깊은 맛이 생기고, 토마토가 가진 은은한 신맛이 된장의 무거운 맛을 눌러 뒷맛을 개운하게 만든다. 그래서 된장을 더 푸는 대신, 다 끓인 찌개 마지막에 토마토를 넣어 국물을 잡는 쪽으로 손을 대는 것이 좋다.
끓는 물에 데친 뒤 껍질을 벗기는 완숙 토마토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된장찌개 텁텁한 국물 맛 잡는 방법
토마토를 넣기 전 두부와 채소가 익은 된장찌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두세 사람이 먹을 찌개 한 냄비에는 완숙 토마토 한 개면 충분하고, 국물을 넉넉히 끓이는 날에도 두 개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껍질은 벗겨서 쓴다. 껍질이 그대로 들어가면 국물에 떠다니다 입에 걸리기 때문인데, 꼭지 반대쪽에 열십자로 얕게 칼집을 낸 다음 끓는 물에 20초쯤 담갔다가 찬물에 건져 두면 칼집 자리부터 껍질이 손으로 벗겨진다. 이때 뜨거운 물이 튀지 않도록 국자로 조심해서 넣고 건진다.
찌개는 평소 끓이던 대로 하면 된다. 육수에 된장을 풀고 감자와 호박, 양파를 넣어 익힌 다음 두부와 고추까지 넣는다. 된장찌개는 15분 정도 끓였을 때 국물이 가장 시원하니 재료 넣는 시간을 그 안에서 맞추고, 두부가 데워질 즈음이면 국물은 거의 완성된 상태다.
토마토는 이 마지막 단계에 넣는다. 껍질 벗긴 토마토를 네 등분 정도로 큼직하게 썰어 국물에 넣고, 잘게 썰지 않는다. 작게 썰면 금방 풀어져 국물이 뿌옇게 탁해진다. 국물이 다시 끓어오르고 토마토 모서리가 둥글게 물러지면 다 된 것으로, 넣고 나서 1~2분이면 충분하니 그때 바로 불을 끈다. 불을 끄고 뚜껑을 덮어 잠깐 두면 국물에 토마토 맛이 배어든다.
껍질 벗긴 토마토를 큼직하게 썰어 마지막에 넣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속이 아직 하얀 덜 익은 토마토는 신맛만 세고 감칠맛이 적으니, 상온에 며칠 두어 붉게 익힌 뒤에 쓰는 것이 좋다. 방울토마토는 껍질이 질겨 입에 남기 때문에 이 방법에는 맞지 않는다. 국물을 맛봤을 때 신맛이 앞선다면 토마토를 너무 오래 끓였거나 양이 많았던 경우이므로, 다음번에는 불 끄는 시점을 앞당기면 된다.
토마토가 남아 무르기 시작했다면 버리기 전에 저녁 된장찌개에 한 개 넣어 보길 권한다. 늘 끓이던 찌개에 재료 하나를 더하는 일이지만, 조미료를 찾지 않고도 식구들이 국물을 남기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