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감악산 / 한국관광공사-박장용 |
경남 거창군 신원면에 있는 감악산은 해발 951m인데, 정상부에 이르면 나무가 사라지고 너른 풀밭이 나타난다. 별바람언덕이라 부르는 자리다. 능선을 따라 흰 풍력발전기 일곱 기가 줄지어 서 있고, 2016년부터 돌아가고 있다. 시야를 막는 것이 없어 사방으로 산줄기가 겹쳐 보인다.
9월 중하순이 되면 이 평원이 보랏빛으로 바뀐다. 가을에 꽃대를 올리는 아스타 국화를 언덕 비탈 전체에 심어 놓아, 꽃이 한꺼번에 벌어지면 풀밭 색이 통째로 달라진다. 꽃밭 사이로 난 길에 서면 발밑에는 보랏빛 꽃, 눈높이 위에는 천천히 도는 흰 날개, 그 너머로는 겹겹의 산봉우리가 한 화면에 들어온다.
나무 없는 산꼭대기에 깔린 꽃밭
거창 감악산 / 한국관광공사-박장용 |
아스타는 무릎 높이 남짓한 국화과 꽃이다. 키가 낮아 꽃밭 위로 시야가 그대로 열리고, 사람이 그 사이에 서면 허리 아래가 꽃에 묻힌다. 한 포기씩 보면 작고 수수한 꽃이지만 비탈 전체를 덮으면 색이 겹쳐 짙어진다. 흐린 날에는 차분한 자줏빛에 가깝고, 볕이 강한 날에는 푸른 기가 도는 보라로 보인다.
같은 높이에 나무가 없다 보니 바람이 그대로 지나간다. 풍력발전기를 세운 자리인 만큼 산 아래보다 바람이 세고 기온도 낮다. 한낮에 반팔 차림으로 올라왔다가 능선에서 서늘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가을에는 걸칠 옷을 하나 챙기는 편이 낫다.
거창 감악산 / 한국관광공사-박장용 |
평원에 선 풍력발전기는 2MW급 일곱 기다. 기둥이 높아 산 아래에서도 위치가 보이고, 꽃밭 가까이 다가가면 날개가 머리 위를 가로지르며 돈다. 바람이 꾸준한 능선이라 날개가 멈춰 있는 날이 드물어, 보랏빛 꽃밭과 흰 기둥이 함께 담기는 장면을 대부분의 방문에서 보게 된다.
능선 흙길을 걷는 시간과 해 질 녘 풍경
거창 감악산 / 한국관광공사-박장용 |
언덕 위에는 능선을 따라 다져 놓은 흙길이 이어진다. 오르내림이 크지 않아 정상까지 산을 타는 부담 없이 걸을 수 있고, 꽃밭을 한 바퀴 도는 데 한 시간 안팎이면 넉넉하다. 다만 포장길이 아니라 흙과 잔돌이 섞인 바닥이라 굽이 낮고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신발이 편하다.
걷는 동안 보이는 범위도 계속 넓어진다. 나무가 없어 능선 어디에 서도 산 아래 마을과 골짜기가 내려다보이고, 멀리 이어진 봉우리들이 높이를 달리하며 겹친다. 해발 900m가 넘는 자리라 맑은 날에는 산줄기가 몇 겹까지 구분될 만큼 시야가 멀리 열린다.
해가 기울면 풍경이 한 번 더 바뀐다. 서쪽으로 지리산과 덕유산 방면 산봉우리가 겹겹이 포개져 있어 그 능선 위로 해가 떨어지고, 낮게 깔린 빛이 보랏빛 꽃밭을 옆에서 비춘다. 같은 꽃밭인데 한낮과 해 질 녘의 색이 달라 머무는 시간에 따라 다른 장면을 보게 된다.
꽃 피는 기간과 차로 올라가는 길
거창 감악산 / 한국관광공사-박장용 |
올해 축제인 감악산 꽃별여행은 9월 18일부터 10월 11일까지 열린다. 행사장은 신원면 연수사길 452 별바람언덕 일대이고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축제가 끝난 뒤에도 언덕은 막히지 않지만, 꽃이 가장 고른 시기는 이 기간에 걸쳐 있다.
축제 기간에는 정상부까지 올라가는 차량에 사전예약제가 적용된다. 승용차는 6천 원, 관광버스는 1만 원이며 예약 접수는 8월 19일에 마감됐다. 예약하지 않았다면 아래쪽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해 올라가면 된다. 정상 부근까지 포장도로가 굽이돌며 이어져 있어, 차에서 내리자마자 고산 평원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