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지나면 못 걷습니다"... 하루 450명만 갈 수 있는 850종 야생화 꽃 능선 산책로


설악산국립공원 / 한국관광공사-홍정표

설악산국립공원 / 한국관광공사-홍정표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에 있는 곰배령은 해발 1,164m 고갯마루다. 이 높이의 산길이라면 숲이 이어질 법하지만 정상부는 딴판이다. 약 5만 평에 이르는 평평한 땅에 큰 나무가 없고 무릎 높이 풀꽃만 깔려 있다. 시야를 가로막는 것이 없어 능선에 올라서면 설악 방향 산줄기가 겹겹이 포개진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9월 중순의 평원은 보랏빛 쑥부쟁이와 흰 구절초가 가장 촘촘하게 깔리는 때다. 여기에 짙은 자주색 꽃잎이 투구 모양으로 말린 투구꽃과 단풍취가 차례로 섞인다. 고도가 높아 9월 말이면 주변 사면에 첫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데, 꽃밭과 물든 잎을 한자리에서 보는 기간이 이때 잠깐 겹친다. 하절기 탐방은 10월 31일에 끝난다.

나무 없는 능선에 깔린 풀꽃

설악산국립공원 / 한국관광공사-홍정표

설악산국립공원 / 한국관광공사-홍정표

곰배령 일대에는 850여 종의 야생 식물이 자란다. '천상의 화원'이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계절마다 피는 꽃이 바뀌기 때문이다. 점봉산은 원시림에 가까운 숲이 남아 있는 산으로, 정상 평원 아래로는 활엽수림이 이어지고 그 위로만 풀밭이 열린다.

가을 평원의 꽃은 키가 크지 않다. 쑥부쟁이는 무릎 아래에서 가지를 벌리며 연보라 꽃을 무더기로 올리고, 구절초는 그보다 조금 큰 키에 흰 꽃 한 송이씩을 단다. 그 사이에 투구꽃이 짙은 자주색으로 섞여 색이 단조로워지지 않는다. 풀밭 전체가 한 덩어리로 보이다가 가까이 가면 종류가 갈라지는 식이다.

평원에 올라서면 걷는 방향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달라진다. 고갯마루 한쪽은 인제 방면 골짜기가 깊게 내려앉아 있고, 반대쪽으로는 설악 자락의 봉우리들이 줄지어 선다. 풀꽃이 깔린 능선을 앞에 두고 그 너머 산줄기를 함께 담을 수 있는 자리가 사진이 가장 잘 나오는 지점으로 꼽힌다.

계곡길 따라 걷는 순환 코스

설악산국립공원 / 한국관광공사-홍정표

설악산국립공원 / 한국관광공사-홍정표

출발점은 점봉산산림생태관리센터다. 여기서 강선마을을 지나 정상으로 올라가는 1코스는 편도 5.1km로 한 시간 50분쯤 걸린다. 계곡을 옆에 끼고 이어지는 흙길이라 경사가 급하지 않고,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구간이 길다. 중간에 지나는 강선마을은 계곡 옆 분지에 들어앉은 작은 마을로, 걷다가 잠시 앉아 쉬어 가는 자리로 쓰인다.

정상에서 반대편 길로 내려오면 전체가 왕복 10.5km 순환 코스가 된다. 쉬는 시간을 넣어 약 네 시간이 걸린다. 중간초소는 낮 12시 정각에 정상 방향 차단봉을 내리므로, 늦은 시간에 출발하면 평원까지 오르지 못할 수 있다.

예약하는 법과 입산 시간

설악산국립공원 / 한국관광공사-홍정표

설악산국립공원 / 한국관광공사-홍정표

곰배령은 사전예약제로 운영한다. 숲나들e 누리집에서 날짜와 입산 시간대, 동반 인원을 골라 예약하며 하루 450명까지 들어갈 수 있다. 마을에서 대행하는 예약분이 따로 있어 인터넷 예약이 마감돼도 방법이 남는다. 예약자와 동행자 모두 신분증을 지녀야 한다.

입산은 정시에만 가능하다. 4월 21일부터 10월 31일까지는 오전 9시, 10시, 11시 세 차례 문이 열리고 11시가 지나면 당일 입산이 마감된다. 겨울에는 오전 10시와 11시 두 번으로 줄고 아이젠과 스패츠 같은 장비를 갖춰야 한다.

입장료와 주차비는 받지 않는다. 주차장은 관리센터 옆에 있다. 서울양양고속도로 인제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국도로 진동리까지 들어가면 되는데, 마지막 구간은 산길이라 시간 여유를 두고 움직이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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