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반데기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안반데기는 해발 1,100m 능선에 자리한 마을이다. 사람이 사는 마을이 이만한 높이에 있는 경우는 드물다. 마을을 둘러싼 비탈은 약 200만㎡ 고랭지 배추밭으로 덮여 있어, 산 위에 올라왔는데도 숲 대신 초록 이랑이 능선을 따라 물결처럼 이어진다.
이 밭은 화전민이 괭이와 삽으로 비탈을 깎아 만든 땅이다. 나무를 걷어낸 자리에 흙을 다져 이랑을 냈고, 그때 생긴 선이 지금 풍경의 골격이 됐다. 경사면을 따라 휘어 도는 밭고랑과 능선 위에 줄지어 선 풍력발전기가 한 화면에 들어온다. 해 뜨기 전에 올라가면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얹힌다. 발아래 골짜기에 구름이 가득 차오르는 장면이다.
능선을 덮은 초록 배추밭
안반데기 / 한국관광공사-박은경 |
마을 위쪽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사방이 한꺼번에 트인다. 배추밭은 평평하지 않고 경사면을 따라 위아래로 굽이치는데, 이랑이 등고선처럼 휘어 돌기 때문에 보는 위치를 조금만 바꿔도 밭의 결이 달라진다. 멀리 백두대간 산줄기가 겹겹이 포개진 모습이 배추밭 너머로 이어진다.
안반데기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배추는 여름에서 초가을 사이 가장 짙은 초록을 띤다. 9월 하순이면 수확이 시작되는 밭과 아직 속이 차오르는 밭이 섞여 있어, 초록 이랑과 흙빛 이랑이 나란히 놓인 모습을 보게 된다. 밭은 모두 주민들이 농사를 짓는 사유지이므로 이랑 사이로 들어가지 않고 길과 전망 지점에서 둘러본다.
해 뜨기 전 골짜기에 차오르는 구름
안반데기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운해는 밤과 낮의 기온 차가 벌어질 때 골짜기에 생긴다. 일교차가 커지는 9월 하순부터는 새벽에 구름이 아래쪽에 깔리는 날이 늘어난다. 다만 매일 생기는 현상은 아니어서, 맑고 바람이 약한 새벽일수록 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일출 40분 전쯤 도착하면 어둠이 걷히면서 골짜기가 하얗게 메워지는 과정을 처음부터 볼 수 있다. 해가 능선 위로 올라오면 구름 표면에 빛이 닿아 색이 빠르게 바뀌고, 아래쪽 마을과 도로는 구름에 잠겨 보이지 않는다. 구름이 두껍게 깔린 날에는 건너편 산봉우리 몇 개만 섬처럼 떠 있는 모습이 되고, 얕게 깔린 날에는 아래쪽 밭과 길이 구름 사이로 드러난다. 시간이 지나면 구름이 흩어지면서 골짜기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다.
안반데기 / 한국관광공사-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
주변에 큰 불빛이 없어 밤하늘도 어둡다. 일출을 보려고 새벽에 올라온 김에 그 전 시간대의 별을 함께 보는 사람이 많다. 고도가 높은 만큼 새벽 기온이 시내보다 크게 낮으므로 한여름이 아니라면 겉옷을 챙기는 편이 낫다.
차로 오르는 길과 지금 막혀 있는 곳
안반데기 / 한국관광공사-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
안반데기는 상시 개방되고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마을 안 공영주차장도 무료로 운영되며 50여 대를 댈 수 있다. 차로 마을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어 오래 걷지 않고도 능선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이점이다.
예전에 사진 명소로 알려졌던 멍에전망대는 지금 올라갈 수 없다. 전망대 부지가 사유지여서 출입이 통제됐고 이후 시설도 철거됐다. 대신 주차장 주변과 마을 위쪽 길에서 배추밭과 골짜기를 내려다볼 수 있다.
올라가는 길은 왕복 2차로보다 좁은 구간이 있고 경사와 굽이가 이어진다. 새벽에는 안개가 끼는 날이 있어 속도를 줄여 올라가야 한다. 마을 주민들이 농기계로 이동하는 길이기도 하므로 갓길 주차 대신 주차장을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